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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유씨 컬트는 정말 ‘종교’였을까?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27 18:59:00
조회 667 추천 11 댓글 18
														

후한 유학이 도참, 참위, 공자 숭배 등 종교적 색채가 매우 강한건 맞지만 그걸 주장한 금고학파 애들이 이를 부정하는 천문 중거를 관측한 실무진이기도 했던걸 생각하면 금고학파, 참위론자들도 종교적 당위성을 팩트로 믿기보단 명분으로 쓴거 아닐까 싶음.

rafe 교수의 fire over luoyang에서 재이론이나 참위론에 반하는 천문 증거가 관측되었지만 정치적 명분을 위해 우겨댔다 제시하기도 하고, 난세 개막하고 후한 질서가 붕괴되면서 금고학이랑 참위론이 약해질 때 환담-왕충 계열의 무신론적 유물론이 급격히 성장한걸 고려하면 후한 유학자들이 천자를 파라오처럼 본게 아니라 공익에 의해 추대된 존재로 봤고, 여느 고대 국가가 그렇듯이 지배자가 아닌 체제에 신성을 부여했다 생각되던데...

실제로 후한 금고학이랑 고문학 통합해서 위진 시대 경학의 기틀을 마련한 정현은 세습의 정당성을 부정했음. 그에 따르면 이상적인 사회인 ‘대공’ 사회는 요순처럼 현인에게 선위하지만, 이러한 명분론을 내세워 왕망과 같은 난신적자들이 난세를 불러왔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 그나마 구현 가능한 차악이 ‘세습되는 황제정’이고, 이걸 ’소공‘ 사회라 분류함

뿐만 아니라 ’유씨 컬트‘를 종교라 규정하면 공자 숭배랑 노자 숭배도 이상하다 생각함. 진짜로 천자가 파라오와 같이 하늘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라 가정한다면, 사대부나 민초들이 공자와 노자를 광범위하게 숭배하는 행태나 천자가 공자나 노자에 제사를 지내는건 유씨 혈통의 독점적인 종교적 권위에 대립되는 행위니까.

이러한 맥락에서 볼때 참위설은 성현은 신적인 존재라 유학 경전은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사실이 모두 존재하는 일종의 성경이고, 유씨 전제정의 정당성은 그 경전에 나와있으니 신성하다는거지 천자가 그자체로 유일무이한 하늘의 지상대리인은 아니라 생각됨. 즉, 천자는 공익을 위해 세워졌고 이는 절대적 법칙인 유교 경전에서 보증된다는 논리를 갖는다고 추측했음.

더해서 후한이 맹자를 숭상한것 또한 이러한 유씨의 종교적 권위와 모순되는데, 이는 후한 시절 맹자는 엄연히 역성혁명론이 존재했기 때문임. 통념처럼 맹자가 충성을 강조하면서 신분질서를 긍정하는 형태로 왜곡되는건 주희에 의한거지 그전엔 엄연히 군주가 공익에 반하면 필부에 불과하고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과격한 사상이었음. 후한은 본인들 시조가 한미한 출신이나 진이나 초의 고귀한 핏줄이 패도를 걸으며 공익에 반했기에 천명을 받아 그들을 꺾고 천통에 성공했고, 왕망이 공익에 반하자 광무제가 공익을 위해 거병하여 천하를 평정했다는 국가적 명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용한거 아닐까 싶음. 정현이 주장한 이상사회는 세습을 부정한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거고.

게다가 이러한 공익 중심의 명분론은 유숙이 재이론을 반박한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이 가능함. 재이론은 황권이 종교성에 의지하는데 착안하여 천재지변의 발생이 실정 때문이라 주장했는데, 황제의 ’존재‘ 자체가 신성한게 아니라 황제를 통해 성립하는 전제정 ‘체제’가 신성하다는 설명을 통해서 재이의 발생이 아니라 재이에 대한 ‘대처’에 따라 실정 여부를 결정한다고 반박했다는 추측이 성립할 수 있다 생각함.

그렇다면 어찌하여 후한은 제후왕은 지방 곳곳에 파견하고 제사를 지낸거냐 물을 수 있는데,이건 중앙의 황제가 천명을 잃은 상황에 대체제로 세울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이자, 조선의 유향소처럼 실질적인 권력이랑은 관계없이 정권이 ‘공익’을 위해 세워진걸 보증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생각함. (조선이랑 후한 지방 통치 체제의 결과를 비교하려는게 아니라 ‘목적’을 비교하려는거임. 조선이랑 후한은 거의 모든 면모에서 차이가 심한 사회인건 나도 알고 있음)

일단 조선의 지방 통치 체계부터 설명하자면, 조선은 고려랑은 매우 구별되는 통치를 추구함. 고려의 경우 향교를 세우면서 재지세력이 중앙으로 진출할 기회를 제공하여 체제에 포섭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함. 이에 반해 조선은 재지세력이 중앙에 진출하는걸 철저히 배격하여 재경사족이 권력을 독점하고, 재지세력은 낙향한 재지사족과 전통적인 향리층으로 분열시켜 상호견제를 통한 divide and rule을 시도함.

이러한 조선의 방향성은 건국 집단의 가치관과 실질적인 관직 임용 체계, 실제 관직 임용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음. 공양왕 시기에 조준이 “기강이 무너져 향리들이 군공을 내세워 관직을 받고~~”라 상주한거나 태종실록에 “과거법은 한갓 재주를 시험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족속을 분변함이니~~“라 나오는 것처럼 조선의 건국집단은 신분계층의 유동성을 ‘기강이 해이해진’ 상태라 보고 이를 막아 사회 안정이란 공익적 명분과 자신들의 권력 독점이란 사익적 명분을 추구함. 실제로 신분 보증이 없으면 과거를 응시할 수도 없었고, ‘과거, 출세의 사다리‘에서 향리출신 과거 급제자는 0.7%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제시되며, ’DB를 통해 살펴본 과거급제자 분석 사례 연구‘에서 평민층이 무과에라도 급제한건 병자호란과 같은 국난 상황에 국한되며 이는 신분질서가 흔들리던 조선 후기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결과에서 드러남.

즉, 조선은 지방을 포섭하는 대신 배제하고 분열시켜 피지배층으로 삼고자 하였음. 나는 후한의 군국제가 조선이랑 수단은 다르더라도 목적은 비슷하지 않았나 싶음. 이는 황제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고, 지방이 체제를 전복시킬 힘은 없더라도 중앙과 대립하여 지방 통치를 방해할 힘은 있는 상황에 지방을 분열시켜 지방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2가지 가정을 기반으로 한 추측임.

첫번째 가정은 후한 시기 외척-호족, 황제-환관 연합세력의 끝없는 쿠데타와 정권 교체에서 드러나니 2번째 가정이 위주로 설명하겠음. 지방이 후한 체제를 전복할 여력은 없어도 대립하여 지방 통치를 방해할 힘은 있다는건 환제 이전까지의 지방 통제에서 드러난다 봄. 광무제가 반란군을 어찌어찌 대가리 깨긴 했지만 호구조사도 제대로 못했던 것이 환제 시기까지도 이어지고, 환제가 명분론에서 정당한 사면령을 내렸음에도 기껏해야 호족 출신 지방관이 황명을 무시하고 근황 세력이던 여남계에 대한 대규모 학살을  자행한 것에서 드러난다 봄. 

물론 환제는 명군이라 그동안 축적한 영향력과 근황파면서 신흥 사족 세력인 감릉 북부계를 이용해 청류를 축출하는데 성공함. 게다가 주요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한 감릉 북부계를 통해 입맛에 맞는 인재를 천거받았기에 당금을 한다 한들 영제마냥 관료 임용 체계가 박살나 지방 통치가 망가지지도 않았을테고. 실제로 환제 시기에 호구가 가장 높은게 이시기 지방 통제력이 가장 강했음을 보여줌.

문제는 환제가 급사한 다음에 두무가 포스트 왕망 행동하면서 정치판의 룰이 개박살난데다, 친위쿠데타로 두무 쳐낸 영제가 정치판을 복원하기는 커녕 사족 도움 없이 자기 혼자서 전국을 다스릴 수 있다 믿는 정신병자였던거지. 영제는 전통적인 근황 세력이자 자기의 집권을 도운 감릉 북부계가 입바른 소리 한다는 이유로 축출해버리고 홍도 문학과 매관매직 같은 신규 임용 체계를 세움. 이는 환제가 고도의 정치공학을 통해 황제에게 유리하게 정립한 천거제와 오랜 전통을 통해 지방을 가스라이팅 하던 경학 체계를 황제 스스로가 유기하면서 체제에 대한 명분과 황권이 동시에 박살나고 사대부가 중앙을 적대하면서 후한이 급속도로 붕괴한거 아닌가 싶음.


3줄 요약
1. 전제정의 종교성에 대한 근거는 천문 관측 결과에 의해 부정되었고, 정치층은 참위나 재이론 모두 허구라는걸 알면서도 명분을 위해 우겼음

2. 후한 체제의 근간 사상인 경학이 제위 세습은 이상적이지 못함을 지적한 것이나 사회 전반에 만연한 공자/노자 숭배는 황제가 하늘의 유일무이한 지상 대리인이라는 명제와 충돌함

3. 후한 군국제는 조선의 divide and rule 지방 통치책과 유사한 목적을 지녔고, 환제에 의해 성공할뻔 하였지만 영제가 스스로 이를 부정하였기에 급속도로 붕괴됨.

이게 내가 후한 사상 흐름이나 정치사, 타국의 유사 사례를 통한 유추를 통해 추측한 내용인데 위진붕이들은 어캐 생각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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