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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첸코의 useful life모바일에서 작성

KeithRichard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2 04:53:39
조회 919 추천 19 댓글 7
														
영화감독 이창동의 데뷔 작품 <초록물고기>는 귀엽기까지 한 여러 클리셰이들 속에서도 감독의 남다른 싹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다. 극중에서 술에 취한 심혜진이 몸을 흐느적이는 대목에 이르면, Thomas Alan Waits의 Temptation이 흐르고 심혜진은 홀리 그레일의 현신이 된다. 그리고 자기 안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을 채 자각하지 못하는 한석규의 얼빠진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그가 조만간 자신이 씹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것을 베어 물게 될 것을 예감하게 한다. 이러한 불길한 예감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일련의 과정이 능숙하고 감각적인데, 내가 생각하는 21세기 최고의 한국영화 역시 이창동의 작품이다.

카넬로 알바레스가 체육관에서 훈련하는 것을 코앞에서 관찰한 사람들은 보통 그의 상대적으로 작은 몸에서 분출되는 힘에 놀라곤 한다. 반대로 데이비드 베나비데스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큰 몸집의 그가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감탄한다. 실제로 베나비데스는 그간 한계체중 168lbs를 만들어 온 라이트헤비웨이트 선수에 가깝고, 175lbs로 무대를 옮기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현재 시점 비볼이나 베테르비예프도 베나비데스를 언더독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

언젠가 팀 브래들리는 프로보드니코프와의 경기 후 스스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해당 경기 후 본인의 턱이 상대의 펀치를 받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브래들리는 체육관에서 자기보다 작은 사이즈의 선수들한테도 전과 다른 충격을 받게 되었다 한다. 알바레스를 상대했던 존 라이더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알바레스와의 시합에서 몸이 너무 상하게 되어 문기아를 만나기 전에 이미 스스로의 선수생명이 다했던 듯 싶다고 한다.

키스 서먼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밝히듯 선수의 신체를 갉아먹는 것은 경기 당일 링 위에서 얻는 데미지 뿐만 아니라, 링 위에 오르기 전까지 겪는 훈련의 전 과정이다. 거기에 더해 직업 선수로서 얻게 되는 부는 모티베이션이라는 문제까지 가중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마블러스 마빈 해글러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실크 잠옷을 입고 자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로드웍을 하러 가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야.

프라이즈파이터로서 수익을 거두었으니 그에 대응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해당 선수의 비용은 선수 자신의 건강이다. 감가상각의 개념처럼, 내용연수는 선수 생활 기간이고, 잔존가치는 은퇴 시점의 건강이고, 감가상각비는 시합에서 얻는 일반적인 데미지이다. 거기에 링 안팎에서 부상이라도 당하거나 프로보드니코프 같은 짐승과 한바탕 전쟁이라도 벌이고 나면 손상차손으로 내용연수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카넬로 알바레스의 커리어는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알바레스가 베나비데스를 거론하는 질문에 구체적인 숫자를 던지며 답한다. 진정으로 시합을 원하면 150m이나 200m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요구가 허황되다며 노잣돈을 구걸하는 추한 모습이라 비웃는다. 하지만 내가 아는 알바레스는 스마트한 비지니스맨이고 무엇보다 결코 자신이 베나비데스에게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드코어팬들이 소란을 피워 캐주얼팬들이 너도나도 모여들어 메가파이트가 만들어지듯, 그저 그의 입장에서 아직 소란이 부족하다 싶을 뿐이다. 그래서 더커ducker 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알바레스는 내심 흡족해하다 적당한 시점에 데나비데스를 받을 것이다. 아니, 베나비데스를 택할 것이다. 175에서 다시 168로 베나비데스가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알바레스에게 이롭게 작용하긴 하겠다.

타이슨-더글라스 이후 34년 만에 처음 도쿄돔에서 개최된 복싱 이벤트에서 이노우에 나오야가 루이스 네리에게 1라운드에 넉다운을 당하며 상서롭지 못한 출발을 했다. 사람들은 보통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점치는 데 가장 열을 올리지만, 복싱 세계에서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일어난 일을 이해하는 것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일어나는 일을 즐기는 것이다. 예상보다는 이해가, 이해보다는 감상이.

이노우에는 1라운드 시작과 함께 본인이 네리를 잡았다고 믿었다. 믿음이 과했는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네리의 리어 핸드를 허용했는데 너클파트에 턱을 찍혔으니 쓰러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메이웨더가 모슬리에게 한 라운드에 뒷손을 크게 두 번 허용했을 때와 비슷한 위기였다. 모슬리도, 네리도 기회가 왔을 때 끝을 보지 못하고 이후에는 예정된 패배를 당했다. 숀 포터는 메이웨더가 모슬리의 리어핸드를 얻어 맞자, 바로 모슬리의 팔을 움켜잡으며 본인의 완력으로 모슬리의 심리와 사기에 영향을 주며 모슬리를 주저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라운드가 끝나기도 전에 메이웨더가 왼쪽 오른쪽 클린히트를 적중하면 모멘텀을 찾아온 데 있다.

마찬가지로 이노우에도 넉다운 후 이어진 네리의 공세를 맞아, 아직 덜 풀린 다리를 움직이며 자세를 가다듬고 타이밍을 잡아 네리에게 클린샷을 적중한다. 네리가 주저했다면 이대로 가다가는 상대를 먹으려다 먹히겠다는 계산이 섰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일 것이고 이노우에는 그렇게 8-10 라운드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전세를 역전해낸다. 이노우에 나오야는 정말 대단한 선수인데,  다시 드는 궁금증은 어떻게 경기 시작과 동시에 본인이 네리를 잡았다고 직감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

마지막으로, 신체가 단단했다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었을 까다로운 리나레스나, 젊음과 사이즈로 본인을 괴롭혔던 헤이니를 상대하며 로마첸코가 몸과 마음에 얻은 상처가 컸겠다 싶었다. 하지만 ace or deuce, 모 아니면 도인 복싱 세계에 남기로 결정한 이상, 오늘 로마첸코가 지난 시간동안 몸과 마음을 추스려 와서 기품 있는 퇴장을 할 시간과 신체를 벌 수 있기를 바란다. 로마첸코의 내용연수 1.5년 연장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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