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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 vii 입장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20 12:00:03
조회 886 추천 37 댓글 10
														




2: vii

입장



“형제여. 보게”


생귀니우스가 측면을 향해 속삭인다.


로갈 돈과 생귀니우스는 함께 은의 문을 따라 들어섰고, 존경과 충성의 의미로 뽑아든 검을 이마에 댄 채 중앙으로 향한다. 섬뜩하고 무한한 빛을 뿜어내는 옥좌실을 향해 둘이 들어선다. 로갈 돈의 좌우에는 선임 허스칼들이, 천사의 곁에는 엄숙한 생귀너리 가드들이 시립한 채다. 대문의 양쪽에 시립해 있는 황금빛 초병들이 한 몸처럼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군중들 속에서도 고위급의 인물들들이 여기 이른 프라이마크의 형상을 보고 경의를 표하며 길을 연다.


돈은 무엇이 자신의 사랑하는 형제의 주목을 끌었는지 확인한다.


제국 무기고의 정예중대가 그들을 앞서 들어섰고, 거의 6킬로미터에 이르는 회중석을 따라 시작된 그들의 행렬은 천천히, 그리고 위엄 있는 진군을 개시한다.


“이제 우리 차례군.”


로갈 돈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이미 수 차례 방문했던 공간임에도, 그와 생귀니우스는 결코 이 공간에 익숙해질 수 없었다. 현기증, 고소 공포증, 광장 공포증과 빈 공간 공포증이 일어날 지경의 공간 아닌가. 찬란하게 뻗치는 빛에도 불구하고, 어둠에 대한 두려움까지 치밀 지경이다. 그들이 겪어 본 공간 중, 유일하게 그런 두려움이 뻗치게 만드는 공간다. 끝없이 펼쳐진 공간 속에서 마치 모든 돌과 타일, 그리고 기둥들이 그들이 필멸의 운명임을, 그리고 무가치한 존재들임을 속삭이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돈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오직 아버지의 무구가 영예 속에 나아가는 모습에 목소리와 정신이 고요해졌을 뿐.


여기 모인 모두가 두려움과 환희로 뒤흔들리고 있다. 돈은 생귀니우스를 힐끗 바라본다. 둘 사이에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기쁨, 슬픔, 그리고 무한한 피로까지. 이것은 그들이 바라는 것이자, 그들이 두려워한 것이기도 하다. 이 위대한 갑주가 전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그들이 임무에 실패했고, 그들이 끝내지 못한 일을 아버지께서 끝맺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모든 예상을 뛰어넘어, 이 순간이 실현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전선을 지켜냈다는 성공의 신호일까?


아니, 그저 이것이 일어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하다.


그들은 초병을 바라본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전하.”


한쪽이 말하고, 두 형제들은 검을 내려 칼집에 거둔다.


“들라는 지시가 있으셨나?”


돈이 묻는다.


“지금 즉시 배알하십시오.”


돈이 돌아서려 한 순간, 생귀니우스가 그의 팔을 붙잡아 멈춰 세운다. 찰나의 순간,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눈을 마주친다.


“자넨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네.”


생귀니우스가 불쑥 내뱉는다.


“그걸 기억해 주게.”


돈은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솔직함, 그리고 순수한 진심에 깜짝 놀란다. 그의 얼굴에 갇혀 있던 감정이 놀라 반쯤은 미소에 가까운 표정을 짓는다.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던 얼굴의 저 높은 창에서 빛이 번쩍인다.


“그저… 자네가 한 바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었네, 형제여.”


어색하게, 돈이 대답한다.


“자네가 관문을 닫았네. 자네가-”


생귀니우스가 고개를 젓는다.


“난 그냥 전사였을 뿐일세, 로갈. 그저 전사였지. 정말 중요한 건 자네였어.”


충동적인 어린아이처럼, 생귀니우스는 근위장을 끌어안는다. 그의 솔직한 말이 그랬듯이, 포옹은 이런 자리에서 정말 보기 드문 감정의 표출이자 예상치 못한 행동이다. 돈은 잠시 얼어붙었다가 포옹을 완성한다.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난 순간, 근위장의 머리가 기대졌던 가장 밝은 이의 견갑 위로 눈물 한 방울이 반짝인다. 생귀니우스가 손을 얹었던 근위장의 등판에는 피 한 방울이 반짝인다.


“아직 때가 아닙니다..”


둘의 시선이 옆을 향한다. 군중이 다시 길을 가르고, 콘스탄틴 발도르가 창을 어깨에 가로지른 채 들어선다. 쿠스토데스 필로루스는 이번에는 턱을 떨구지 않았고, 그들의 사령관에게 무릎을 꿇는다.


“아직 때가 아닙니다.”


발도르의 목소리는 흡사 으르렁거림과도 같다.


“지금은 칭찬과 자축의 때가 아닙니다.”

“자네는 스스로에게 빚진 게 너무 많군, 콘스탄틴.”


생귀니우스의 말에 발도르가 어깨를 으쓱인다. 갑주가 온통 패이고 더러워진 채다. 그의 눈이 두 프라이마크를 바라본다.


“필요한 빚이라면 얼마든지 감당할 것입니다. 결과가 정해질 때까지요.”


발도르의 말에 생귀니우스가 대답한다.


“아닐세. 그저, 우리 모두 그 결과가 정해질 때까지 살아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러니 내가 할 수 있고, 자네들이 들을 수 있는 동안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하겠네. 두 사람 다 정말 스스로에 빚을 지워 뛰어난 일을 해냈어. 나는 자네들을 형제라 부를 수 있어 자랑스럽네.”

“이젠 형제입니까?”


발도르가 조소하듯 내뱉는다.


“형제라고요?”

“모든 면에서 우린 형제지, 콘스탄틴.”


생귀니우스가 한숨을 내쉰다.


“경솔하게 내뱉을 생각은 아니었네, 캡틴 제너럴. 하지만 지금 보니.”

“그만하십시오.”


발도르가 답한다. 코웃음을 치며 눈썹을 치켜올린 채다.


“무슨 뜻인지 압니다, 아홉째 아들이여.”


마지못한 어투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여유라면… 저 역시 말하겠습니다. 제 심중을 채운 것은 오직 두 분을 향한 존경심뿐입니다.”


생귀니우스를 바라보는 발도르의 눈이 좁아진다.


“하지만 굳이 포옹할 필요는 없습니다.”


발도르가 가볍게 덧붙인 말에 긴장이 느슨해진다. 하지만 돈은 알아차린다. 발도르가 지난 만남 이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부서지고 무너졌음을. 캡틴 제너럴은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겪은 채다. 전설적인 강인함으로 유명한 이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가슴이 찢기는 일이다. 돈은 멀어져 가는 행렬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행렬의 끝으로 가는 것은 어떤가?”


돈이 제안한다.


“그러시지요.”


발도르가 답한다.


“특히 두 분은 그러셔야 합니다. 저는 이미 그분의 의지를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 지시를 내리는 대로 뒤따라가지요.”


발도르가 돌아선다. 그의 옆에 거의 검은색이 될 지경으로 그을린 갑주를 두른 두 커스토디안 거인이 보인다. 음울한 암흑 감옥의 수호자(Wardens of Dark Cells)들은 옥좌실에서조차도 보기 드문 이들이다. 돈은 그들과 카에리아 카스린, 그리고 일곱 침묵의 자매단원들이 서 있음을 본다. 계속 이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저들의 공허한 존재를 느낀 것일지도.


발도르가 낮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다. 생귀니우스와 돈은 돌아서서 무장관들을 따라 나란히 들어간다.


“그 역시 싸우겠군.”


생귀니우스가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린다.


“그러리라 생각하네.”


돈이 대꾸한다.


“울어야 할 일이겠나, 아니면 기뻐해야 할 일이겠나?”


생귀니우스가 묻는다.


“글쎄, 두 경우에 모두 다 합당한 이유가 되겠군.”


돈이 대답한다.




지칠대로 지친 프라이마크들. 이제 곧 인장관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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