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네티즌께서 김어준 총수의 스타크래프트 관련 비유 글을 보고, 평소 고민하고 적어놨던 게 떠올라서 간단히 글을 남깁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쉽게 말해 '우주 전쟁의 기술'이라 원래 저는 전략, 전술에 관심이 매우 많았습니다.
현실 정치 영역에 와보니 그때 연구하고 적용했던 전략 전술 방식과 비슷한 개념들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예를들어 프로게이머들은 각자 기본기를 다 갖춘 상태이기에 실력은 매 순간 운, 치밀한 전략뿐만 아니라 특히 '멘탈 건드리기'가 중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프로시절 '심리전'을 기본기 못지않게 주로 연구했고, 그때 경험으로 인해 자연스레 '이명박 국정원 심리전'에도 더 관심 가지게 되었습니다. '심리전'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 때문입니다.
위 내용은 '온라인 전투의 기술' 강의에서 종종 전한 이야기인데요.
예로 '노골적으로 반칙하는 상대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가령 한쪽은 쇼미더머니, 맵핵, 인구수 제한 해제까지 치트키를 치고
다른 한쪽은 무난하게 시작할 경우 이게 '공정한 게임'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이 경우 자연스레 '이기기 위해 어떤 전략을 짤 것인가?'로 이어집니다.
보통 3가지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
1) 똑같이 반칙을 한다. = 나도 치트키를 쓴다.
2) 반칙을 응징한다. = 반칙 금지 후 공정한 경쟁을 한다.
3) 졌지만 잘 싸웠다. = 게임은 졌지만 나는 반칙을 쓰진 않았으니 거기에 만족한다.
디테일하게 보면 더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보통 이 3가지 안에서 판단하게 됩니다.
각자 추구하는 가치와 관점에 따라 생각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3) 졌잘싸' 보다는 '2)반칙 응징 후 공정한 경쟁'을 바랍니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이상일 뿐, 현실에선 기득권 저항도 매우 거세고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럴듯한 말만 내뱉는 이상주의자들을 크게 신뢰 안 하는 편입니다. 존중은 하지만요.)
그렇기에 저는 "2)를 지향하되 반칙까진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맞불을 놓는다." 이러한 기조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집중한 게 '마삼중, 친윤 스피커' 같은 대응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3)을 지향하는 분들이 주로 저를 비판했고, 저는 이를 생각의 다름으로 이해합니다.
이런 식으로 게임과 사회를 빗대어 고민하고 대화하다보면 성향과 별개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 수 있고, 각자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도 자주 마주하는 편입니다. 그 자체로 풍부한 토론과 사색이 가능하기에 긍정적으로 봅니다.
또 다른 예시로는 '고지전'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사진처럼 빨강색 표시에 있는 언덕 지형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나면, 소수 병력만으로 상대를 굉장히 까다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는 거지요.
현실에서도 이렇게 '유리한 고지'에 해당하는 게 무엇이 있는지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 말을 하려고 설명이 길어졌는데요.
'불리한 맵 바꾸기'
이게 바로 최근 김어준 총수를 보면서 떠올랐던 생각입니다.
아무리 잘 나가는 S급 프로게이머들이라도 종족 상성상 불리한 맵에선 허무한 패배를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이럴 땐 올인성 플레이를 하거나, 만약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승률 높이기 위한 전략을 밤새 연구합니다.
저도 습관적으로 그동안 불리한 맵 같은 현실을 마주하면 '그 맵에서 어떻게 승률을 높일지' 위주로만 고민해왔는데요.
그중 하나가 소위 '여조 라이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여조 라이팅 공세에 맞서 많은 분들이 '정보 전달'에 주력해왔다면,
김어준 총수는 "비싼 게? 정확하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불리한 맵의 판 자체를 뒤집어버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이전까진 누군가가 임의로 정해놓은 불리한 맵에서 각자 방식으로 승률 높이기 위한 고민과 노력들을 해왔다면,
김어준 총수는 '왜 꼭 불리한 맵 안에서 싸워야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불리한 맵 환경 그 자체를 바꿔버린 거지요.
원래 '전략'이라는 것도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알려진 이후에는 '이게 뭐야?'라고 취급받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도 아니며, 단순한 노력만으로도 되는 게 아닙니다.
예를들어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원배럭 더블', '안티 캐리어 업테란' 빌드가 보편화된 후에는 누구나 사용했지만 처음으로 그 개념을 만들어낸 프로들이 S급으로 인정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봅니다.
물론 정치와 게임이 똑같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게임 전략, 전투의 기술 차원에서 이것저것 고민하다 보면 꽤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게임+전략 관련 다음 책도 준비 중인데 총선 끝난 후 본격적으로 써나갈 예정입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한 줄 요약해보자면 "그동안 불리한 맵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승률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왔다면, 전략가 김어준은 아예 '맵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라고 생각합니다.
겸손 방송국도 그런 차원에서 판짜기를 하는 거 같은데 어디까지 보고 가는 건지 저 같은 사람은 도저히 못 따라가겠네요.
아무쪼록 열심히 공부하며 저도 민주 진영에 힘 보탤 방법들을 열심히 찾아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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