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바에 와 앉아 더러운 술잔을 들고 마시고 있다. 주변에는 병, 주먹, 그리고 이빨 강냉이가 날아다닌다.

피 터지는 술집 싸움이지만, 람야 파레크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 생각만 떠오른다.

'아, 조용한 휴일 밤인걸.'

람야는 어쩐지 공중에서 날아온 신발을 피하며 새 술병을 꺼낸다. 그때 파괴 현장에 끼어들지 않는 또 다른 손님과 눈을 마주쳤다.

왠지 분을 삭이고 있는 듯한 그 여자에게 "친구, 한잔할래?" 라며 위스키를 권했다.

여자는 잠깐 고민하더니 "그래, 어차피 기분도 안 좋았는데."라고 말했다.

람야는 "꽤 거지 같은 주말을 보냈나 보네. 싸움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여자는 "뭐, 마음에 들긴 해.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놈들에게 엄청나게 구수한 욕지거리와 핀잔을 해주니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우린 뒤에 앉아 그걸 구경하다니. 이게 바로 파티지."라고 대답했다.

램파트는 "다 내 재능 덕이지, 근데도 넌 기죽어있는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여자는 웃으며 "기죽어있다라... 날 안다면 그게 참 웃긴 일이라는 걸 알 텐데. 난 카이리야."

"만나서 반가워. 다른 사람들은 날 램파트라 부르지."

"그럼 넌 자신을 뭐라 부르는데?"

씩 웃으며 "...램파트라 부르지." 잔을 부딪치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왜 기분이 안 좋은 거야?"

카이리는 한숨을 쉬며 두 번째 술잔을 비웠다. "눈치챌 줄 알았는데. 혼자 축배 들고 있어. 새로운 전 애인이 생겨서 말이야... 그 여자가 얼마나 욕을 잘하던지."

"그런 거였구나? 그 여자... 이름은 뭐야?"

"...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