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심심한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저는 단지 제 입장에서 느꼈던 바를 기술했을 뿐인데, 많은 학우들과 의견이 달랐네요. 저는 재학생 맞고, 상위권도 맞습니다. 동인고 갤러리 가끔씩 눈팅하고요. 이번에 오랜만에 들어와봤는데 학교 욕이 너무 많이 적혀있어서 이건 아니다 싶어 글을 쓰게 되었는데 갤러리가 이렇게까지 과열될 줄 몰랐습니다. 혹여나 제 글을 읽고 상처를 받으셨을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또한 여러분들께,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응원의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제각각의 이유로 이 학교를 싫어합니다. 선생님의 갑질, 생기부, 내신, 융통성없는 교칙, 급식, 등교, 반강제야자 등 정말 다양한 연유들이 존재하죠. 저는 이러한 폐단을 옹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타 학생들처럼 이의 개선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학교에 와서 나에게 불행한 일들만 가득했을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내가 웃었던 날. 내가 울었던 날. 야자째고 PC방가서 게임한 날. 시험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날. 이런 소소한 행복들도 분명 우리의 고등학교 생활에 존재했었습니다. ('다른 학교 갔었으면 더 행복했을텐데' 이런 말은 하지마세요.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또한 그런 보장도 없고요.)

또한 노력은 언젠가 발현된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이번 미적 기말고사에서 앞자리 4를 띄웠습니다. 심화프린트 한 5번은 푼 것 같고 풀이법 정리까지 꼼꼼하게 했어요. 그런데 시험지만 보면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하지만 과연 제 노력이 헛된 노력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심화프린트를 풀면서 얻어낸 수학적 사고력과 논리력, 과제집착력 등은 제 미적분 실력을 굉장히 많이 키워줬어요. 비단 학업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수많은 노력은 비록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어떻게든 나타나게 되어있어요. 아마 지금 한 번 떠올려보세요. 하나 정도는 생각나실 거예요. 제 예로, 국어나 영어를 들고싶네요. 풀어도 풀어도 성적 오르는 느낌이 1도 안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좀 편해지더라고요. 아 그리고 이 노력은 비단 성적만을 의미하는 게 아녜요.

'이새끼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지마라'라고 말하고 싶으신 분들 계실텐데, 반문하겠습니다. 그럼 노력하는 걸 포기하실건가요?
고작 동인고따위에게 막혀서 밝게 빛나는 별로 거듭나는 걸 포기하실 건가요? 물론 굉장히 힘듭니다. 인정해요. 어쩌면 정말로 다른 학교보다 힘들게 살지만 결과는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 근데 그렇다고 여러분의 인생은 실패한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여러분 모두 정말 치열하게 달려왔다고 자신할 수 있으면,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삶이에요. 그리고 그런 사람은 정말 뭐든지 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요.

끝까지 '씨발새끼야 넌 공부 잘하니까 그런 말 할 수 있지'라고 말하시겠다면 막지 않을게요. 뭐 표현은 자유니까. 저는 단지 오늘 하나 배움을 얻었고, 위로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오지랖 떨지마라, 니가 뭔데 등등 이런 댓글은 무시하겠습니다. 원래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는 법이고, 그저 한 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지금 하고 계시는 일 꾸준하게 밀어붙여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동인고 학생들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글은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줍니다. 저도 아까는 약간 감정적으로 댓글을 단 부분이 있었는데, 반성하겠습니다. 이쁜 말만 해주세요. 그게 내가 되었든, 상대가 되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