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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너와 이별한 이야기

김어민(180.69) 2017.08.22 23:43:16
조회 165 추천 0 댓글 1

오늘 아침 나는 꿈을 꾸었어. 네가 나왔어. 너는 내곁에 있었고 그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은 눈동자를 하고 있었지. 그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는 것도 아니었어. 너는 그저 앞만을 응시했다.


거리는 물로 가득 차 있었어. 비가 내렸는지 강물이 범람했는지 물은 가슴까지 닿았어. 그 물 속에서 너는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물에 몸을 담근 채 머리만 내밀고 네 팔에 안겨 있었지. 너는 나를 안고 걸었어. 천천히. 앞으로. 박자를 맞추어서. 단단하게. 인내심을 갖고. 나는 너에게 안겨서 이동하며 주변을 바라보았어. 사람들이 떠내려가고 있었어. 물은 콸콸 쏟아지고. 아수라장이었다.


내가 할 일은 딱 한가지였어. 내 손가락으로 나를 안고 있는 너의 팔에 SIGN이라는 단어를 계속 반복해서 한치의 틀림도 없이 정확하게 새겨 넣는 것이었어. 나는 너의 팔에서 피가 날 때 까지 그 단어를 새겨넣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S를 그렸어. 그리고 I를 새겨 넣고 G를 쓰고 N으로 마무리했지. 그렇게 한 번을 새겼어. 나는 좋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난 다음 나는 똑같은 장소에 똑같은 문자를 또 새겨넣어야 했어. 나는 그것을 반복했지. S, I, G, N. 그것을 새겨 넣은 이후에 나는 또 SIGN이라는 단어를 날카롭게 새겨넣었어. 너는 나를 안고 꿋꿋하게 물속을 헤쳐나갔다.


그런데 나는 불안했어. 마구 떨렸지. 계속해서 틀림없이 써넣어야 하는 단어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어. 나는 그 불안에 시달리다 S 다음에 I가 아니라 Y를 새겨넣었다. 나는 틀림없이 I를 새겨넣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Y자가 써져버리고 말았어. 너의 팔에는 I 위에 Y자가 새겨졌어. 너는 조금 동요했지만 계속해서 나를 안고 발걸음을 옮겼어.


나의 불안은 점점 더 심해졌어. 그래서 다음번에는 SIGN이라고 쓰지 않고 SING이라고 써버리고 말았어. 그러자 너는 조금 힘든 기색을 내보였어. 하지만 여전히 나를 안고 움직였지.


나는 글자를 쓰는게 너무나 두려워졌어. 글자를 쓰려 하면 할수록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새겨넣어야 하는 의무가 나를 조여왔지. 그래서 나는 아무글자도 쓰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너의 품 안이 너무나 불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글자를 썼어. FUCK이라는 단어였어. 너는 그 글자를 팔에 새기고도 아무런 표정이 변하지 않았어. 나는 네 품 안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그래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글자를 막 쓰기 시작했어. 하지만 너는 나를 버리지 않았지.


나는 드디어 너의 팔뚝에 피를 냈어. 나에게는 해방감이 몰려왔어. 피가 난 순간 계약은 끝난 것이었지.


너는 나를 버리고 갔어. 나는 핏빛 물속에 홀로 남겨졌고 나를 이루고 있던 아주 거대한 무엇이 떨어져 나간 듯한 허전함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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