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ㅌㅈㅇ ㅍㄱㅈㅇ ㄴㅈㅈㅇ


리처드는 그에게 다가가 그가 끄는 대로 순순히 그의 품에 안겼다. 다른 어느 곳보다 가장 머물고 싶은 그 품으로. 리처드는 리의 정수리에 입을 꾹 맞추었다.
-우리의 관계가 언젠가 끝날 것처럼 생각하지 말아줘. 리. 네가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견딜 수가 없어. 나는 그 여자처럼 널 버리지 않아. 그런데 지금 너는 꼭 내가 그 여자처럼 널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정말 그런 거야? 정말로 내가 널 버리면 좋겠니? 네 말을 들으면 날 얼마나 믿지 못 하는지 느껴지는데.
-미안해요.
-네가 안심할 수 있게 어떻게 해봐야겠어.
리처드가 손가락으로 리의 머리를 쓸어주며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문신을 새겨주세요.
그를 어루만져주던 손가락이 멈칫했다.리처드는 잠시 말 없이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리처드의 할아버지는 문신이라면 질색했다. 거기다가 리처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리는 리처드 몸에 이름표를 붙이고 싶어했다.
-지금 당장 같이 문신 새기는 가게에 가요.
리처드는 자신 앞의 연인을 보았다. 눈빛에 다시 생기가 돌았고, 아주 신이 나 있었다.
리처드는 뒤로 물러서며 그를 쳐다 보았다. 그러자 리는 갑자기 기운이 쏙 빠진 채로 말했다.
-그냥 내가 불쌍해서 한 말이군요.
그가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당신의 동정 같은 건 필요 없어요. 나는 당신을 원해요.
-난 네거야. 몇 번이나 해줘야 해.
-말만 하면 뭐해요. 그 말을 내가 믿을 수 있게 행동해야죠. 그 여자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 여자도 말은 참 잘했어요.
그는 리처드를 끌어안았다.
-당신은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요. 나..나는 당신이 떠나면 .. 살아있다는 느낌을 더 이상 받지 못 하면...견딜 수가 없어요.
-리..
리처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생각도 못 한 일이었다.리에 비하면 자신은 나이도 많고 돈도 없고, 미래 역시 불투명한 연기자 지망생이었다. 그런데 이런 보잘것 없는 자신이 리에게 그런 의미 였다니! 리의 절절한 고백에 결국 리처드는 항복했다.
-그래...어떤 문신 하고 싶은데.
-짧은 글인데,나중에 다 새기고 리처드가 직접 보세요.
-설마 하트 무늬에 리 페이스 그런 유치한 건 아니겠지?
리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문신은 어디다 새기고 싶은데? 어깨? 골반 ?
동시에 리는 리처드에게 확 달려들었다. 그는 거칠게 연인을 벽에 밀어서 다리를 벌리게 했다.그는 허벅지 가장 안쪽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여기요.

몇 시간 뒤 리처드와 리는 문신 가게에서 나왔다. 리처드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리는 행복해 보였다. 그는 리처드를 시술대에 눕혀 놓고 미리 준비해간 종이를 문신 기술자에게 보여줬다. 문신 바늘 소리 속에서 두 남자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술이 다 끝나고 허벅지 안쪽에 새겨진 글을 본 순간 리처드는 왜 그들이 크게 웃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얀 피부에 도드라지는 까만색으로 새겨진 문신은 하도 작아서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했다.

\'이 연하고 육감적이며 수동적인 아름다운 육체는 나의 소유물이다.\'

리처드는 문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글에 화가 나서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창1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창1녀도 이런 노골적인 글을 문신으로 새기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리를 이해 할 수 없었다.그가 자신을 그렇게나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미안해요. 하지만 그 문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잖아요?
리가 씩 웃었다.
눈물이 주르륵 미끄러지며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자 그가 눈물을 흔적도 없이 핥아주었다.
-이제 당신 말을 믿을 수 있어요.
그가 입술을 부드럽게 맞대며 리처드 입술에 진하고 끈적끈적한 키스를 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해요. 아마 어느 누구도 나만큼 당신을 사랑하지는 못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