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마셔보는 맥주였습니다.

방 구석에 있는 냉장고에서 반쯤은 충동구매한 맥주들 중 이번엔 무슨 맥주를 마실지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어렵사리 마실 맥주를 골랐으면 책상 옆에 있는 잔을 하나 꺼내서 맥주와 함께 올려 놓는 거죠.

그 후엔 모든것이 즐겁습니다.

황금빛 액체가 잔에 채워지는 것, 점차 피어오르는 기포를 감상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그 과정이 언제나 새롭고 즐겁네요.

부산스럽게 킁킁거리며 확연히 들어나는 특징은 무엇인지, 

인지하고 마시지 않는다면 느껴지지 않을 부분을 발견해내기 위해 열심히(?) 마셔봅니다.

뭐하나 급할것 하나 없이 차분하고 오롯이 맥주만을 마시기 위한 이 짧은 순간을 위해 일주일을 달려왔구나 라는 생각에 안도감과 약간의 성취감도 느껴집니다.

솔직히 궁상스럽지만 집에서 편하게 혼맥하는게 이미 너무나도 재밌는 놀이가 됬어요 ㅎ.

Cali Creamin’  Vanilla Cream Ale / 캘리 크리밍 바닐라 크림 에일 입니다.

그 전에 아주 맛있게 마셨던 boo koo IPA와 동일한 양조장이라 못해도 중간은 가겠지 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1)외관

 헤이지한 오렌지, 황금빛의 색깔로 균일한 정도의 순백색 헤드가 얹어졌습니다.

2)향

 재료 표기에 써있던 바닐라 빈과 콘 플레이크의 특징이 정직하게 들어납니다.

인스턴트 옥수수 스프에서 느껴지는 옥수수 군내와 슈크림같은 바닐라 향이 잘 어울립니다. 

전체적으로 달콤하다고 생각될 향으로 콘시럽을 잔뜩넣은 바닐라라떼가 연상되네요.

3)맛

 조금은 걸쭉하다고 느껴질 미디움 정도의 바디감으로 바닐라 빈의 크리미함, 옥수수의 고소함이 한 잔의 라떼를 마시는 기분입니다.

어쩌면 거북할 수 있는 바닐라빈의 느끼함을 의외로 강한 탄산이 잘 잡아주고 있어 거부감 없이 계속 마실 수 있게 도와줍니다.

언젠가 호기심에 마셨던 편의점 옥수수 우유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입안을 감싸는 감칠맛 끝에는 아주 살짝만 느껴지는 가벼운 쓴맛은 느끼함을 잡아주는 듯 합니다.

4)..

방에서 감질맛나게 잔에 따라 마시는것 보단

휴가철 마트에서 6캔짜리를 팩을 사고 신나게 놀다가 허기와 갈증이 동시에 느껴질 때 아이스박스에서 캔 째로 마셔버리고 싶은 맥주에요.

그 만큼 음용성이 좋아 수입맥주가 너무 쓰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적당히 즐길만한 에일이구요.

느끼함을 잡아주기위해서인지 페일라거급의 강한 탄산 이었는데 아예 질소를 넣어서 크리미함을 한껏 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