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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픽 3-2화

ㅇㅇ(180.70) 2018.04.09 20:57:21
조회 933 추천 27 댓글 5

글자수가 넘쳐서 두개로 나눴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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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 너 하는 거 봐서!”

 “, 그럼 제가 잘해야 되는 건가요, 못 해야 되는 건가요?”

 지금 그걸 농담이라고 하는 거야! 콩쿨, 얼마나 남았어?”

 ...... 세달 조금 넘게 남았어요.”

 

음악이야기가 나오자 건우는 다시금 긴장했다. 마에가 노트북으로 자신이 USB에 담아온 영상을 틀자 순간 온 몸이 경직되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영상을 보는 마에의 눈이 날카로워 질수록, 건우는 마른 침은 꼴깍 삼킨다. 아마, 콩쿨 당일 심사위원 앞에서 공연하는 것도 이보단 덜 떨리리라. 마에의 눈썹이 꿈틀거릴 때마다 건우는 속으로 제 시험지에 빗금을 치고 있었다.


 연습은 얼마나 한 거야?”

 호흡 맞춘 지는 이제 한 달 조금 안 됐어요요즘에는 학교 수업 끝나고 나서 틈틈이......”

 틈틈이지금 이 영상을 보고도 틈틈이라는 말이 나와이 수준이면 남은 3개월 죽어라 매달려도 대상은커녕 입상도 어려워연습스케줄 다시 짜.”

 

이후 2시간 내내마에는 이런저런 잔소리를 건우에게 쏟아냈지만 전이랑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더 이상 건우의 곡 해석에 대해 토를 달지 않는다는 것이따금 그가 질문해오는 것에 대해선 답을 주었지만그 이상의 참견은 하지 않았다사실마에는 건우가 학교생활에 열심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 동안 오갔던 메일을 통해 건우가 음악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자신의 생각처럼 그는 천재였다마치 스펀지처럼 배운 것을 그대로 흡수해내는 그는정말 끝없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아무것도 모르던 그 오만한 백치와는 달리분명한 음악적 견해가 지금의 건우에게는 있었다그러니 이젠 제가 그의 곡 해석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정말로 의미 없는 짓이다그저 그가 자신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전부일 것마에는 진작부터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물론그렇다고 해서 방금 그 영상이 마음에 든다는 것은 아니지만연습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각자 자기 파트는 잘 하고 있었지만전체적인 호흡이 조금씩 어그러져 있었으니까실수가 틀에 박히고습관이 되면 나중에는 고치고 싶어도 고칠 수 없게 되어버린다그러니 조금 고생을 하더라도 초장에 확실히 잡아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보고해영상 찍은 건 반드시 지참하고.”

 알겠습니다!”

 그만 가봐피곤해.”

 

열띤 토론을 끝내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던 건우의 눈에 어수선한 집 안 풍경이 비췄다전에야 궂은 일은 제가 도맡아서 했다지만한 사람이 이 많은 짐을 다 정리하기는 버겁지 않을까.

 

 제가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없으니까쓸데 없는데 신경 쓰지 말고 그 시간에 연습을 조금이라도 더 해입상도 어렵다는 말 빈말 아니야.”

 그래도…… 근데.”

 

그리고 그제서야 건우는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러고 보니 항상 그의 옆을 지키던 토벤이가 보이질 않는다.

 

 설마.’

 

그러나 대놓고 마에에게 토벤이는 어디 갔냐고 물을 수는 없었다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제 강마에는 정말 혼자인 것이다대신 건우는 엉겁결에 뱉은 말을 자연스럽게 마무리 짓기 위해 다른 화제를 꺼내 들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연락 안 하셨어요다들 선생님 뵙고 싶어 하는데.”

 나중에너 행여 내 번호 아무한테나 막 뿌리고 다녔다간 바로 아웃이야!”

 그래도…….”

 !”

 

그렇게나 단원들을 생각하던 마에였고단원들 모두가 그를 그리워했다그에게 그렇게나 신랄하게 욕을 먹었던 희연이나 용기도 가끔저에게 마에의 안부를 물으며 궁금해 했는데그리고,

 

 루미는.......”

 

자신의 입에서 루미의 이름이 나오자 마에의 몸이 순간 움찔하는 것을 건우는 느꼈다그것 보시라아직 신경 쓰고 있지 않은가하지만 마에는 다시금 태연하게 말을 잇는다참 야속하게도 말이다.

 

 수술 잘 끝났다며그럼 됐지굳이 만날 필요 뭐 있어.”

 

그래도 건우는 그의 말에 속으로 조금은놀랐다그가 제가 보낸 메일은 꼼꼼하게 다 읽어봤구나 싶어서그에게 메일을 보낼 때건우는 이따금 사람들의 근황도 함께 적어 보냈다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선 단 한번도 답장을 주지 않았다자신하고는 정말 음악 이야기만 하겠다는 듯사실그것도 달랑 한 줄의 답신일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가 봐.”

 “…… 그럼 쉬세요.”

 

단호한 그의 태도에 건우는 하는 수 없이 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몰라도그녀에 대해선 아직 그에게 할 말이 남아있었는데오늘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싶었다하지만 그가 당분간 한국에 머문다면아직 기회는 있는 것 아니겠는가그래서 건우는 오늘은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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