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갤에서도 이미 많이 봤을것같은 만갤산 짤부터 보고 시작하자


우선 스마트폰이 강세인 환경에서는 스크롤이 보기 편한것까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페이지뷰 방식으로 그렸고 페이지뷰어가 지원된다 해도 화면크기때문에 책 보는 감각을 완전히 재현하기는 무리거든

하지만 페이지뷰의 장점이 좀 죽는다 해도 스크롤뷰는 장점 한두개를 위해 단점을 와장창 가져왔단 생각밖에 안 든다

잠올때까지 그 단점이나 생각나는대로 좀 써본다




1. 늘어지는 연출


위의 짤은 현재 한국웹툰들 평균에 비해서 여백이 좁은 편이고 페이지당 컷수도 대체로 적정선이라 여겨지는 6컷 내외다

그런데도 4페이지=2장이 손꾸락이 아플 정도로 길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 컷수는 23컷으로 약 70컷을 기준으로 한다는 한국웹툰의 3분의 1정도지만 그래도 오질라게 길다

같은 분량도 한참동안 봐야 하는 스크롤뷰에서는 아무래도 독자가 더 지치고 늘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리액션같이 아주 큰 의미는 없는 장면들의 경우 굳이 스크롤을 할애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 컷이 필요없다는게 아니라 딱 저 원본처럼 구석에 작게 꼽사리끼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뜻

하지만 스크롤뷰가 되면 괜히 그 컷도 독립되는 경우가 많아서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고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

짤은 악역이 혼자 주절주절 연설하는 장면으로 선역들은 작은 사이즈의 리액션 컷이 많지만 원본의 경우 책 덮으면 그런 컷이 있었나 싶을만큼 비중이 낮고 실제로 그정도면 충분한 컷들이다

스크롤뷰는 그게 쓸데없이 한컷 뚝 떨어져서 여백 속에 존재하니까 너무 강조되게 된다

시야에 한두컷씩만 보여주는 한계 때문에 강조해야할 장면의 강조효과는 떨어지면서 슥 넘겨도 될 장면에선 역효과가 나온다는 거지


물론 원본은 출판만화 짬만 수십년인 데스노트 콤비가 페이지뷰 방식에 맞춰 그린거니까 강제로 스크롤뷰로 뜯어놓으면 안 어색한게 이상하겠지만

처음부터 스크롤뷰로 만들어놓은 웹툰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은 자주 느꼈을거라고 생각한다



2. 페이지를 넘기는 감각 ㅇㄷ


종이질감 종이냄새 운운할만큼 내가 문학게이인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쪽 이야기는 아니다


페이지뷰는 페이지 단위로 끊어지는 연출을 하게 되어있고 그 안에서도 시야 속 두페이지와 페이지를 넘겨야 나오는 페이지는 끊어지는 느낌이 다르다

어차피 만화 이야기겠다 일본 제책방식 기준으로 말하자면 왼쪽 페이지에서 반전의 느낌을 주는 연출은 잘 안보이지만

그 페이지를 넘기고 새로 펼쳐진 오른쪽 페이지에서는 반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스크롤뷰는 그냥 통째로 한묶음이니 진행되다가 갑자기 여백 좀 길어졌다 싶으면 다음컷에서 뭔가 터지는 정도가 한계


사실 이런건 영화나 드라마같은 영상매체도 매한가지고 그 자체가 문제라기엔 좀 무리가 있지

공포영화에서 문 딱 열기전에 좀 뜸들이다가 여는 순간 확 튀어나오고 으악 깜놀! 해버리는건 흔한 패턴이고 이건 웹툰에서 반전을 주기 직전에 여백을 쭉 늘리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근데 페이지뷰는 그걸 더 파워하게 할 수가 있거든

구구절절 말하기보다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지금 찍어온 예시를 보자

페이지뷰를 존나 잘 써먹은 진격의 거인이다

스크롤뷰로 이정도가 가능할까

최소한 지금까지 연구된것만 봐선 안될것같은데



3. 개좁아


스마트폰에 맞춰 발달한게 스크롤뷰 웹툰이다

뭐 시작이야 스마트폰 나오기도 전 마린블루스나 강풀 양영순 시대였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스마트폰에 맞춰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지금 내가 쓰고있는 s6만 해도 가로세로 비가 1대2에 가깝고 그저께 폰가게 가보니까 세로가 한참 더 길어졌더라

세로만 길어졌더라

가로는 주머니나 그립감을 감안해서 더 늘리지 않는것같은데 이건 이과 사정이고 어쨌든 스크롤뷰는 그런 액정에 맞춰져 있다


폰이야 그렇다 쳐도 컴퓨터로 웹툰을 보다보면 목을 90도 꺾어서 봐야하는 장면이 간혹 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페이지뷰에서 임팩트를 위해서 또는 넓은 풍경을 비추기 위해서 2페이지를 쓰는 그 느낌을 좁은 면으로 구현하다보니 그렇게 되는거지

사람 눈깔이 좌우로 한개씩 달렸으니 좌우로 넓은 연출이 시야를 꽉 채워서 임팩트를 주긴 더 좋은데 스크롤뷰는 태생적으로 그게 안돼요


폰을 돌려서 보면 되기 때문에 폰으로 보면 전혀 문제없는 연출 같지만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데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거랑 집에서 보는거랑 느낌이 존나 다른건 돌비서라운드뭐시기어쩌고저쩌고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역시 제일 큰 요인은 화면 크기라고 볼 수 있겠다

폰으로 보는 웹툰도 마찬가지

잡지보다 작은 단행본보다도 한참 작은 폰 화면을 아무리 꽉 채워본들 시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힘들게 그려놓은 큰 컷은 작가의 의도만큼 파워풀하게 전달되지 못한다

폰으로 보면 효과가 죽는건 페이지뷰의 2페이지도 매한가지긴 한데 그건 최소한 컴퓨터로 볼때만은 느낌이 산다


좁은건 그리는 입장에서도 문제가 되는데 눕혀서 그린다 쳐도 결국 위아래(=보는 입장에서는 폭)가 좁다

페이지뷰 만화에서 2페이지를 할애하지만 2페이지 전부가 아니라 반 정도만 이어지는 컷이 가끔 있다

이해하기 힘들까봐 또 찍었는데

이런거

페이지뷰야 이쪽을 쓰든 2페이지 전체를 쓰든 선택이 가능하지만

스마트폰에 맞춰진 좁은 스크롤뷰에서는 사실상 이쪽밖에 선택지가 없다

가로세로 비율을 적당하게 맞출수록 그림 자체가 작아져서 임팩트가 미묘해지고 임팩트있으라고 세로를 길게 뽑을수록 화면에 다 들어오지도 않으면서 묘사할 영역이 애매하게 제한된다


꼭 100퍼센트 단점은 아니라서 스크롤을 최대한 써먹어서 페이지로는 상상도 못할만큼 긴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4. 단행본


그건 또 이쪽이 문제가 된다

웹툰인데 웹으로 보지 뭐하러 책장 비좁은데 원시적인 종이책을 사냐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거고 갈수록 늘어나겠지

그래도 언젠가 망하면 끝일 사이트의 구독권보단 책이라는 형태로 소장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책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기 전까진 분명히 존재할거다


책 그 자체가 페이지뷰이니만큼 스크롤뷰는 무조건 단행본화에서 페이지뷰보다는 비효율적이게 된다

웹툰작가 대부분은 페이지에 그려놓고 하나하나 뜯어서 스크롤화시키기보단 처음부터 긴 캔버스에 그릴텐데

스크롤에 맞춰 연출하기 때문에 그걸 단행본으로 만들때 페이지뷰 형태로 억지로 끼워맞추면 당연하게도 이상해진다

위의 페이지뷰를 억지로 스크롤로 만든것보다도 훨씬 어색해지겠지


마음의소리 단행본처럼 그냥 페이지당 세컷정도씩 넣으면서 스크롤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래놓으면 책은 두껍고 비싼데 내용은 별로 없는 빡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다른건 몰라도 이것만은 원시적인 종이에다 책의 형태로 찍어내는 이상 뭔 짓을 해도 답이 없겠지

스크롤이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처럼 두루마리로 단행본을 낸다면 그나마 어떻게 되긴 할거다






밸런스상 스크롤의 장점이라도 몇개 말해서 실드쳐줄라했는데 잠오니까 이제 그만씀

시대가 변하면 변할수록 결국 페이지뷰보단 스크롤뷰 비중이 높아지겠지만 저 단점들을 쌈싸먹을만큼 장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