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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울린 ‘선공후사’(先公後私)

ㅇㅇ(218.238) 2017.10.23 15:08:01
조회 37077 추천 295 댓글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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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으로 투병하다 죽은 아들의 장례식날 곧장 업무에 복귀해 차질 없이 일처리를 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김 실장은 아들의 발인 다음 날인 10월 10일 원자력발전소(원전) 비리 종합대책을 생중계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실무자들은 발표 연기를 권했으나 김 실장은 “정부부처 업무를 조율하는 주무장관으로서 사적인 일로 공적인 일을 연기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직접 발표를 강행했다.


10월 9일 오후 김 실장은 관련 간부 직원을 불러 2시간 동안 발표 내용을 가다듬고 최종안을 만들었다. 그는 예정대로 10일 오후 1시 반 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2시 생방송으로 대책을 발표했다. 국무조정실 출입기자들은 대부분 전날 김 실장이 아들을 가슴에 묻고 온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 실장은 부고(訃告)도 내지 않고 부의금도 받지 않았다. 장례식도 소박하게 치렀고, 뒤늦게 아들의 죽음을 안 국무총리실 직원들과 알음알음으로 달려온 지인들이 김 실장을 위로했다. 


김 실장은 국무조정실 국정감사(10월 14일)를 앞두고 주말에도 출근해 일을 챙겼다. 이에 국정감사장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김 실장에 대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정훈(새누리당) 정무위원장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국정감사를 잘 준비한 김 실장에게 감사드린다”고 했고 김영환, 이종걸 민주당 의원도 “아주 큰 슬픔을 안고 있는 국무조정실장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며 차질 없는 국정감사 준비에 감사한다”고 했다.


뒤늦게 소식 들은 총리실 직원들 


김 실장의 모범적인 선공후사(先公後私) 실천도 눈에 띄는 일이지만, 죽은 아들과 그의 가족사가 평범하지 않아 더욱 애틋한 느낌을 갖게 한다. 김 실장은 알려진 대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서울 청계천 판자촌 소년가장으로 살면서 상고를 졸업한 뒤 은행에 근무하며 주경야독한 끝에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한 ‘고졸신화’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아들 덕환 씨는 미국 명문대를 나오고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였다. 김 실장이 워싱턴 DC에 있는 세계은행(IBRD)에서 근무할 때 고등학교에 다니던 덕환 씨는 이후 시애틀 워싱턴대에 진학해 국제관계를 전공했다. 장래희망은 전공을 살려 개발도상국을 위한 개발협력 관련 일에 종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교 때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여름방학에는 중국 베이징위옌대(北京語言大學)에서 중국어를 공부했고, 수출입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서 인턴을 하며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덕환 씨는 국제관계 명문대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워싱턴 DC에 있는 미주개발은행(IDB)에서 근무했다. 군복무를 장교로 지원해 2012년 봄부터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근무할 계획 하에 육사 관계자들을 만나 예비면접을 봤을 정도로 건장한 청년이었다. 


덕환 씨는 사회봉사활동에도 열심이었다. 대학 시절엔 미국암협회에서 암기금 모집(Relay for Life) 이벤트를 관리하는 자원봉사를 했고, 포토맥 공공도서관에서도 4년 동안 자원봉사 사서로 일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할 때는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2008년 여름엔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선거본부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표명했고, 대학 4학년 때는 ‘동아일보’ 인턴기자에 응모해 3개월간 인턴을 하기도 했다.


그런 덕환 씨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2011년 9월이다. 당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으로 있던 김 실장은 워싱턴의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퇴근 후 농구를 하던 중 허리를 다친 것 같다고 했다. 중학생 때 꿈이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였고, 경기도 길거리 농구대회에 나가 입상할 정도로 농구를 잘했던 터라 가족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덕환 씨는 금방 낫지 않았고 여러 날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김 실장은 아들을 서울로 불러들여 병원에 입원시켰으며 예진 결과 급성백혈병임이 밝혀졌다. 이제 막 인생의 날개를 활짝 펴려는 전도양양한 젊은 청년에게 너무도 가혹한 일이 생긴 것이다. 


힘든 투병생활이 시작됐고, 항암치료가 이어졌다. 김 실장은 이후 기획재정부 차관으로,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하면서도 아들의 투병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 국무조정실 직원들도 덕환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서야 투병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받던 덕환 씨는 골수이식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항암치료 끝에 생성된 자기 골수를 빼내 이식하는 자가이식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병이 재발했고 다른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았다. 그러나 완치의 희망에도 올해 5월 재발해 다시 입원했고, 이후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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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남자들과 대화 꿈꿨는데… 


마지막으로 김 실장이 자신의 골수를 내놓기로 했다. 부자간 골수는 50%밖에 맞지 않아 치료 가능성은 낮았지만 가족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9월 16일 월요일 김 실장은 건강검진을 받는다며 연가를 냈다. 월요일 총리 주재 간부회의가 있는 날이어서 비서진을 포함해 일부 간부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김 실장은 총리에게만 미리 보고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이튿날에도 링거를 잠시 떼고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다시 병원으로 가서 이식 수술을 했다. 김 실장은 자신의 골수를 이식했기 때문에 의학적 가능성을 뛰어넘는 영적(靈的) 효과까지 기대했으며, 덕환 씨도 아버지 골수였던 만큼 더욱 희망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덕환 씨는 병상 노트에 ‘깊은 상실감에 빠진 나를 위해 두 소매 다 걷으신 아버지, 어머니, 미국에서 언제든 나를 위해 들어오겠다는 동생, 그리고 응원과 기도를 해주는 지인들. 감사합니다…. 꼭 다시 일어날 거다’라고 적었지만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장례식 후 김 실장은 직원들에게 쓴 e메일에서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된 것에 대해 이해를 구하며 ‘공직을 내려놓고 아이 곁에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여러 차례 했다. 착하고 아름다운 청년이었기에 더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들 일로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총리가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2011년 ‘신동아’ 4월호 ‘명사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 하고 싶은 일 목록) 특집에서 자신이 열한 살 때 서른셋 나이로 세상을 뜬 ‘아버지와의 대화’를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일로 꼽았다. 그러면서 아버지 사후 25년 되는 해에 산소를 이장하며 아버지와 ‘(마음으로) 만난’ 사연을 소개하면서 이제는 두 아들과의 대화를 버킷 리스트 맨 위로 올린다고 쓴 적이 있다. 


“이제는 오랫동안 가졌던 ‘아버지와의 대화’ 꿈을 거꾸로 가져본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자식들과 철든 남자 대 남자로 대화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 버킷 리스트의 맨 윗줄에 올린다. 나는 누구였고 무슨 꿈을 갖고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또 두 아들과 인생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아버지와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두 아들과 나누고 싶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와는 하지 못했던 뜨거운 포옹을 이야기 끝자락마다 나누고 싶다. 아, 돌아가신 아버지도 그 대화의 장(場) 어디엔가 계실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아들과의 대화를 버킷 리스트 맨 위로 올렸던 김 실장이 자식을 잃은 아픔 속에서도 선공후사의 모범을 보인 점은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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