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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돼지

민들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9.09 21:19:47
조회 2871 추천 35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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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아, 레비아? 상태가 이상하군. 임무를 하달하겠다. 레비아 응답해라.”



 뻐꾸기 넘어로 들려오는 트레이너의 목소리는 이미 레비아의 귀에 닿지 않는 듯 했다. 레비아는 자신이 곧 자신에게 닥칠 운명에 고개를 저으며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고있었다.

지금까지 항상 돼지라고 놀림을 받아도 꾹 참으며 “맞아요… 레비아는 돼지에요. 살이 포동포동 올랐어요..” 라고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들에게 대답했었지만 이번 사태는 정말로 참기가 어려웠다. 고작 그 옷 한장 걸치는 것 만으로, 허리가 좌우로 늘어나다니….



 “아, 네에- 훌쩍 트레이너님….”



 그녀는 눈물을 숨기고 다시 뻐꾸기를 향해 뒤돌아섰다. 그리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트레이너는 잠시동안 얼이빠진 표정으로 서있다가 그녀가 울고있는 이유를 물어왔다.

레비아는 그런 그에게 솔직히 털어놓기가 싫었다. 고작 이런 이유로 운다는 말을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나타라면 분명히 그렇게 대답했겠지. 하지만 문득 떠오른 생각이 그녀의 결심을 바꿨다. 트레이너라면 다르겠지.



 “…제 신규 코스튬이 메이드복인데, 허리가 너무 두꺼워요. 마치 레비아가.. 돼-돼-돼지가 된것같잖아요.”



 “…뭐라고?”



 트레이너는 레비아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역시나구나, 하며 레비아는 실망한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트레이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고개를 들게했다.



 “잘 들어라 레비아. 너는 돼지가 아니다. 너의 그, 뭐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른과도 같이 성숙한 체형은 확실히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넌 돼지가 아니란거다.

확실히 여성에게 그런 말은 실례되기 마련이다. 그런 말을 네 눈 앞에서 지껄이고 다니는 놈이 생기거든 내게 보고하도록.”



 “트레이너님….”



 레비아는 사막에서 오아시를 찾은듯한 느낌이 들어, 그 자리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는 한숨을 내쉬고 울기시작한 레비아를 어떻게든 달래보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터져버린 그녀의 한맺힘 울음은 끊일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그 울음은, 밤이 깊도록 계속되었다.



























 다음날, 눈이 퉁퉁부어 일어난 레비아에게 나타가 다가왔다. 나타는 “좋은 아침이다 차원종. 그리고, 이 소식을 봐.” 라며 종이 한장을 걸쳤다. 총본부에서 내려온 종이쪼가리였다.

레비아는 반쯤 기대에 찬 마음으로, 아직 덜 깬 잠으로 인해 감겨있는 눈을 억지로 떠가며 종이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레비아는 돼지가 아니에요!”



 그르릉- 하며, 레비아가 낮은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캬아악- 하는 뱀과도 같은 울음소리가 나타의 귓전을 때렸고, 나타는 무언가 안좋은 일이 생길것을 직감했다. 그는 날쌘 몸놀림으로 레비아의 방에서 빠져나갔고, 그가 빠져나간지 얼마 안되서 방이 통째로 폭발하며 차원종의 검고 탁한 자색의 위상력이 방 주변을 맴돌다 소멸했다.



 “…야 미쳤어! 날 죽이려고 든거냐? 어이 차원종! 너 진짜로 미쳐버린….”



 “닥쳐. 배고파. 레비아 밥먹을거야. 너 맛있어보여.”



 …레비아는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게 된 듯 했다. 나타는 자신을 먹으려고 드는 레비아를 견제하기 위해 쿠크리를 집어들었다. 하지만 동료를 공격하는것은 있을 수 없는 법.

거기다가 남몰래 의지하기도 했던 진정한 동료였기에 그는 쿠크리를 던지는것을 망설였다. 이윽고 레비아가 사납게 나타를 향해 돌진했다. 나타는 쿠크리를 집어던지고 빠르게 순간이동하며 던졌던 쿠크리를 집어들었다. 순식간에 접근했던 레비아의 뒤로 돌아간 나타는 “뒤가 텅 비었군!” 을 외치며 확인사살을 발동시켰지만 뒤가 텅 비기는 개뿔.



 “뒤가 텅 빈건 네쪽이야. 너 먹는다. 내가.”



 언어능력을 반쯤 상실해버린 레비아의 말과 동시에 나타는 자신의 발쪽에 뜨거운 격통이 내달리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타는 잘려나간 발목을 감싸안으며 비명을 질렀고, 쓰러진 나타를 향해 레비아는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미쳤어, 어 너 미쳤다고! 레비아! 야! 정신차려! 으, 윽-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어. 너- 정말로 너 자신을 돼지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너 충분히 귀엽다고 빌어먹을!”



 “개소리 집어치워.”



 나타는 자신의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털어놓았지만, 제정신이 아닌 레비아는 그 뜻을 왜곡해서 받아들였다. 귀엽긴 개뿔이. 개소리 집어치워, 라며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리고 나타의 발을 힘껏 물어뜯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서서히 그에게 다가섰다. 너무나도 큰 공포, 처음 느껴보는 공포에 나타는 오줌까지 지리며 히끅히끅, 눈물을 터뜨렸다.



 “시-싫어 누구라도 좋으니까 구해줘! 주-죽기 싫어, 나- 나는- 자유로워질거라고! 나 여기서 죽기 싫단말이야아아아아아아!”



 그의 외침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타의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고기가 잘려나가고 찢기는 끔찍한 소리. 그리고 무언가 터져 날아가는 그로테스크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뒤로, 나타와 레비아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대신, 돼지같이 큰 몸집을 한 차원종이 가끔씩 밤에 도시에 내려와 식인을 한다는 도시괴담이 떠돌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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