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없는 새끼들을 위해 요약 : 예전에는 하녀=메이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일단 '메이드'라는 직업(Job)은 하녀를 가리키는 말이 맞다. 요즘이야 자동화가 많이 되었으니까 점점 없어지는 추세긴 하지만,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편리한 기기들이 존재하지 않았고, 꽤 규모가 되는 집에는 하녀들이 필요했다. 

그렇게 큰 집에는 집안일의 가짓수가 많다 보니 하녀들의 역할도 분화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여주인의 시중을 드는 메이드부터

이런 식으로 허드렛일을 하는 메이드까지 다양한 종류의 메이드가 있었다.

직책이 높고, 대외적으로 보여줄 일이 많은 경우에는 우리가 아는 프릴 달린 옷을 입은 메이드들이 나오지만, 집안일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보니 메이드들의 복장도 철저하게 집안일을 하기 위한 것일 수 밖에 없었다. 앞치마 같은 경우에야 필요하지만, 프릴 같은 건 일할 때 방해만 되니까 직책 낮고, 몸 쓰는 일을 많이 하는 메이드들은 우리가 아는 메이드복을 입지 않았지.

그리고 메이드라는 '직업'의 시대는 그 막을 내린다. 첫째로는 인건비가 무진장 올라갔기 때문에 예전 처럼 싼 값에 하녀들을 여러명 고용할 수 없게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는 메이드의 1년 연봉이 170만원 정도였다고 하니 메이드를 마구 고용해댈 수 있었지만 월급이 폭등한 뒤에는 이런 사치를 부릴 수가 없게 되었겠지. 둘째로는 가사노동이 자동화 되었다는 거다. 세탁은 세탁기가, 청소는 청소기가 해 주니 가사노동의 부담이 엄청나게 줄었다. 비싼 메이드를 고용하는 대신에 이런 기계들이 가사노동을 대신해 주는 거지.

현재는 사실상 '메이드'라는 직업은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물론 '가정부'를 예전의 '하녀'역할로 본다면 메이드라는 직업은 아직도 유지되는 중인 건 맞는데, 어느 누구도 가정부를 메이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하지만 메이드는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세계에서 마구 번창하기 시작한다. 물론 전통적인 직업으로써의 '메이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제멋대로 뒤틀어진 가상의 존재 '메이드'로 바뀌어 버렸지.

오늘날의 메이드는 더 이상 가사노동에 종사하지 않는다.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쓰면서 단검을 날리기도 하고, 전직 무장반군 출신이면서 인사와 함께 치마에 숨겨놓았던 수류탄을 한번에 굴려대기도 한다. 더 이상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메이드에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가사노동을 전혀 하지 못하는 메이드까지 존재할 지경이다.

오늘날의 메이드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딱 두 가지 뿐이다. 메이드복을 입을 것과 주인이 존재할 것. 이것만 만족하면 그 무엇이라고 해도 메이드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메이드는 하녀가 아니다. 하녀는 '남에게 고용되어서 집안일을 하는 고용인'을 말하는 것이지만, 오늘날의 메이드는 '메이드복을 입고, 주인이 존재하는 모든 존재를 말하는 거다. 그러므로 메이드복을 입은 하녀는 메이드에 속하는 존재긴 하지만, 메이드복을 입지 않았다면 직업으로써의 '메이드'라고 할 수 있어도 오늘날의 '메이드'의 정의에는 부합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메이드나 하녀나 다 똑같은 거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는 인간이 있으면 이 글을 보여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