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폐인처럼 방 안에 처박혀 있는 나타. 그 안으로, 슬비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빛을 잃은 눈동자는, 슬비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어디를 보고 있는지, 본인조차 모를지도......

"미안해, 나타. 우리들의 이기심으로...아니, 시작은 나였지. 나의 이기심으로...너를 그렇게 만들었어"

나타가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 시선의 끝에, 죄책감으로 가득한 이슬비가 있다

"나는, 너무 오만했어...나라면, 너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그렇게 생각해 버렸나봐"

"......"

"변명은 하지 않을게. 네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든가, 아니면 내가 너에게 사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길 바래. 네가 바란다면, 뭐든지 할게"

나타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 건 결국...네 자기만족 아니야?"

"......"

"너는 벌을 받았지. 그래서 내 화가 풀린다면, 그걸로 만족할 거야? 내심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겠지? 도를 넘어서는 벌은 주지 않을 거라고. 내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써서, 여기서 너에게 나쁜 짓을 하면, 나에 대한 평가는 이전보다 더 최악으로 치닫을 거야, 안 그래?"

"아, 아냐! 나는 그런 걸 바래서 그러는게 아닌...!"

당황하는 슬비의 얼굴 바로 옆에, 나타는 쿠크리를 꽂았다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그런 식으로 들려, 알고 있어? 엉?"

"......"

슬비는 긴장했다. 지금의 나타난,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 잘못하면 정말로 위험한 수단을 사용할 것 같은 느낌

"날 치료해보겠다고 했던가? 자신이 있었다고? ...좋아. 그럼 갈때까지 가보자고...누구 하나가 죽어버릴 때까지 말이야"

"......무슨 의미야?"

나타는 벽에 박힌 쿠크리를 뺐다. 지금의 분위기는, 어딘가 초연하고 흐릿해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덧없음이 느껴진다

"이미 그 망할 큐브 속에서 못 볼 꼴을 다 보여줬었지. 그러니까, 더 이상 숨길 건 없어. 부정할 수 있는 것도 없을테고"

더 이상의 거짓말과 부정은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진심으로 부딪힌다. 하지만, 그 진심이 밝고 깨끗한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항상 내 옆에 붙어있어. 그리고, 내가 잘못된 짓을 하려고 하면, 죽을 힘을 다해서 말려. 그게...내가 너에게 내리는 벌이다"

어떤 의미로는 반쯤 빙 돌린 프러포즈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타도, 슬비도 그걸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다

"좋아...그게 네가 바라는 것이라면...해볼게"

*

김유정은 최근 나타와 슬비의 행동을 보고 의이하게 생각했다

어느 의미로는 가장 사이가 나쁠 것 같은 두 사람이 항상 행동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볼 일을 보거나, 샤워를 하거나, 잠잘 때 등을 제외하면 그들은 항상 곁에 붙어있었다. 둘이서 대화를 나누면서도, 티격태격 거리긴 하지만, 옆에서 보면 무슨 사랑싸움처럼 보이기도 했다

"음.....좋은게 좋은거니, 그냥 넘길까?"

아, 이번 단편은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