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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문대회]출품작 심사평_순수문학분야/가~사

겨울문학대회총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31 01:44:46
조회 440 추천 17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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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겨울왕국 겨울문학대회 총대입니다.

겨울문학대회 심사평을 공개합니다.

참여하신 문학러님, 심사위원님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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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문학]


ㅁGeminidene

-OST sisters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You’ll always have me! 노덜드라에서 유성우를 바라보는 밤이라니. 낭만적이기 그지 없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유성우를 바라보는 장면을 아이맥스에서 보여준다면 어떨까 상상했다.

특별히 거대한 사건 없이도 잔잔하게 이야기를 한땀 한땀 이어나가는 분위기가 큰 장점이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자매의 감정선이 애틋하다. 엘사와 안나의 시선과 교차시키면서 서로 같은 마음임을 확인하는 연출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않았을까 싶다. 매티어스와 헬리마의 이야기도 분위기를 더 훈훈하게 만들지만 조금 분량을 줄이고 엘사와 안나에게 할애했다면 집중하기 수월했을 듯 하다.


-안갤엽편대회 출품작 중에 비슷한 작품이 있었죠. 제목은 ‘76’이었습니다. 일정 주기에 따라 되돌아오는 혜성을 소재로 하여 엘사와 안나 자매가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혜성을 바라보며 서로간의 유대를 나눈다는 작품이었죠. 아마 그 소재를 가지고 조금 더 길게 이야기를 만든다면 이런 비슷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감성적인 면에선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엘사와 안나가 서로에게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유성우라는 소재를 통해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별이나 천문 같은 소재를 통해 두 사람의 유대를 드러내는 작품은 이렇게 종종 보게 되네요.


-글에서 나오는 별자리에 낭만이 느껴지고,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적 대화조차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맘에 안 들면 어쩌지, 내 반응이 못 미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이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더 생각한다고 생각되어 좋았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최고의 선물이 된다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훈훈하며 따뜻해지는 훈훈한 글이었습니다.


-작품을 읽기 전 작품 제목이 무슨 뜻인지 가장 먼저 찾아봤었다. 제목이 나지막이 암시해 주듯, 마치 거기에 맞춘 듯한 작가의 섬세한 문체는 몰입감을 최고로 높여줘 작품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자잘한 웃음과 함께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게 될지 묘한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낭만적이고 따스한 감정을 읽게 해 준 작가에게 감사한다.


-처음 제목을 보자마자 뜻이 뭘까.. 궁금했습니다. 바로 찾아보면 왠지 안될꺼 같아서 다 읽고 찾아보았는데, 그러길 잘한 것 같네요.

노덜드라의 엘사, 아렌델의 안나. 둘은 겨울왕국2가 끝난 후 각자 따로 떨어지게 되있었습니다. 아무리 친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도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진부한 말이 있듯이, 엘사와 안나가 서로 떨어지게 된 시점부터, 조금씩 서로의 사이가 멀어지게 된 것은

필연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두 자매의 사이가 다시 가까워지게 되는 것은 겨우 말 몇 마디면 충분하겠죠. 언제나 서로를 향한 마음과 생각은

멈추지 않았을테니까요. 글의 제목, Geminidene. 찾아보니 노르웨이어로 쌍둥이 자리라는 뜻입니다. 별과 별 사이는 저희가 상상도 못 할만큼

벌어져 있을텐데, 쌍둥이 자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 두 별은 의미상으로나마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가까운 별이겠죠. 엘사와 안나처럼.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해질 정도로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문학이었다. 밤하늘에 별이 아름답게 뜨고 유성우가 내리는 상황 자체도 아름다웠고 엘사와 안나 뿐만 아니라 안나와 크리스토프, 매티어스와 헬리마 등 여러 등장 인물들 사이의 분위기또한 따뜻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크리스토프, 라이더, 올라프의 한심한 대화들, 매티어스의 과거 폭로도 피식 웃음이 나오게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 재미가 뜬금없이 메인 스토리인 자매애을 해치는 정도는 아니어서 더욱 좋았다.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할 때 "내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할까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아낀다는 것이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반증이다. 서로한테 선물을 줄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최고의 선물이다. 심사평을 쓰다 보니 이 소설과 꼭 맞는 가수 비의 노래 '최고의 선물'이 생각났다. 정말 사랑한다면 이세상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은 너가 아닐까.


-별자리를 이용한 감성 자극은 클리셰인 만큼 효과적이죠. 이 작품이 다만 별이라는 배경에 기대기만 한 것이 아닌, 각 캐릭터의 감정 호환을 화목하게 그려냄으로써 아름다운 무대로 십분 활용하였다는 것에 높게 평가하는 바입니다.

엘사가 선물한 쌍둥이자리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서로 다른 공간에서도 같은 별자리를 보듯이, 몸과 마음이 꼭 동일시될 필요는 없다는 일종의 자기 위안이자, 안나의 대답이 필요한 재확인이 아니었을까요. 무엇이 되었든 그 순수한 사랑은 경이로운 대자연과 소박한 인간의 대비를 통해, 저에게 효과적으로 와닿았습니다. 부드러운 시각 위주의 묘사가 대화 사이로 자연스레 스며들며,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만든 것도 큰 몫을 했고요.

너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진심이 온전히 전해지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제나 모순을 동반하는 듯싶습니다. 시작과 끝에 위치한 엘사의 독백에서 그런 혼란스러움이 잘 나타났습니다. 결국 서로를 너무 배려한 나머지 생긴 기우에 지나지 않았지만요.

글체가 참 예쁘고 소중한 문학이었습니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 재미를 더한 일상물입니다. 그녀들의 사랑은 서로에 대한 모든 불안과 걱정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담고 있고, 두 자매는 이미 각각 지니고 있던 사랑의 존재를 쏟아지는 유성우 아래서 깨닫게 됩니다. 엘사의 독백에서 안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절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화가 많아 애니메이션이나 웹툰으로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다만 화목한 분위기의 옅은 긴장감 탓에 몰입도가 떨어졌던 점이 아쉽습니다. 주연은 말할 것도 없고 빛나는 조연과 나머지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일상단편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ㅁ가석방

-지략가 안나가 등장하는 매력적인 상상이다.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지만 전에 없는 권모술수에 능한 모습을 지닌 이중성을 보여주는 안나라…….

겨울왕국 본편의 코멘터리를 읽는 기분도 들었다. 모사꾼 안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고 생각을 하는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전지적 시점 때문이다. 창작자가 아는 내용을 술술 풀어내는 해설서 같은 느낌이다. 시점을 바꿔서 안나가 아닌 다른 인물을 통해 안나의 권모술수를 드러냈다면 이중성을 지닌 안나의 매력이 한 껏 더 증폭되지 않았을까 싶다. 가령 아그나르와 이두나가 안나와 대화하면서 어린아이답지 않은 비범한 면모를 발견한다던지, 안나의 지령을 받은 병사의 심리묘사라던지.

후반부에서 갑작스럽게 마무리 지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른의미로 “트루 러브”를 실천한 안나 덕분에 겨울이 끝난 것일까?


-재밌다 보니 오히려 짧은 게 아쉬웠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엘사, 안나, 한스의 삼파전은 더욱 자세히 길게 읽고 싶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깔끔하고 가독성도 좋았고,

안나의 냉혹하고 책사 같은 캐릭터가 저에겐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엘사의 사형선고 장면에선 심장이 쿵 하는 반전도 있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매력적인 소재가 아닐까. 뻔한 전개로 가는 건가 싶지만, 이러한 생각을 가뿐히 뒤집듯 흥미롭게 다각도에서 바라보게 되는 작품이다. 다만 급하게 마무리를 한 건지 몰라도 조금 장황하게 끝맺은 듯해 아주 아쉽다. 하지만 그만큼 마치 그 장소들을 따라가듯 생생한 흡입력 있는 문체는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겨울왕국을 토대로 쓴 한편의 잔혹한 서스펜스입니다, 저희가 아는 사랑넘치는 동화인 겨울왕국이 아닌.

그래서 좀 더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동화에서 벗어난 만큼 우리가 아는 현실과는 더 가까워져 있죠.

평소에 많이 볼 수 있는 절절한 자매의 사랑 이야기와는 달리 건조하고 담백한 사랑 이야기.

그저 멀리서라도 내가 사랑한다는 사실만을 알기를. 이런 류의 문학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초반에 전개 속도가 꽤나 빠르지만 팬픽이라는 장르의 특수성으로 독자는 배경 지식을 갖추고 있기에 내용 이해에 큰 문제가 없을것 같다. 또, 빠른 전개 와중에도 실제 겨울왕국1편과 미묘하게 다른 점들과 안나의 심리와 생각이 드러나는 부분은 조금 템포를 늦춰 이해하기 쉬웠다. 혹시 발암이 아닐까 조마조마했지만 이는 사건과 갈등의 전개를 그만큼 잘 풀어냈고 독자를 심장 쫄깃하게 쪼았다는 이야기이다.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등장인물들이 서로 이해를 따져 행동하기보다는 감성에 따라 행동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들이 각 순간 냉철하게 이성적 선택을 했을 때 벌어질법한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영화와는 다른 종류의 극적긴장감을 주었다.

겨울왕국 2편을 본 독자들의 관점에서는 북쪽에 아토할란의 존재가 필연적이지만 작중 엘사의 관점에서 그저 본능에 이끌려 특별한 능력이 있는 목적지에 도달한 것은 우연적이다. 북쪽을 향하는 본능에 대한 근거(가령 얼음으로 마법 나침반을 만드는 등)가 있었다면 더 매끄러운 스토리가 됐을 것 같


-전략가 안나라니 엄청난 발상이군요.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럴싸합니다. 불안정한 엘사를 보살펴줄 유일한 혈육이자 왕족인 안나를 차선책으로 마련해 놓는다는 게. 자매의 입장에서는 너무 잔인한 선택이지만, 왕 된 아그나르로서는 현실과 타협하는 게 우선, 별다른 수가 없지요. 그런 설정으로부터 시작된 이 문학은, 겨울왕국 1의 또 다른 관점과 진정한 사랑의 재해석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냉철하게 교육받은 안나라도 제 언니를 사랑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수많은 껍질에 둘러싸여 있으나, 그 제일 안쪽은 순수하게 가족만을 원하는 어린 소녀가 있지요. 문득 우리가 원래 알고 있는 겨울왕국의 캐릭터들이 정말 운이 좋은 동화적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안나의 서사를 살짝 비튼 것으로 천지차이의 결말을 이끌어 낸 작가의 구상력이 놀라웠고요.

원래의 이야기에 존재하던 대화와 상황을 인물 간으로 교차시켜 대비를 보여주는 표현법이, 사건의 비극성을 강조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결말에서도 엘산나의 죽음보다 현실을 위해 이별하고 각자의 위치를 무심하게 찾아가는 모습으로 자매의 성장을 그렸기에, 더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으로 남았네요.

-또 다른 후계자로 길러진 모략꾼 안나와 그를 견제하는 엘사의 이야기입니다. 읽기 시작하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원작의 첫 흐름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으나 현실적인 왕정, 후계 이야기가 더해져 만약 넷플릭스가 겨울왕국을 드라마로 제작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퀸즈갬빗이라는 드라마가 떠오르네요. 모든 게 안나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합리적으로만 행동한다고 모든 일이 잘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좀 더 마음을 열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후반부에 힘이 빠져 내용이 생략된 듯한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원작의 안나가 항상 다 받아주고 상처받는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안나는 정말 엘사의 구원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둘에게 너그러운 건 아토할란이었네요.



ㅁ광휘의 제국

-과거에 묶인 인물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엘사, 오큰 그리고 시종장은 닮은 꼴이다. 이들은 모두 “지금”, ”여기”를 살고 있지 못하다.

엘사는 이제는 흘러간 아렌델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기억하려 애쓰고 있다. 의도적으로 마법을 버린 수 머리칼이 갈색으로 바뀌고 아토할란도 녹아내려 호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큰은 아버지의 유훈에서 벗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호수에 가서 자신의 욕망을 확인하려는 모습, 아편에 중독되었던 과거. 시종장은 자신에게 닥친 사고로 비롯된 증오와 복수심을 억눌렀으나 엘사가 지니고 있던 자신의 곰인형과 우연히 마주치고 강제로 그 분노를 마주했다. 세명이 겪은 사건은 각자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의 선택 영역 밖에 일이다. 엘사가 마법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렌델에서 추방된 사건. 오큰의 외지인의 아들이고 상선이 풍랑을 만났던 사건. 북쪽산 사건으로 인해 시종장이 가족과 다리를 잃은 사건. 모두 겪어내기 힘든 사건이다.

이런 힘든 일을 겪을 때 문제의 회피는 누구가 선택할만한 쉬운 선택지다. 오큰은 아편의 환각으로 도망치기도 했다. 아편은 아니지만 오큰의 질문처럼 사람들은 무언가에 중독되어 회피한다. 엘사는 호수를 찾았다. 호수가 비추는 것은 환상이다. 일종의 환각이 아닐까. 정해진 미래를 비추는지 바라보는 사람의 욕망을 비추는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하나 확실한 것은 지금 여기를 비춰주지는 않는다. 왜곡된 거울인 셈이다.

어린왕자의 유명한 길들이기를 가져온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길들이기란 곧 관계맺기다. 지금 여기 내 눈앞에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 길들인다는 것이다. 엘사와 오큰은 체스를 두고 시종장은 그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길들이고 길들여진다. 마법은 엘사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그것이 엘사는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아렌델로부터 추방된 것은 가슴아프기 그지없다. 그러나 돌아갈 수는 없다. 지금 여기 엘사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오큰과 시종장이다. 오큰과 시종장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뜻하지 않게 시종장의 인생궤도를 바꿔버린 엘사에게 더 이상 마법은 없다. 이들은 각자 이런저런 삶의 궤도를 흘러왔지만 지금은 환각(호수)에 붙잡혀 지금 여기를 살고 있지 못하다. 호수가 보여주는 환상은 그들이 갈 길이 아니다.

오리지널 캐릭터인 시종장은 이전 다른 프갤문학에서도 본 듯하다. 아렌델을 수호하는 군인을 꿈꿨으나 그가 지키고자하던 여왕의 과실로 많은 것을 잃어다. 꿈조차도. 시종장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시종장에게 가장 많이 이입하고 상상했다. 처음에는 불의의 사고로 상처를 입었으나 갈수록 스스로 상처입히고 괴롭혔을 시간이 떠올랐다. 그가 호수를 향해 곰인형을 집어던진 건 매우 적절한 마무리였다. 아무래도 엘사와 시종장이 만난 건 지난 인연을 해결하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놀랄 만큼 익숙한 내용입니다. 네. 필체가 익숙한 게 아니라 내용이 익숙합니다. 훌륭한 솜씨, 훌륭한 묘사, 그리고 훌륭한 내용전개이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평가를 드리긴 어려울 거 같습니다. 아마도 겨울 문학 대회는 그 자체가 독자적인 서사로 인정되는 그런 새로운 단편 문학들을 받기 위해 열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회 취지를 제가 잘못 넘겨짚은 거라면 상관없지만, 이 대회에 이미 있던 장편 문학의 외전을 제출한다는 건... 어느 정도 감점요인이지 않을까 싶네요.


-비극적 이야기 속에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마법을 포기한 엘사가 낯설지만 흥미로웠고,

특히 오큰과 엘사의 마지막 오큰의 꿈에 대한 대화에서

저에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호수가 보여주는 행복한 모습, 현실은 전혀 다른 모습인 비극

하지만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야 하겠죠.


-작가가 소재와 주제에 대한 고민이 꽤 많았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하게 되는 느낌이 든다. 그에 보상하듯,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지 않고 신중하게 작품을 장식해 빠르게 사건 속으로 몰입하게 해준다. 그만큼 작가의 표현의 깊이가 딴생각도 할 틈새도 없이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 후련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엘사 여왕님은 힘이 생겨도, 힘을 잃어도 참 삶이 고달프십니다. 소설 속의 녹아버린 빙하의 호수는 파편화된 미래를,

자신이 욕망하는 미래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미래의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가 느끼는 것은 바로 지금, 현재뿐이죠.

미래가 다가온 순간, 그것은 미래가 아닌 현재니까요. 빙하의 호수가 보여주는 미래 속에서 행복한 미래, 불행한 미래 등 다양한 미래가 존재하지만,

결국 아직 현실이 되지않은 망상일뿐이죠. 엘사는 행복한 미래를 탐하는 욕망에 빠져 허우적대는 대신, 새로운 미래로 걸어나갑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휘의 제국으로요. 몽환적이고 시적인 표현들이 참 좋았습니다.


-소설 전체가 잔잔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 점차 기억까지 잃어가는 엘사의 내적 불안감이 잘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특히 시종에 대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해 놓은 후 겨울왕국 1편의 엔딩에서 모두가 해피엔딩을 만끽하는 동안 누군가는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입었을 수 있다는 설정이 새로웠다.

내적 갈등과 후반부의 외적 갈등을 찾아내는 재미는 있었으나 임팩트는 크지 못했어서 아쉬웠다.


-'프갤문학이란 무엇인가' 라고 하면 꼽기 힘들지만, '문학의 정석이란 무엇인가' 를 프갤에서 논한다면 저는 횡단열차 시리즈를 꼽겠습니다. 2부 얼음꽃을 아직 읽지 않은 게 한입니다만.... 물론 1부의 속편이라 생각하면 캐릭터성이나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무르익은 감정 묘사와 신중한 어휘 선택, 그리고 상징적 비유는 언제나 읽어도 즐거웠고요.

글의 전반에서 몽환적이고 중의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양날의 검으로 느껴졌습니다. 하드코어 한 미사여구를 포함한 표현을 즐기는 독자도 있겠지만, 심사위원 된 입장에서 '최대 다수의 프갤러가 읽기에도 편할까' 라는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독자의 역량이 대부분의 책임을 가져가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작가에게 주어진 숙명이니까요.

아쉬운 점은 그뿐입니다. 읽기 위해서 횡단열차 시리즈를 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광휘의 제국>은 그 자체로서도 하나의 감동적인 서사를 품고 있는 문학입니다.

"흘러가는 것들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했다. 흘러가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그 의미에 새로운 이름을 붙일 줄 알아야 했다."

정말이지 소름 끼치는 표현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뜻 오큰과의 대화로 이루어진 듯 보이는 이 글은 사실, 긴 여정을 마친 엘사의 독백, 혹은 단말마에까지 가깝습니다. 상실의 끝자락에서 깨달음을 조곤조곤 토해내는 장면으로 작가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각오를, 그리고 그것을 캐릭터로 대변하게 하려 노력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이토록 좋은 생각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가졌다는 게 말이죠.


-원하는 것을 비춰주는 마법의 빙하호와 긴 여정을 겪고 정령의 지위와 마법을 완전히 내려놓은 엘사의 이야기입니다. 서정적인 표현의 유려한 글이 재미도 있어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친숙한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다른 등장인물의 새로운 이야기가 글을 좀 더 빛내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호수로 보이는데 제목이 광휘의 호수가 아니라 광휘의 제국이라는 게 아리송했습니다. 마법을 포기하고도 아토할란의 잔해인 호수에 매여 있던 엘사가 앞으로 살아갈 곳은 호수가 아닌 광휘의 제국이기 때문일까요.



ㅁ눈길

-만난 사람은 헤어지게 되어있고 떠난 이는 반드시 돌아온다.

본 작품을 읽고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이다. 엘사가 이 세상에서 공들였던 것에 작별을 고하는 과정이다.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다가오는 수순을 맞이하는 엘사의 모습이 먹먹하다. 아토할란과 엘사과 서로 작별을 고하는 장면은 적절한 연출이었다. 관리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엘사에게 감사받아 마땅하다. 혼자 끙끙앓으면서 모든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이 되려 노력했던 엘사를 알아주던 이가 안나 외에도 있다니 그냥 고마웠다. 엘사가 이별을 맞이하는 태도와 그 상대방의 태도가 전반적으로 매우 마음에 드는 연출이었다. 충분히 감사하는 마음과 가슴에 남은 것 없이 훌훌 털어보내는 이별의 자세다.


-수명물은 일단 기본적인 감성을 이끌어내는 데에 있어서는 치트키나 다름없죠. 그동안 꽤 많은 수명물이 있어왔지만 현대가 된 아렌델을 보여주고, 그를 통해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로서의 속성을 부각해본 것은 그래도 꽤 새롭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프갤문학도 사실 고인만큼 고였고, 나올만한 이야기는 거의 다 나온 터라 세월이 흘러 잊히는 존재들이란 주제로 발암성을 강화하려 했다면 오히려 식상할 수도 있었겠죠. 작가분의 발상에서 시작한 주제의식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분명 슬픈 엔딩으로 향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오히려 따뜻해지는 것 같아

아이러니가 느껴진 작품이었습니다.

슬픔과 따뜻함이 공존할 수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야기가 이쁘고 마지막 엘사와 올라프의 대화도 너무 좋았습니다.

현대화된 아렌델 공화정 등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아직 변치 않는 건 존재한다는 내용이 와닿았습니다.


-도입부부터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 단순한 감정으로 치부하며 끌고 갈 수 있는 분위기를 감성을 건드리는 문체로 완벽하게 완급 조절을 하며 따라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가가 작품 전체를 파악하고 내용을 주물러 정말 아름다운 형체를 만든 결과물이 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도 기대가 된다.


-차분히 하나한 감동을 쌓고 쌓아서 잔잔하게 터트리는 듯 했습니다. 겨울밤 쌓이고 쌓이는 눈처럼이요.

하나 둘 가족들을 떠나보내는 엘사를 바라보는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가서야 마침내 혼자가 된 그녀는

새로운 자신을 만났던 곳에서 끝을 맞이합니다. 눈의 여왕이었던 그녀가 걸었던 인생은 말그대로 눈길이겠죠.

그녀가 내딛은 마지막 눈길을 함께 걷는 듯 했습니다.


-전체 스토리로 보면 발암물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좋은 감정이 더 많이 다가왔다.

안나의 죽음 뿐 아니라 아렌델이 공화정으로 바뀌고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고 있따는 걱정 등 다양한 상황이 엘사의 절망적 감정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인물에게 이입하는데 도움이 됐다.

또한 이런 점은 서점에서 아이와의 대화만으로 엘사가 다짐을 하는데 충분한 개연성을 부여했고 후반의 스토리에 집중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딱히 어떤 포인트가 좋았는지는 콕 찝어 말하기도 힘들고 그냥 이유 없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좋은 문학이었기에 심사평을 쓰는 데 가장 힘든 작품이었다.


-한마음의 자매에게 다르게 흐르는 시간. 영생이라는 족쇄는 오랫동안 문학에서 엘사와 안나를 괴롭혀온 악질 설정이죠. 그만큼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좋은 툴도 없지만, 자칫하면 진부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해당 작품은 독자의 애상적인 감성을 자극하면서 성공적으로 그려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아픔을 동반한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립니다. 눈이 내리는 날에, 하필 안나가 좋아하는 하얗고 예쁜 눈이 내리는 날에, 자매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긴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그리고 그 슬픔을 묵묵히 인정하며 눈길 위에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어 보는 엘사의 초연함은 또 어떤가요.

우리가 문학을 통해 상실을 느끼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그 모든 사유가, 저는 주인공들의 수긍에서 비롯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결코 엘사와 안나, 아렌델 가족의 결별을 인정할 수 없을 겁니다. 이미 너무 아픈 시련을 겪었고 그래서 반드시 행복해져야만 하는 인물들이니까요. 그러니 그들 스스로가 숙명 앞에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에서 우리는 괴리감을 느끼는 겁니다. 동화가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 꿈은 심연으로 추락합니다.

<눈길>은 제게 굉장한 영감을 준 작품입니다. 겨문대회 심사 기준을 정하려고 골골거리며 문학들을 읽고 있을 때, 뇌리에 박히듯 중심점을 제시하여 저를 구원하다시피 했죠.

아름다운 글입니다. 보다 더 좋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것에 자책할 따름입니다.


-안나가 죽은 뒤 혼자 남아 점점 마법이 빠져나가는 엘사가 기억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아토할란을 떠나 자신의 마지막을 맞는 이야기입니다. 겨울왕국을 향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와 뛰어난 문장력은 엘사의 담담한 작별인사에 귀 기울이게 합니다. 엘사를 사랑하는 따뜻한 눈사람도 빼놓을 수가 없네요. 다만 주제의 참신성과 마지막 마무리가 다소 아쉬웠습니다.



ㅁ오랜 기다림

-원작의 인물을 다른 세계관에 배치시키는 시도는 과감하다. 그만큼 리스크가 높지만 그만큼 흥미롭다. 곳곳에 인셉션과 매트릭스에서 보았음직한 설정이 돋보인다. 주인공이 크리스토프인 점도 신선했다. 도입부와 크리스토프가 엘사와 조우하는 부분까지는 매우 흥미롭다. 크리스토프하면 떠오르는 보통의 이미지와는 쩔어버린 느낌. 여기서는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 짐 레이너가 겹쳐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다른 세계에서도 말쑥한 한스는 또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새로운 세계관을 설명하고 주인공들이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까지는 설득력있게 진행되지만 급하게 엔딩이 마무리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열린 결말 내지는 루프물을 작가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회수해야할 떡밥이 남았는데 중간에 이야기가 끝나버린 기분이다.


-제목만 봤을때는 도저히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 튀어나와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인셉션의 패러디 같기도 하고... 뭐 그래도 공들인 티가 납니다. 익숙하지 않아서 개인적인 거부감을 느끼긴 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대단히 독창적인 시도긴 해요.


-겨울왕국과 사이버의 결합이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소재와 설정이 매우 좋았고 이로 인해 몰입감이 상당했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반전도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소재와 내용을 고심한 흔적과 노력이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열린 결말로 끝났는데, 뒤 내용이 너무 궁금해지지만,

오히려 작품의 매력을 더 높였다고 생각됩니다.


-독특한 분위기와 세계관이 신선하면서 단번에 관심을 사로잡는다. 전개를 거듭할수록 작가가 작품을 통해 자신만이 전달하려는 섬세하고 열정적인 어조가 조금 색다른 맛을 볼 수 있게 이끈다.다만 군더더기 같은 서술이 난해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역효과라고 별로 느끼지 못할 만큼 몰입감을 준다.


-겨울왕국판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네요. 제 생각이 맞다면 인셉션 느낌도 좀 나구요.

짧아서 오히려 더 아쉬운 소설이었습니다. 장편으로 설정과 이야기를 더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고싶은 글이었습니다.


-테드창의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인셉션인가?"했지만 인셉션과는 또 다른 설정이었다.

복수심에 불타는 한스의 아렌델 침공은 소설에서 자주 다뤄지던 주제였으나 그 침공이 현실의 (영화 속 내가 아는)아렌델이 아닌 상황은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다.

독특한 설정으로 스토리를 구성하다 보니 원작과는 멀어지고 등장인물들은 이름만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작가도 설정이 많을 때의 단점을 잘 알았는지 3단계 서버에서 기억을 관리하는 엘사를 아토할란의 정령 엘사와 잘 이어 놓았다.


-크로스오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네요. 상당히 독특합니다. 서버니 데이터니 하는 세계관은 처음 보는데, 작가피셜로 기존의 아토할란을 데이터 센터 한 다음에 인셉션, 매트릭스를 섞었답니다. 신선하고 액션 넘치는 장면들이 많아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설정이 설정인지라 처음 보는 용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야기의 흐름에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크리스토프를 필두로 아렌델 가족이 한스와의 결투를 벌이는데, 그 과정을 안풍 러브 스토리가 탄탄하게 받쳐 주며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닌 속까지 알찬 문학이 되었습니다. 애매한 열린 결말 같은 느낌이기는 한데, 끝에 키를 찾아온 안나가 꼭 병풍을 구했으면 좋겠네요. 트루럽 앙망!


-부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입니다. 뒤죽박죽인 세상에서도 자신을 희생하여 안나를 보호하려는 크리스토프의 모습이 한결같아서 보기 좋네요. 생소한 배경 설정 탓인지 이야기가 다소 불친절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보는 설정의 참신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실 어떤 작품의 오마주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작품을 접하지 않은 입장에서 읽기에 문제없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긴박함 때문에 쫓기듯이 숨죽이며 읽었습니다. 여기서도 한스는 한스했군요.



ㅁ썰물

-자매의 이별을 다루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들이 각각 노덜드라와 아렌델에서 따로 시간을 보낸 후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자매의 이별이란 주제 자체는 익숙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파격적이다. 안나의 치매를 직접 묘사하다니. 혹시나 해서 보고 싶지 않았지만 치매를 앓는 안나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썰물이라는 제목이 딱 들어맞는다.

다만 이야기의 초점이 후반부에 흐트러지는 느낌이 있다. 필멸자인 동생의 노화를 바라보는 엘사가 느끼는 괴리감에 더 무게를 실었다면 중심이 더 잘 잡혔을 듯 하다.


-정령 영생설을 채택한 이야기 중 안나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들은 봤지만 노인이 된 안나의 치매에 대해 다룬 이야기는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처음은 아닌가요? 안나가 기억을 잃어간단 소재 자체는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신선한 소재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편이라 아쉬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작중에서 암시되는 사건이 많거든요. 서서히 기억을 안나에겐, 크리스토프가 죽을 때엔 어떤 일이 있었을지. 이미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쓰셨지만, 소재 자체는 조금 더 긴 이야기에서 다룰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노화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다가와서

좀 더 이야기가 와닿았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매우 슬프고,

사람이 돌아갔을 때 주변인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있을 때 잘할걸'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소재 선정이 자칫하면 산만한 요소가 되었을 텐데, 작가가 중심을 잘 잡으면서도 따뜻하고 감정이 잘 묻어나게 전개를 이끌어 가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구성도 거기에 더해 계속해서 여운을 준다. 작품 내에서 묘사하는 배경을 상상하며 문장을 곱씹게 된다면 더욱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언제난 슬픔을 동반하죠. 하물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기억을 잃어간다면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일겁니다.

기억들이, 추억들이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처음엔 그저 썰물이라는 것만을 알뿐, 별반 다를 것 없어보이지만, 멍하니 보다보면

어느새 썰물은 전부 빠져나가 저멀리 먼 바닷가로 도망칩니다. 감히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참 잘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령이 된 엘사는 늙지 않는 반면 평범한 안나는 늙어 결국은 죽는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엘사와 안나의 수명 차이로 인해 생기는 사건은 이미 프갤문학에서 몇 번 다뤄진 소재였기에 소재의 신박함은 부족했다. 그러나 평범한 소재의 단점을 작가의 등장인물들의 뛰어난 감정 전달로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다.모든 것을 알기에 고통받는 엘사와 소중한 것을 잊어가기에 자신은 모르는 고통에 휩싸인 안나의 대비는 두 사람의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었으며 이야기를 더 비극적으로 만들었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때때로 작은 결핍만으로도 삐걱거리고 무너지기 십상입니다. 또 그렇게 상처와 후회를 새기는 건 한순간이지만 회복하는 데는 억겁의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썰물 다음에 밀물이 오는 것처럼, 이별 뒤에 재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때 나와 같이 피가 통하고 생기가 넘치던 동생의 손에 주름이 졌다는 것. 그리고 그 손을 잡고 있는 내 손은 여전히 하얗고 매끈하다는 것. 함께 늙어가지 못한다는 건, 엘사에게 소중한 사람을 방임했다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남은 무량의 시간 동안 짊어지게 될 고통일 뿐입니다. 대자연의 선물은 인간의 유한성을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엘사가 안나의 새치를 발견하고 깊은 공포심을 느끼는 장면에서, 저는 문득 엘사가 어딘가에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방인이라는 표현이 적절할까요. 영원한 젊음이라는 '이른바' 권위를 지닌 엘사가 외려 버려지고 상실한다는 겁니다. 짠 바닷물에 쓸려가는 가족과 기억처럼. 썰물에 같이 쓸려가지 못하고 그 넓은 바닷가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엘사는, 슬픔보다도 더 큰 무상감에 압도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월등한 감각으로 가족의 의미와 영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해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늙지 않고 영생을 사는 엘사가 안나를 잃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문장력과 기존 문학에서 볼 수 있던 익숙한 소재가 아쉬웠습니다. 엘사가 안나의 새치를 보고 공포심을 느낀 부분은 조금 의문스러웠습니다. 엘사의 대관식 때부터 안나 흰머리와 구면인 점, 엘사의 머리도 백발에 가까운 금발인 사실을 보면 차라리 안나가 엘사 앞에서 치매 증상을 보였으면 엘사의 공포라는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이질감이 덜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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