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네, 어젠 그렇게 많던 손님이 오늘은 한 명도 없냐.”

점심시간이 지나가는데도 손님은 없고 느는 건 혼잣말뿐이다.

심지어 방금 한 혼잣말은 거짓말이다. 손님이 없었던 건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 손님은 어제도 없었고 아마 내일도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끊긴 지 몇 주째.

차마 가게 문을 닫아 둘 수 없어 혼자 나와 있지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언제나처럼 아무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겨울왕국을 본다.

엘사가 아렌델을 겨울로 만들어버리고 아렌델 시민들이 추위에 떠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아렌델에 순댓국집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밥은 추울 때 먹어야 제 맛인데 눈 오면 더 좋지.

눈이 아무리 몰아쳐도 뜨끈한 순댓국 한 그릇이면 든든함”

헛소리를 하며 겨울왕국을 보고 있는데 문에 달아놓은 작은 종소리가 울린다.

“어서 오세요.”

영화를 잠시 멈춰 두고 오늘의 첫 손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손님은 하늘색 후드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채로 들어왔다.

“아무 자리나 편한 곳에 앉으세요.”

후드의 그림자에 가려 하얀 마스크만 보이는 손님에게 말했다.

손님은 테이블에 앉고 후드를 벗었다.

*

가끔 겨울왕국이 진짜고 엘사님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을 했었다.

그리고 그 상상은 현실을 입고 눈앞에 앉아있었다.

파란 눈동자와 긴 백금발 머리. 마스크를 써도 가려지지 않는 외모에 

헛것을 보나 싶어 멍하니 쳐다보자 엘사님이 날 보며 말했다.

“사장님, 순댓국 특 하나요.”

*

“네…넵.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문 받는 일이 몸에 익은 덕에 겨우 대답을 하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이게 진짜인가 싶어 소금을 퍼먹어봤고 소금은 오지게 짰다.

“퉤퉤, 이런 시발”

소금 대신 설탕을 퍼먹을 걸 그랬다.

그나저나 여자 혼자서 특 먹기엔 양이 많지 않을까

엘사님 과식하면 안 되니까 보통 같은 특으로 드려야겠다.

“손님, 순댓국 특 나왔습니다.”

아직 보글보글 끓고 있는 맛있는 순댓국을 테이블 위에 올리자

마스크를 벗는 엘사님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힌다.

하지만 순댓국을 휙휙 젓고 한 입 드시더니 이내 표정이 굳어 버리셨다.

아, 시발 양 적게 준 거 걸렸나

“손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엘사님은 아무 대답 없이 깊은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저... 손님?”

이내 숟가락까지 내려놓으시고 매섭게 노려보는 모습에 백 퍼 걸린 걸 확신했다.

엘사님은 생각보다 순댓국을 자주 드시나 보다.

“아, 혹시 순대가 적어서 그러시나요? 저희 순댓국 특은 특별히 순대 리필이 됩니다. 

드시고 부족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임기응변으로 잘 대답했는데도 엘사님의 표정은 펴지질 않는다.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해결하지

그동안 겨울왕국을 수도 없이 본 기억들을 떠올리며 고민하자 작은 번뜩임이 뇌리를 스친다.

“아! 손님, 잠시 만요!”

엘사님을 두고 서둘러 주방으로 뛰어가서 ‘그것’을 가져왔다.

이내 엘사님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셨고 심지어 순대 리필을

두 번이나 하셨다.

“감사합니다. 손님, 안녕히 가세요.”

가게 문을 나서는 엘사님의 손엔 순댓국 특 포장과 새우젓 2kg이 들려있었다.

-작가의 말

순댓국을 포장해서 집에서 먹으며 프갤을 접속했습니다.

겨문공지가 있었고 개추를 누르려고 들어가자 제 눈에 보이는 건

마약작품분야였습니다.

마약=국밥=순댓국. 그래서 이 시국에 맞춰 써봤습니다.

뻔뻔하게 엘사님에게 사기치는 프붕이 사장놈과 

생선절임(루테피스크)같은 느낌의 새우젓이 없으면 

식사를 하지 않으시는 엘사님의 10분을 그려봤습니다.

전 순댓국은 순정으로 먹습니다. 새우젓 비려요.

엘사님이랑 순댓국 한 그릇 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