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완은 시계를 보고 있었다. 이 시계는 한동안은 아버지를 의미했고 한동안은 사랑을 의미했다.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호텔을 차지하고 아성원 회장의 아들로 당당히 시계를 차는 꿈을 꿨었고

아모네가 그리울 때마다 모든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그녀를 온전한 회장으로 만든 뒤 그녀에게 시계를 돌려주는 꿈을 꿨었다.

이제 이 시계는 어떤 의미도 없다. 이 시계를 갖고 있을 수 있는 이유가 없다. 삶의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돌연 차재완은 떨군 고개를 들었다. 자신에게는 아직 목표가 있지 않은가? 그녀를 지키는 것. 약해지려는 자신을 질책했다.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다.

그녀를 위해 할 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자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시계를 움켜쥐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아모네의 집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 '앞으로 이런식으로라도 마주칠 수 없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를 기다리는 이 일초 이초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모네는 자신이 지금까지 차재완에게 이렇게나 의지하고 있었는지 새삼 놀랐다. 그가 없는 하루는 전쟁 같았다. 이제 시작된 홀로서기의 하루가 힘에 겨워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차재완, 그의 집으로 돌아가려는 고개를 겨우 앞으로 고정하고 가고 있는데 그 앞에... 차재완이 보였다.

'내가 미쳤나? 이제 헛 것이 보이네.'

점점 눈앞의 그가 환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자 심장이 요동쳤다. '지금 그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리움 일까? 혹시 경고일까? 정녕 사랑이 아니었을까?' 아모네는 흔들리는 자신을 들키지 않으려 더욱 굳게 마음을 다 잡았다. 모른척 못 본척 그의 앞을 지나기위해 안깐힘을 냈다.

갑자기 자신의 팔을 잡는 그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고 무너지려는 자신을 감추려 단호하게 뿌리쳤다.

"뭐야 이건"

"너무 오랜시간을 돌아서 주인한테 왔다. 니가 주인이야. 이 시계도, 씨엘도.

절대 돌아보지 말고 앞만 봐.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내가 그리고 이중구가 너와 아회장님께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나한테 당한 거 제대로 갚아. 그게 니가 할 수 있는 복수야."

'모네야 행복해야 해. 너를 위협하는 것을 내가 모두 없앨거야. 그동안 사랑해줘서 고마워. 그동안 사랑해서 미안해... 하지만... 여전히 사랑해.'

'이건 무슨 의미지? 호텔을 차지하려고 나를 이용했던 것은 아니었던 걸까?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하는 건가?'

아모네는 혹시나 다음말을 기다렸지만 그는 더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마음을 단 한마디도 표현하지 않는 그에게서 자신에 대한 마음이 자꾸 느껴져서 아모네는 혼란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