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 12년에 임견미 대신 시중이 되었으나 이듬해에 노환으로 사직했다. 14년, 임견미와 염흥방을 처형하고 이인임을 경산부(京山府 : 지금의 경상북도 성주군)로 유배보냈다. 그 동생인 전 평리(評理) 이인민(李仁敏)은 계림으로 유배보내 봉졸로 삼았으며, 서자인 대호군 이헌, 서녀의 남편인 지신사 권집경(權執經), 조카인 우대언 이직(李稷), 인척인 첨서밀직 하륜(河崙)·이숭인(李崇仁), 밀직부사 박가흥(朴可興)은 곤장을 쳐서 유배보내고 종손(從孫)인 삼사우사 이존성(李存性)을 처형시켰다. 이존성은 처음에는 이인임의 소행을 따라했으나 뒤에는 크게 뉘우쳤으며, 서경윤(西京尹)으로 재직할 때 치적이 제일 우수하였으므로 백성들이 그를 추모하였다.

애초 이인임이 공민왕의 뜻대로 영전(影殿) 건축을 찬성했으나 왕이 후사(後嗣)를 두지 못하고 죽자 우왕을 옹립함으로써 나라의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자기 일당을 요직에 심기 위해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니 문객들이 그 밑에 가득 몰려들어 각자 자신이 가장 후대받는다고 여겼다. 이인임이 충성되고 어진 신하를 모함하면서 무고한 사람을 살육했기에 당시 사람들이 그를 이묘(李猫)¹⁹⁾에 견주었다. 임견미와 염흥방을 처형할 당시 이인임이 나름대로 변명하려고 최영의 집을 찾아갔으나 최영은 거절하고 만나주지 않았다. 그러나 최영은 이인임이 자기를 도와 준 것을 은덕으로 여겨 우왕에게,

“이인임이 정책을 올바르게 세워 대국을 섬김으로써 국가를 안정시켰으니 허물보다는 공이 큽니다.”

라고 건의해 결국 그 자제까지 모두 용서를 받았다. 그러자 나라 사람들이,

“임견미와 염흥방의 일당 가운데 괴수는 그물을 벗어났다.”

고 한탄했으며 또,

“정직한 최공(崔公)이 사사로운 정으로 늙은 도적을 살려주었다.”

²⁰⁾고 비난했다.

창왕이 왕위에 오르자 좌시중(左侍中) 조민수(曹敏修)가 창왕에게 이인임을 소환하도록 건의했으나 당시 그는 이미 죽은 뒤였다. 나라사람들이 처음에 그가 소환된다는 말을 듣고 다시 국정이 혼란에 빠지고 전민(田民)을 약탈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얼마 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기뻐 날뛰면서,

“사람이 처형하지 못하니 하늘이 대신 그를 죽였다.”

고 말했다. 창왕이,

“평생토록 영예와 아낌을 받았으니 그대는 유감이 없겠지만 이제 나는 누구를 보필로 기대하리?”

라는 애도의 교서를 내리자 사람들이 모두 비웃었다.

공양왕이 즉위하자 간관 오사충 등이 다시 부관참시하고 집을 연못으로 만들며 가산을 적몰할 것을 청하는 소를 올렸다. 이에 왕이 그 집을 파 연못으로 만들라는 명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