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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랄메랑이매우짧은후일담上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02:11:18
조회 719 추천 21 댓글 9


끙끙거리던 개가 실눈을 떴다.


눈을 뜨나 감으나 시야가 어둡기는 매한가지였다. 쨍쨍하게 내리쬐던 햇볕도 온데간데없고, 활짝 열린 베란다 너머로 쏟아지는 것은 그저 스산한 바람뿐이었다. 지금이 한여름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오후 여덟 시는 족히 넘었으리라.


웅크린 자세 그대로 개는 몽롱한 정신을 되짚었다. 요 몇 주 동안 제 속을 썩이던 조별 발표를 무사히 마친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간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답시고 신나게 놀아보려다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까무룩 잠들게 된 것까지도.


한두 시간 눈만 붙일 요량이었으나, 아무렴 계획과 현실은 다르게 흘러가는 법이다. 불그스름한 노을마저 사라지고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었다. 내일 강의가 하나도 없다는 점만은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품을 내뱉은 개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여윈 손가락으로는 머리맡 부근을 조심스레 더듬기 시작했다. 충전기를 꽂아 둔 휴대폰 액정엔 불이 들어와 있었다. 깜깜한 화면 한가운데 나타난 메신저 알림 하나. 꿀만 같던 단잠을 방해한 주범의 정체였다.


이호랑

- [사진]


호랑이였다.


개가 퀭한 눈을 두어 번 깜빡이나 싶더니, 이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시간에 뜬금없이 무슨 사진을 보냈나 싶었던 까닭이다. 또 어디 인터넷 사이트에서 웃긴 짤이라도 봤나. 지금쯤이면 헬스장에서 신나게 쇠질 하고 있을 시간 아닌가.


딱히 특별할 일은 아니었다. 사귀기 전에나 사귀는 지금이나, 호랑이는 항상 제게 이런저런 사진을 곧잘 보내곤 했으니 말이다. 그 종류도 대체로 비슷비슷했다. 귀엽게 생긴 동물이나 웃긴 동영상 캡처, 이상하게 찍힌 내 사진 등등.


이번에도 그런 시시콜콜한 사진이겠거니 싶었다. 또 하품한 개는 심드렁하니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렸다. 메시지가 오자마자 확인하기엔 내심 민망스러웠던 까닭에 1분 정도 기다리고는, 곧이어 휴대폰의 잠금을 찬찬히 풀었다. 샛노란 메신저 앱 대기 화면.


“어…….”


그리고 사진.


대화방에 올라온 사진은 평소 보내 버릇하던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 밝은 듯 어두운 듯 미묘한 주황색 조명,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전신거울. 부근에 설치된 아령이나 러닝머신, 운동 기구로 유추하건대 아마 녀석이 다니는 헬스장 내부인 듯싶었다.


호랑이는 사진 한가운데에 자리했다. 거울을 향해 카메라를 겨냥하고 씩 웃는 호랑이 수인. 모피나 반바지나 세상 축축한 꼴을 보니 땀을 억수처럼 쏟은 모양이었다. 하루 평균 두 시간을 가까이 운동에 매진하는 사내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


그리고 호랑이는, 상의를 탈의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벗고 있지는 않았다. 벗기 일보 직전인 상태라고 해야 할까. 휴대폰을 들지 않은 손으로 검은색 민소매 티의 밑단을 그러쥐고 반쯤 까뒤집은 자세. 커다란 덩치와 자신만만한 미소가 맞물리니 묘하게 과시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땀으로 축 늘어진 털 사이론 강건한 근육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오랜 단련으로 발달한 식스팩은 힘까지 주니 그 굴곡이 뚜렷이 갈라진 채다. 과장 조금 보태 돌덩이처럼 단단해 보인달까. 자주 만져 본 개로서는 마냥 과장이라 단언할 수도 없었다.


마른침을 꼴까닥 삼킨 개는 사진만 멍청하니 바라보았다. 졸음기는 진작에 사라진 지 오래고, 거기에 보태 얼굴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따지고 보면 호랑이의 알몸을 보는 게 처음이 아닌데도 말이다. 오히려 더 노골적인 꼴을 일주일에 최소 세 번은 보는데.


그런데 뭐가 이렇게 부끄럽지.


뭐가 이렇게 야하지.


뭐가 이렇게…….


[이호랑

-오운완ㅋㅋ]


개가 크게 헛기침했다.


아랫도리로 슬금슬금 내려가던 손이 우뚝 멈췄다. 보는 눈 하나 없음에도 겸연쩍었던 개는 무슨 사레라도 들린 듯 기침을 두어 번 더 내뱉었다. 물론 이런들 잔뜩 달아오른 하반신이 잠잠해지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오히려 더 심하면 심해졌지.


호랑이가 느닷없이 제게 세미 누드를 보낸 이유도, 저의도 알 수 없었다. 이래저래 몸만 뒤척거리던 개는 인상을 홱 우그러뜨렸다.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는 거야.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섹스어필이라는 건가. 아니면 그냥 나 놀리려고 이러는 건가.


물론 호랑이가 건전한 운동 사진을 보내든, 아니면 노골적인 음란 사진을 보내든 저로서는 기함할 일이 아니기야 했다. 뭐가 어찌 됐든 작금의 둘은 애인 사이였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서로 내숭 떨 일도 없는, 소위 ‘갈 데까지 간’ 애인 사이이기도 하지.


그러한 맥락에서, 호랑이는 의외로 별생각 없이 이런 사진을 보냈을 수도 있었다. 한참 전에 ‘그거’까지 졸업한 사이에 상의 탈의 사진 좀 보낸다고 무슨 대수인가. 외려 따지자면 내 쪽이 더 이상한 게 아닐까. 애인 운동 사진 좀 봤다고 발정 나서 허덕거리는 제 꼴이.


그냥 내 피해망상인가.


[ㅇㅇ]


아무튼, 일단 빨리 답장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오늘 발표라매 잘 끝냈음??]

[그럭저럭]

[아까 전화는 왜 안받았냐]


전화했었나.


[잤는데]

[저번에 보니까 ㅈㄴ 피곤해보이던데;; 푹 잘 잤냐? 혹시 내가 깨운거?]


묘하게 달짝지근한 어투였다. 주둥이를 오물거리던 개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아까 깼음 휴대폰 방금 확인함]

[ㅇㅋ 그럼 다행이고]

[너는? 아직 헬스장?]

[ㅇㅇ 이제 샤워하고 나갈거]


채 답장할 새도 없이, 다음 메시지가 곧장 도착했다.


[오늘 상체 좀 잘먹은듯?ㅋㅋ]


또 다른 사진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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