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면에서 활약하는 `멀티 엔터테이너`가 대세라지만 영화배우 강소라(22)의 다양한 행보에는 어딘지 독특한 점이 있다. 영화 `써니`에서 칠공주를 리드하는 `하춘화` 역으로 중성적인 면모를 보여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더니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한류스타 슈퍼주니어 이특과 알콩달콩한 커플이 되어 여성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27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더빙을 맡았다. 천방지축 자유로운 메리다 캐릭터를 목소리로 연기한 그를 태풍이 한창 서울을 휩쓸던 17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건 배우로서도 좋은 경험이지만 20대 초반인 강소라에게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예능은 어느 정도 위치가 생기면 하기 힘들어지니까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죠. 더빙도 그런 맥락에서 도전한 거고요."

데뷔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배우지만 그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강소라` 하면 쾌활한 에너지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제가 서구적인 체형이라 또래 여배우들보다 성숙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그게 콤플렉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더라고요. 오히려 너무 어려 보여서 배역에 한계가 생기는 것보다 진중해 보이는 것 같아서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영화 `4교시 추리영역`으로 데뷔한 그는 본래 영화보다 연극에 빠져 있었다고 말한다. 중학교 3학년 때 봤던 `오페라의 유령`에 푹 빠져서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부를 하고 대학로에 가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상황극`을 선보인 것도 다 이때 쌓인 내공이다.

"처음 영화를 하면서 연극의 과장된 대사나 몸짓을 억제하느라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더빙하면서 오랜만에 그런 것들을 꺼냈죠. 사실 목소리 연기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것에 무언가를 입힌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천방지축 공주 `메리다`가 마녀를 만나 엄마를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다니는 메리다의 모습이 `써니`에서 힘차게 발차기를 하던 강소라와 겹친다.

"제가 또래 배우와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친숙하고, 다가가기 쉽고 이런 것들이요. 친근한 점이 배역에 한계를 가져올까봐 걱정도 되지만 지금은 저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단계니까 내 이름에 따라오는 이미지가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출연한 `우리 결혼했어요`와 드라마 `드림하이2` 등이 수출되면서 동남아시아와 남미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이제 신인이라고 다 용서가 되는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내 배역과 책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데뷔 4년차에 22세밖에 안 됐지만 고민이 많아요. 예전엔 어떤 배우, 어떤 스타가 대단해 보였는데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도 활동하는 모든 분들이 다 존중받을 만한 것 같아요. 저도 앞으로 `강소라` 하면 무언가가 떠오르는 배우로 꾸준히 활동하고 싶어요."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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