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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서정의 기원은 90년대에 있다.

ㅇㅇ(116.36) 2023.08.13 09:20:35
조회 269 추천 4 댓글 6

新서정의 기원은 ‘90년대’에 있다[담론비평] ‘서정성’ 둘러싸고 문단 논란 가열http://www.kyosu.net/news/mailto.html?mail=smkang@kyosu.nethttp://www.kyosu.net/news/mailto.html?mail=smkang@kyosu.net

하상일 교수 이장욱 시인 및 문학평론가
‘미래파’ 등으로 불리는 신진시인들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抒情의 본질을 다투는 각론으로 넘어가고 있다. 최근 하상일 동의대 교수(문학평론)는 한 문예지에 기고한 ‘다른 서정과 다른 미래’라는 글에서 “외양을 따져보고 내면을 들여다봐도 전혀 서정시를 닮지 않았는데도 여기저기서 서정시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다른 문예지 가을호에도 ‘미래파들의 다른 서정’이라는 글을 기고해 권혁웅·이장욱 등 신서정론자들의 주장을 공박하고 나섰다. 하 교수의 이런 비판은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문학평론)가 ‘시의 옹호’라는 저서에서 젊은 시인들의 시경향을 강하게 비판하고 이명원·엄경희·문혜원·유성호 등의 문학평론가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을 총정리하는 성격도 띠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서정’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비판논리는 무엇인가. 양 측은 전통적인 서정시가 “자아와 세계가 일치하는 주체 중심의 시학적 전통”에서 나왔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듯하다. 미래파의 일원이기도 한 시인 겸 문학평론가 이장욱 씨는 “서정적 자기동일성의 해체를 통한 근대의 극복이라는 우리 시대의 명제를 반복하는 것은 이제 지루한 일”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서정성을 두 번에 걸쳐 과거로 밀어내는 이런 주장을 입증해줄 근거는 물론 많이 있다. 비율로 따지자면 국내 시인 90%가 전통서정시인 아니겠는가.


하 교수는 이에 대해 “진부한 서정을 대상으로 비판적 논의를 펼쳐야지 서정의 본질 자체를 무조건 비판해서는 안 된다”라고 맞선다. 서정시에 기원 따위는 없다는 식으로 뉴 제너레이션을 표방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모룡 교수가 따끔하게 지적한 바 있다. “기존형식에 대한 부정에 부정을 거듭하는 동안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새로움의 폐허상태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 폐허를 하 교수는 이번 글에서 환상과 엽기, 통사적 의미구조의 해체, 장황한 산문투의 어법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하 교수는 오히려 ‘오래된 새로움’이란 개념을 통해 서정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다. 즉 차림새는 낡았되 읽고 나면 뭔가 새로운 모순과 긴장이 구현될 때 창작자와 독자가 서로 공감하는 서정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가령 박후기 시인의 ‘행복의 나라로’에서 “장대비 맞고 차양이 내려앉은 국밥집”을 인용하며 너무도 낯익은 풍경들이지만 “혹독한 운명과 맞서는 힘겨운 유한자의 모습, 이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입장 대립 전에 기본적인 것이 충분히 검토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요즘 시인들이 과연 전통단절적 태도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는가. 그들의 엽기와 요설과 위악이 서정시로 표상되는 구닥다리 문학문법과의 ‘의도적’ 단절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보여진다.


가령 미래파로 거론되는 시인들 가운데 김병호의 ‘뱀의 시간’을 보자. 이 시는 ‘사내’라는 3인칭을 등장시키고 동물적 비유를 사용하는 것에서, 그리고 “나무에 돋는 검은 종소리”라는 구절에서 기형도의 흔적이 살펴진다.


또 안시아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는 “연애는 말라비틀어진 비누처럼 더 이상 거품이 나지 않았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건 이성복의 흔적이다. 그 바로 밑에 “잎들은 무성하게 자라고 가지들은 과묵하게 뻗어나갔다”라는 구절도 이성복의 시에 나오는 “하품하는 입은 숲처럼 무성했다”가 반영된 것이다. 이영옥의 ‘사라진 입들’에서는 “누에처럼 얕은 잠에 빠진 언니의 숨소리”라고 나오는데 이것 또한 이성복이다. 기형도의 “아으, 칼국수처럼 풀어지는 어둠”이라는 전매특허의 감탄사도 누군가의 신인이 복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를 이런 식으로 쓰는데 무엇이 새롭다는 것인가.


단연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황병승의 시 ‘멜랑콜리 호두파이’를 보면 끝부분에서 “어두운 부엌 한편에서 누군가, 억지로, 사랑해… 라고 말했다”라고 끝난다. 우선 말투가, 그리고 ‘억지로’라는 표현에서 역시 이성복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형도가 이성복을 훌륭하게 리메이크했듯이, 황병승은 선배들의 표현과 숨결을 무난히 소화해서 그만의 시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래파들은 자신이 이성복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자의식에 시달리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볼 때 ‘미래파’의 시들은 결코 새롭지 않다. 다만 그들의 문학수업이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80~90년대 시인들에게는 김수영이나 서정주의 표현이 새겨졌겠지만, 2000년대 시인들에겐 이성복과 기형도가 ‘표현의 고향’과도 같은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 둘로 젊은 시인들의 시를 모두 환원하는 듯 보일 수도 있겠는데, 그만큼 두 시인이 한국 시사에서 독특한 개성을 구축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두 시인의 스타일이 화법이나 비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마치 소설처럼 병약·고독·예민한 화자가 등장해 시집 전체를 이끌어간다는 점도 얘기될 필요가 있다. 고도의 지적 장치와 사회의식이 결합된 황지우의 시, 최승호나 이윤학처럼 “눈물이 날 때까지 장면을 들여다보는” 직관과 인식의 시인들보다는 훨씬 더 모방욕구를 자극한다.

이런 점들을 볼 때 “환상파들은 계보가 없고, 그러므로 고아 아니면 외국인에게 입양한 아이들의 어조이고 혹은 혼혈, 잡종, 사생아이다”라고 말한 이승훈 한양대 교수(시인)의 판단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은 족보가 있을 뿐 아니라 펼치면 바로 보이는 지척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앞세대와 갖는 문학적 영향관계도 솔직히 짚어보지 않고 과연 신진들의 정체가 제대로 얘기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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