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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덕만] 유혹 下

(175.199) 2016.04.24 21:39:45
조회 6111 추천 17 댓글 6

정사각형의 형태로 이루어진 큰 욕조 안에는 따뜻한 물이 내뿜는 수증기가 욕실 안을 가득 매웠다.
물 위에 떠있는 많은 꽃잎이 욕실 안에 들어선 덕만의 코를 자극했다.
목욕을 하기 위함이라 항상 욕실에서는 빈손이었던 덕만이 오늘은 손안에 자개함을 들고 있자 유화들이 그런 덕만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아까 그 자개함이라는 것을 깨달은 지설 또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침실 밖으로 물러가 있게. 오늘은 내가 알아서 하지."
"하오나 폐하, 시중들 한 명의 유화라도 남기심이..."
"모두 나가게."


덕만의 단호한 말에 결국 모든 유화들이 밖으로 나섰다.
모두가 욕실을 나서는 것을 끝까지 확인한 덕만이 조심스럽게 자개함을 열려고 하자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놀란 덕만이 자개함을 떨어트리자 잽싸게 비담이 그것을 받아내었다.


"비담...?"


당황한 덕만이 비담을 바라보자 비담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덕만을 바라보았다.
덕만과 유화들을 제외하곤 그 어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기에 이곳에 들어선 비담이 마치 신기루처럼 보였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비담이 자개함을 열려 하자 덕만이 다급히 손을 뻗어 비담에게서 자개함을 뺏었다.
이렇게 당황하는 여왕님은 색공을 받는 것 외에는 본 적이 없는지라 비담이 그런 덕만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덕만에게 다가섰다.
비담이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세 발자국 계속 다가오자 덕만은 비담이 다가오는 것만큼 뒷걸음질 쳤다.
품에 자개함을 안고 흔들리는 눈망울로 뒷걸음질 치는 덕만을 보며 비담은 미소를 지었다.


"다가오지 말거라..."


덕만의 말에도 다가오는 비담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벽에 몸을 부딪힌 덕만이 비담을 바라보며 눈을 흘기자 코앞까지 다가온 비담이 그런 덕만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설렌 감정에 빠진 것은 잠시, 본인의 손에 들렸던 자개함이 비담에게로 간 것을 덕만이 알아차렸다.


"비담!"


허나 이미 늦어버렸다. 
비담은 자개함을 열었고 비담의 눈에 가루가 담긴 흰 종이와 흰 돌이 들어왔다.
뭐지? 
비담이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자 덕만이 고개를 푹 숙이었다.


"폐하, 이것들이 무엇입니까? 가루랑 돌인 것 같은데."
"어찌 내 허락도 없이 욕실에 들어온단 말이냐. 얼른 나가거라."


덕만이 비담을 밀었지만 비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상천관이 직접 찾아와 이야기하더군요. 오늘 물을 가까이하라고 말입니다."
"물?"


순진하게 속아 넘어가는 덕만을 보며 비담이 웃음을 지었다.


"이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어찌 답을 해주시지 않으십니까?"


비담은 정말로 이 물건들이 궁금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소년처럼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가루와 돌을 바라보는 비담을 보며 덕만은 비담이 어떻게든 대답을 얻어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한 적이 없으니까.
그 치열했던 색공지신의 자리도 경쟁자들을 모두 순식간에 이겨 가지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창피했다.
덕만의 얼굴이 붉어지자 비담이 순식간에 자개함을 내려놓더니 덕만에게 다가와 앞섬이 묶인 고름을 풀었다.


"비담!"


당황한 덕만이 벌어진 앞섬을 쥐려 하자 비담이 손쉽게 덕만의 손을 저지했다.
떨림에 미세히 흔들리는 살짝 보이는 가슴골을 가만히 비담이 바라보고 있자 양손을 잡힌 덕만이 비담에게서 손을 빼려 힘을 주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강하게 비담의 손이 자신의 손을 쥐어왔다.


"비담..."


덕만의 애원에도 비담은 고개를 양옆으로 저었다.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지 않으시면..."


비담이 고개를 숙여 덕만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이곳에서 색공을 바쳐볼까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정말 얄밉게 비담은 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덕만의 소리침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어느새 내려간 입술이 반쯤 가리어진 가슴에 닿아 흔적을 남기자 덕만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었다.


"방물 장수에게 건네받은 것이다..."


결국 덕만의 입에서 물건의 정체가 나왔다.
괜히 아쉬운 마음에 한 번더 입술을 대자 덕만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가루를 넣고 돌로 살결을 문지르라 했다..."


여왕님은 아무래도 다시 입술을 댄 것이 대답이 정확하지 않아서 일 것이라 생각한듯했다
비담이 입술을 떼자 붉은 자국이 보였다.
내 것이라 증표를 남긴 것 같아 꽤나 흡족했다.
색공지신의 명목 아래 들어섰으나 어찌 되었건 덕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비담 주신 뿐이었으니.


"그리하면 어찌 됩니까?"
"사내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그리 말했다..."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는 마지막은 정말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울상인 표정으로 비담에게 모든 비밀을 토해낸 덕만은 밀려오는 창피함에 눈을 감았다.


"예?"


비담도 덕만의 대답에 꽤나 당황한 듯 꽉 붙잡고 있던 덕만의 손을 자신도 모르게 풀어주었다.
손이 풀려나자 덕만이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스르륵 주저앉았다.


"해서 그것을 쓰려 하신 겁니까? 지금?"


비담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진지해졌다.
덕만이 고개를 조심스럽게 끄덕이자 비담이 그런 덕만을 바라보다 덕만과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해 덕만과 같이 자리에 앉았다.


"폐하."
"응...?"


기분 좋은 중저음 목소리에 덕만이 창피함을 무릅쓰고 비담을 바라보았다.
검은 두 눈동자에 자신이 비추어졌다. 
그것을 바라본 덕만의 심장이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


"폐하께서는 참 욕심이 많으십니다."
"....."
"저는 이미 폐하의 것이 아닙니까. 어찌 가지신 것을 또 가지려 하십니까."
"비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덕만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비담이 그런 그녀를 꼬옥 껴안았다.
부끄러워 평소에는 밀어내는 덕만이 오늘은 가만히 안겨있다.


"허니 저런 것은 필요 없습니다."


품 안에 안긴 덕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느껴졌다.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낮게 웃은 비담이 덕만의 머리에 입술을 맞추며 꽂혀있는 머리꽂이들을 빼내자 칠흑같이 검고 비단처럼 부드러운 덕만의 머리가 풀어내려 졌다.


"비담..."


설렘과 떨림에 덕만이 비담을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입마저 너무나 예뻐 보여 비담이 입을 가져다 대었다.
부드러운 입맞춤에 긴장이 풀어지는 덕만의 몸을 느낀 비담이 천천히 덕만의 옷들을 벗겨내었다.
입맞춤을 마친 후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덕만이 얼굴을 붉혔다.
어색한 손길로 비담의 옷에 손을 대자 비담이 놀란 눈으로 덕만을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그녀가 자신의 옷에 손을 대었다.


"덕만..."


오로지 비담만이 부를 수 있는 이름이었다.
다시 이어진 입맞춤에 비담은 덕만을 안아들고 탕으로 들어섰다.
첨벙거리는 물 소리와 귓가를 자극하는 색스러운 신음은 어둠의 하늘에 빛이 들어서는 시각까지 멈출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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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에 비루한 글이지만 감상해주어 고마워~
블로그에선 한 편인데 여기는 최대 글자수를 넘어서 부득이하게 짤라야하네, 글도 짧은데 이게 뭔일이람...
블로그에 있는 글들도 올릴려다가 사진이랑 복사하는게 잘 안되서 ㅜㅜ 갤은 참 제한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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