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 감상글 읽다가 생각나서 올려봄.

나도 첨엔 모리아티 자살하는 부분 대화가 무슨 뜻인지 아리송했었거든.

근데 몇번 복습하면서 이렇게 받아들였어.

203 바츠 옥상에서 모랴티는 "이노무 세상, 스테잉 얼라이브하믄서 그저 죽지못해 사는 보륑한 곳이야!" 라고 말문을 열지.

시즌1,2에서 모랴티가 셜로기를 스토킹 수준으로 쫓아다니며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고, 문제를 내기도 하고, "같이 놀자!" 고 외쳐댔던건

자기와 같은 부류를 찾아내서 너무 반가웠던 거야.

머리가 너무 좋아서 금붕어같은 인간들 세상에서 사는게 끔찍하도록 지루한 천재말이야.

그니까 정말 천재인지 막 확인도 해보고 싶고. 혼자 하느라고 적적했던 범죄 덕질도 막 같이하고 싶고.

사실 그건 셜로기도 마찬가지였잖아?

그래서 모랴티가 내주는 문제 풀때도 너무 신나서 방방 뜨니까 존한테 잔소리 듣고.

모랴티는 그 좋은 머리를 속시원하게 쓰고 싶어서 이런저런 일을 해온건데, 

그건 그 넘한테 재밌는 게임일뿐이지 그게 나쁜일이건 좋은일이건 상관없는거였거든.

오히려 못된 짓일수록 경찰이나 정보국이 쫓아오고, 그럴수록 더 많이 머리를 쓸수 있으니 훨씬 재미나고 흥미진진하고 그런거 아니겠어?

셜로기도 그렇잖아?

얘가 직업이 탐정이라 모랴티처럼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 뿐이지, 좋은 머리 써먹을 일만 생긴다면 뭐라도 땡큐, 

아싸! 나 심심한데 살인사건 나서 잘됐다! 막 이러잖아.

근데 모랴티 입장에서는 간신히 찾아낸 천재친구가 사실 스펙 빵빵하고 재수없는 그런 애인거야.

왜냐면 경찰인 레레랑 친구고, 형은 국가의 실세고, 셜로기는 검찰 쪽 참고인이고 막 그러니까.

그러다가 모랴티는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203 바츠 옥상에서 셜로기를 떠보는거지.

"너 실망이야. 너 착한 척하는 넘인거 같어."

그러니까 셜로기가 대답하지. 

"난 너야. 뭐든 할 수 있어. 난 착한넘들이랑 편먹고 있긴 하지만 나 자체는 천사 아님."

난 그게 셜로기 진심이었다고 생각해. 

셜로기가 늘 말하듯이 영웅이 될 생각도 없고, 착한 일 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까.

모랴티도 그게 셜로기 진심이라는 걸 깨달아.

최고의 천재 두 사람이 서로의 가치관이 일치한다는 걸 안거지.

두 사람 모두, 인간이 만들어 놓은 법이나 도덕 같은 규칙에 의해서 선과 악을 구분하는게 의미없다고 여기니까.

셜로기가 존을 만나기 전까지는 재수없는 프릭취급 받으면서 친구도 없었던 것처럼

모랴티도 그 나이 먹도록 얼마나 고독했겠어. 멍청한 인간들 중에서 친구 먹고 싶은 사람도 없었을거아냐.

그런데 천재이며 사이코인 자기랑 셜로기가 완벽하게 닮은 인간이라는 걸 알았으니 기쁘지 않겠어? 소울메이트를 만난거잖아.

"난 너야." 라는 셜로기의 말은 모랴티에게 '넌 혼자가 아니야.' 이런 영혼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모랴티가 "고맙다." 고 인사한거겠지.

그래도 모랴티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지.

지가 죽어서라도 셜로기를 이겨먹고 싶은 승질머리 때문이기도 하고

두뇌게임을 하는 것 이외에는 이 세상을 산다는게 공허하고 의미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셜로기나 모랴티가 '보오드!'라고 외치는건 단순히 심심하다는 뜻만은 아닌거 같아.

셜로기도 한때는 코카인도 하고 그랬잖아. 그런 의미없고 지루한 세상을, 살아갈 만한 곳으로 바꿔준 게 바로 존이겠지.

(그래서 존이 베이커가를 떠나고 다시 코카인에 손을 댄것이 너무너무 짠하다는 ㅜㅜ)

시즌 1,2를 거쳐 203이 됐을때, 셜로기에게는 지켜주고 싶은 친구들이 생겼고, 그들을 위해서 '스테잉 얼라이브' 해야 하는 목적이 있는거지.

셜로기와 모랴티의 결정적인 차이가 그거인거 같아.

모랴티는 결국 자기가 스테잉 얼라이브 해야하는 의미를 찾지 못한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모랴티가 참 불쌍하기도 해.

이건 사족이지만,

모랴티가 셜로기 집으로 찾아와서 사과에 'IOU' 새겨놓을 때, '너 존이랑 사니까 좋아? 나도 하나 키워볼까?' 그러잖아.

난 그 말에 2%쯤은 모랴티의 진심이 들어있는 거 같아. (물론 모랴티 성격에 룸메이트가 제대로 목숨 부지하기는 힘들겠지 --;)

103때도 그렇고 모랴티가 존을 애완동물이라느니 하면서 계속 깎아내리려고 하잖아. 난 그게 자꾸 청개구리가 하는 말처럼 들리더라고. 

2% 쯤은 부러웠던 게 아닐까.

흐미~ 똥글 길어졌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