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의 암울한 모습의 혜나와 달리,

초반 김혜나는 "선생님은 월급 왜 받으세요?"라는 사이다 대사를 날리며

강렬한 인상을 주며 등장했음. 학종이란 거지같은 제도에서 절대 을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이렇게만 가면 기득권에 맞서는 흙수저 정의구현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혜나라는 인물이 어떻게 무너질 수 밖에 없었는지 분석해 봄. 

대책없는 두 남녀.

의대생 준상과 간호조무사 은혜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 동거를 함. 서울대 수련의를 포기할 정도로 좋아했는데

준상의 행동은 이중적이었음.

준상이 은혜를 아내로 맞이하려고 했다면 당연히 혼인신고부터 했어야 함. 그런데 서류 한 장만 제출하면 되는 이 간단한 

행정조치를 준상은 하지 않았음. 즉 준상은 언제고 자신의 본 위치로 돌아갈 백 도어를 열어두고 있었던 것임.

은혜의 배경- 쓰러진 노모, 가난함, 간호사도 아닌 조무사라는 비전없는 직업, 부모와 관계가 끊어짐- 을

견디지 못하던 준상은 때마침 나타난 조건좋은 한서진과 혼인함. 한서진이 신분세탁 외에도 두 사람을 헤어지게 만드는

모종의 술수를 썼다는 얘기도 있지만, 남자는 정말 사랑하는 여자라면 그깟 모기지뱅크의 딸이 아니라 빌게이츠 딸이나

미연방준비은행의 딸이 와도 떠나지 않음. 또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혼인서약을 하는 것이고.

즉 강준상과 김은혜는 누가와도 언제고 깨어질 관계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함.

지극히 수동적인 부작위의 어머니 김은혜

문제는 김은혜가 임신을 한 것인데, 준상에게도 알리지 못했다는 것임.

여기서 김은혜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한 인간의 인생을 결정지을 막중한 책임이 달린 출산이라는 선택을

강준상의 허락이나 동의도 없이 혼자 해 버림. 

말인 즉슨, 강준상도 견디지 못했던 그 모든 악조건을 딸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는 선택을 했다는 뜻임.

쓰러진 할머니, 가난함, 조무사라는 비전없는 직업, 플러스.....미혼모의 자식이라는 지위까지.

이왕 낳기로 했다면 악바리처럼 벌어서 남부럽지 않게 키우던지, 본가에서 양육비를 받아오던지,

이도저도 자신이 없으면 낳지 말았어야 하는데, 은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

황당한 것은 이 김은혜라는 인물의 작중 행적을 보면 너무나 수동적인 행위들 뿐이라는 것임.

1. 부모가 반대하는 남자와 동거함 - 여자로서는 치명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동거를, 자신과 결혼할 확률도 작은 남자와  해버림.

2. 혼인신고를 안 함 - 강준상이 안 하면 자기가 하면 되는데 이조차도 안 함.

3. 피임을 안 함 - 임신하면 엄청난 후폭풍이 될 줄 알면서 피임하지 않음.

4. 생기니까 그냥 낳음 - 아이의 양육환경이나 본가와의 교통정리 ...는 커녕 그에 대해 고민한 흔적도 없이 그냥 낳음.

5. 양육비 청구 안함- 양육비는 아이의 권리인데 역시 안함. 

6. 아프니까 중학생 딸이 벌어오는 큰 돈을 묻지도 않고 그냥 씀.

7. 준상의 사진, 문자 - 애비의 존재를 해명하지도 않고 미련스레 그냥 갖고 있다가 혜나가 흑화하게 만듬.

법률상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방치하여 생기는 피해)에 의한 죄도 엄연한 죄임.

스캐 부모 중 가장 나쁜 부모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김은혜를 꼽을 수 있음. 본인이 동거하며 갈데 까지 가는 건 본인 인생 망치는 것이니 상관없지만

죄없는 딸에게까지 십자가를 지웠음.

더구나 혜나의 양육환경이란 건... 

전멸?한 흙수저 외가와, 당연히 없는 친가, 조무사 일을 뛰어야 하는 은혜임. 시간당 임금이 적으니 시간으로 떼웠을텐데

어린 혜나는 혼자 커야 했을 것이고 아이가 눈치빠르고 영악해진 건 환경의 영향이었을 것임.

돈 없고, 사랑을 주고받을 시간은 더더욱 없는 환경 속에서 혜나는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이고 이 것이 혜나를 비극으로 몰고가는 필연으로 작용하게 됨.

버려진 자식.

혜나가 흑화한 건 본인의 아빠가 강준상임을 알게 된 때.

그 동안 '나는 가난할지언정 합법적인 부부의 사랑으로 태어난 자식이다' 라는 믿음이 깨져버렸을 때임.

가난해도 어디서나 당당했는데 알고보니 우리 엄마는 버려진 미혼모고 본인은 그 자식이었던 것.

게다가 그는 앙숙인 예서의 아빠고. 예서와 혜나는 서로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진 사이인데

예서- 금수저, 화목한 가정

혜나- 타고난 머리, 대중적인 인기, 우주의 마음

특히 혜나가 가지지 못한 '아버지'는 혜나가 앞으로 어떤 짓을 하더라도 굉장히 가지기 어려운 것이었음.

혜나는 그 아버지를 원함으로서 흑화함. 이 인물의 비극은

자신의 태생적 불행의 책임을 마땅히 따져물었어야 하는데, 막상 진실을 알고나니 일을 만든 엄마는 죽었고,

따져물어야 할 아버지에게서는 인정을 받아야 될 입장이 되버린 것임. 그래서 결국 화살을 그 가족인 예서엄마와

예서에게 돌리게 됨. '너희 때문에 내가 불행하다. 너희가 누리는 건 내 것이다'

하지만 예서 엄마가 자신의 불행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는 그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상황에서,

더구나 예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상황에서 혜나의 행동은 화풀이라고밖에 볼 수 없음. 

또한 지금의 강씨 일가는 미우나 고우나 준상부부가 함께 이룩한 것.

예서엄마의 목걸이를 만지며 우리엄마 거였을텐데 하는 부분은 피해의식이라고 이미 수많은 갤러가 지적한 것 같으니 패스함..

굳이 아버지의 인정을 받을 필요는 없었으나, 혜나는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인물이기에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게 되었음.

혜나가 본인의 주장대로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다' 면 

굳이 아버지의 인정을 받으려고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그 가정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임.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보다 충분히 사랑받고 자란 나 자신이 더욱 소중했을테니까.

하지만 아버지의 부재를 엄마가 채워주지 못했고 충분한 사랑도 받지 못했기에 혜나는 더부살이를 선택함.

혜나가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는 건 우주와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왜 나 같은 것을 좋아하냐고 물으며 끝내 우주의 마음을 순수히 받아주지 못함. 

또한 마피아 게임 중 세리에게 필요없는 시비를 터는 장면이 있는데

혜나로서는 세리가 한심하고도 부러운 존재였을 것임.

혜나는 절대 가질 수 없는 부모의 전폭적인 관심과 서포트를 받으면서도 가짜하버드생 행세를 했기 때문임.

그래서 세리에 대한 반격으로 나는 엄마의 큰 사랑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임.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주 스트레스인 캐슬 아이들의 약점을 공격하기 위해서임.

(혜나로선 애초에 간섭은 커녕 관심도 못 받는데 이딴거를 고민할 입장도 못되는거지만) 

아무튼 캐슬에 들어와 예서와 예서엄마와 반목하게 되면서 혜나는 기존의 사이다같은 당당함이 아니라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음울한 또 달리 비치기로는 음흉한 캐릭터로 변하게 됨. 

강준상의 집에서 희망을 발견하고자 했으나 내 딸은 예서와 예빈이 뿐이라는 선언을 듣고 더 절망, 

악만 남은 인물이 되는데 기본적인 논리와 대화가 통하던 예전 모습이 아닌, 아무데나 공격하고 시비걸고

마구 부딪히는 모습을 보임. 수행평가 비리라고 해도 어머니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인간적 여지를 주던

학생회장 후보 시절과는 달리, 이해할 수 없이 타인을 공격하는 모습에서 공감성을 상실하게 됨.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때 누구나 그 사람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인물인가를 따지게 되는데,

혜나의 경우에는 그 거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림. 

예서 엄마와 한 약속 

1. 조용히 지내라, 윗층에 올라오지 말아라 - 준상의 방을 다니고 쥬얼리를 만짐.

2. 예서 아빠에게 알리지 말아라 - 보란듯이 식사자리에서 티를 냄.

3. 예서를 자극하지 마라 - 우주를 이용해 예서를 자극함.

4. 예서에게 사실을 말하지 마라 - 예서와 한바탕 싸우고 사실을 말해버림.

을 모두 깨버린다. 자신의 기분을 예서가 잡친다는 비합리적인 이유로. 

이 인물에게 합리적인 복수의 방향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런 행동은 대화나 거래, 관계는 커녕

같이 있어 좋을 것 없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판단 밖에는 들게 하지 않는 것. 언제고 기분에 따라 상대를 배신할테니까.

따라서 혐오라는 단어는 이러한 행각들과 함께 붙여졌다고 봄. 

혜나를 옹호한다면 이 아이가 아직 감정절제가 미숙한 고등학생이고 인생의 큰 상처와 싸우는 중이라는 것으로

말할 수 있을텐데... 

이러한 상처를 극복하려면 자신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존재가 있거나,

성장과정부터 쌓여온 신뢰와 사랑으로 정서적인 안정이 있거나 해야 하는데 둘 다 없었음. 

혜나의 관심은 아빠의 인정을 받는 것, 딸이 되는것, - 그러자면 예서의 부족한 면을 내가 치고들어갈 수 있어야 하므로

김주영에게 예서를 서울의대에서 떨어뜨려 달라 거래를 터보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마음, 기댈 곳 없는 처지임을 김주영이 모를 리 없고.

애초에 바랄 수 없는 일을 바랐고 애초에 거래 상대가 될 수 없는 상대에게 찾아간 것부터가

그 마음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임. 

따라서 마지막까지도 혜나는 지독히도 외롭고 가여운 아이였다는 생각임.

장례식장에 학교친구들은 없고 캐슬사람들만 있는 것도 학교에서 인기있었던 김혜나란 아이도

마음 속 깊이 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없었다는 것을 암시함. 

얘는 일각에서 말하듯 멋있는 것도 아니고 걸크러쉬도 아니고 불쌍한 아이.. 다른 애들은 부모의 간섭이 지겨운데

지 먹고 살 걱정부터 아니, 부모란 존재를 부럽게 보기만 해야 했던 아이.

그리고 그 마음속의 소용돌이를 받아줄 곳 없이

아무렇게나 뻗쳐 결국 동정조차 잘 사지도 못하는 아이였다고 생각된다. 

 날렸다가 다시 씀 ㅜㅜㅜㅜ 개추 좀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