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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이 꿰뚫은 기존 드라마들의 클리쉐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6.249) 2015.11.10 12:07:15
조회 981 추천 56 댓글 4




[정덕현의 드라마 드라마] 멜로도 어설픈 판타지도 없는 ‘송곳’, 왜 끌릴까

도대체 노동운동을 소재로 이렇게 경쾌한 드라마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JTBC <송곳>은 기존 드라마들과 비교해볼 때 여러모로 도발적인 드라마다. 먼저 노동운동이라는 소재가 그렇다. 지금껏 우리는 이 소재의 콘텐츠를 드라마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많은 드라마에서 노동운동이 잠깐씩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의 A to Z을 하나하나 실천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는 드라마라니.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진노동상담소 구고신(안내상) 소장은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이 노동운동을 왜 해야 하고 또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해야 효과적인가를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그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수인(지현우)이 갖고 있는 막연한 노동현장의 부당함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경쟁적 현실 속에서 탈락되곤 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그런 문제를 의도적으로 양산하고 있는 시스템을 비판한다. 실로 드라마가 이 정도의 디테일과 깊이로까지 치고 나갔다는 건 <송곳>이 그간의 여러 드라마들 속에서도 송곳 같은 면면을 갖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소소히 들어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노동의 문제를 주머니 바깥으로 끄집어낸 것.

하지만 드라마 <송곳>이 꿰뚫고 있는 것은 단지 이런 소재적인 차원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들이 해왔던 것처럼, 드라마라면 응당 그래야할 것만 같은 클리쉐들마저 꿰뚫고 있다. 물론 <미생>에서도 그랬지만 <송곳>에는 멜로가 없다. 멜로를 담기에는 이들이 풀어 나가야할 노동 현장의 이야기가 너무나 진지하고 처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들 속에서 멜로 같은 달달함은 자칫 드라마의 본질을 흐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멜로는 그렇다 치고 어정쩡한 판타지조차 그려내지 않는다는 건 드라마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드라마의 힘이란 결국 현실에 부재한 어떤 결핍을 채워주는 데서 나오는 법이다. 그런데 <송곳>은 그런 판타지의 기대감을 어설프게 내세우는 법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판타지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거래처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누명을 쓴 채 쫓겨나게 될 위기에 놓인 황주임(예성)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증거를 찾아내 모든 걸 뒤집는 이야기에는 분명 통쾌한 판타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들은 겨우 쫓겨날 걸 면하게 된 것일 뿐 여전히 정리해고의 칼날이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 현실 앞에 놓여있다.

멜로와 어설픈 판타지를 지워내고 소재가 갖는 현실성에 천착하다보니 <송곳>은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그 많은 드라마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어떤 공식처럼 생각되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드라마가 스스로 가둬버린 한계라는 걸 깨닫게 만들었다. 실로 세상에는 막연한 사랑이야기나 가족이야기, 복수극 같은 것 이외에도 들여다보고 얘기할만한 것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송곳>은 에둘러 말해주고 있다.

<송곳>의 가치는 그래서 노동운동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뤘다는 것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드라마에도 다양한 소재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그 외연을 넓혀 놓고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니 이제 주머니 속에만 갇혀 비슷비슷한 소재들만 변주하던 드라마들은 이제 그 바깥으로 시선을 확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 많은 <송곳>처럼 범주와 클리셰의 한계 바깥으로 삐져나오는 드라마들이 생겨나기를.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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