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이 주장하는 "캐넌을 지켜야 세계관이 지켜진다"가 개소리인 이유.

작중에서 미겔은 다른 평행우주의 미겔 자리를 대신 꿰찼다가 설정 붕괴로 인해서 세계가 붕괴했다고 하면서

온갖 세계의 스파이더맨들 모아다가 캐넌 지키자고 가스라이팅을 한다.

물론 그걸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딱 대의를 지키는 영웅이고, 마일스는 큰 그림 못 보고 당장 울 아빠 구할래 뿌애앵- 하는 어린애로 보일 수 있다.

근데 뇌피셜 싹 거두고 영화 내용만 딱 봐도 이게 영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걸 알 수가 있음.

1. 마일스의 지구-1610은 스파이더맨이 죽고 마일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세계관 붕괴가 일어날 조짐이 전혀 없음.

2. 마일스가 프라울러가 된 세계인 지구-42 또한 '스파이더맨이 없는 세계'가 되었음에도 멀쩡함.

그런데 마일스가 싱 경위 구해서 설정 파괴됐다는 지구-505101은 어땠지?

1분도 안 지나서 시계에 워닝 뜨고 곧바로 바닥에 블랙홀 같은 게 생기면서 붕괴되기 시작함.

그리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미겔이 스파이더맨들 몰고 와서 무슨 장치로 블랙홀 막았지.

마일스가 싱 경위 구할지 어떻게 알고 이렇게 빨리 대처함?

미리 겪어봤으니까? 아니, 그럴 수가 없음.

왜냐하면 미겔이 원본을 대체하고 벌어진 '세계관 붕괴'는 분명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님.

최소한 딸을 안고 공원에서 피크닉을 할 정도로 평화로운 일상을 영상으로 남길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지구-1610과 지구-42도 아직도 붕괴가 안 됐지?

물론 사실은 이미 붕괴되는 중이고, 아직 겉으로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가정해도, 결국 바로 붕괴가 일어난 지구-505101 쪽이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미겔의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하기 위해서는 지구-1610과 지구-42, 지구-505101, 그리고 미겔이 원본을 대체한 지구까지...

모든 지구는 설정 파괴로 인한 세계관 붕괴가 이뤄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 다르다는 가정이 붙어야 한다.

근데 그럼 그걸 어떻게 미리 알고 바로 와서 대처함? 딱 봐도 말이 안 되지?

심지어 그웬의 지구에서는 스테이시 경위가 그웬의 일장연설 중에 경찰을 은퇴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겔이 주장한 '스파이더맨과 가까운 사이의 서장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공식이 파괴됨.

그런데 그웬의 지구가 붕괴했나? 아니지.

이건 다른 평행우주에서 관여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결정'이라 괜찮다고? 그건 말이 안 되지.

어찌 됐건 역사가 정사대로 이어가지질 못했다는 얘기고, 그웬이 그런 말을 아빠한테 하게 되는 데에도 평행우주에서 경험한 일들로 인한 결과잖아.

즉, 이것도 결국 '설정 파괴' = '세계관 붕괴' 가 아니라는 근거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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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뇌피셜.

결국 이런 점에서 도출될 수 있는 결론은 두 가지다.

1. 미겔 오하라의 세계에서 일어난 붕괴 사건은 '설정 파괴'와는 별개의 사건(EX. 계속 존재하는 자가 신성한 타임라인에 위배돼서 삭제했다.)이었지만, 미겔은 '설정 파괴'가 원인이라고 오해했다.

-> 결국 미겔의 고집과 아집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이걸 마일스가 행동을 통해 보여주면서 갈등이 해결될 것.

-> 미겔은 악역이 아닌 아직 성장해야 하는 또 한 명의 불완전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가정에서 나오는 결론.

-> 문제는 이렇게 되면 지구-505101에서 곧바로 붕괴에 대처한 것은 맥거핀으로 남게 됨.

2. 마일스가 지구-42의 거미에게 물려 스파이더맨이 되는 것 자체가 캐넌이었고, 설정 파괴에 관해서는 미겔 오하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모든 일의 흑막이 미겔 오하라였다는 가정임.

-> 이 결론을 내면 미겔이 마일스를 이상할 정도로 혐오하는 이유도 설명됨.

왜냐? 자신은 다른 세계의 미겔을 대체하지 못했는데, 마일스는 스파이더맨의 자리를 대체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즉, 질투심인 거지.

-> 결국 앞에서 제기한 의문점이 모두 해결됨. 뭄바튼에서 바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던 이유는, 애초에 그 붕괴를 불러일으킨 사람이 미겔 오하라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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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어느 쪽으로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영화를 보고 느낀 미겔은 이런 느낌이었다.

히붕이들은 어떻게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