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요약 : 그냥 써

짤방은 피셔 스페이스펜 작동원리.

머 별거 없고, 그냥 뒤에서 질소가 잉크를 밀어줌 끗.

만년필 잉크는 뭐 여러가지 조건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세관 현상을 주로 사용해서 잉크를

잉크색 -> 피더 -> 닙 슬릿 -> 종이

로 전달해 주어야만 하기 때문에 물처럼 질질 흘러야됨.

해서 만년필용 잉크는 특정 농도 이상 진하게 만들기가 매우 어려움.

건더기가 많이 들어갈수록 흐름이 나빠질게 뻔하고,

염료타입이라고 해도 농도가 올라갈수록 점도는 올라가니깐.

해서 진한 잉크라고 하더라도 종이의 섬유질을 타고 잉크가 흘러 번짐.

섬유질이 촘촘한 종이라고 하더라도 종이의 면이 거칠다면

그 거친 면에 잉크가 발라진 곳과 안발라진 곳 차이가 확실하게 보임.

극단적인 경우가 켄버스지 같은거.

아물론 꾹 눌러서 쓴다면 그런 건 줄어들겠지만, 그렇게 쓸 것 같으면

궂이 만년필을 쓸 필요가 없...

반면, 볼펜용 수성, 유성잉크들은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점도가 높아야 됨.

볼펜의 경우 잉크 흐름은,

잉크튜브 -> 볼에 잉크가 묻음 -> 볼이 돌아감-> 종이에 잉크를 찍음

이런 식으로 가는데, 이게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볼의 튜브 쪽 면에서 잉크를 묻혀서 종이 쪽으로 돌아 찍어내는 인쇄에 가까운 방식을 사용함.

그런데, 잉크가 이렇게 볼에 묻어 나올려면 팁의 하우징과 볼 사이에는

어느 정도 틈이 반드시 있어야 함.

볼을 하우징이랑 딱 맞게 만들면 볼이 찡겨서 안돌아가기도 하고,

나와야될 잉크가 당연히 못나오게 될꺼니깐.

아니, 잠깐, 볼이랑 하우징에 틈이 있으면 거기서 잉크 샐꺼아님?

응. 새어나와.

가끔 열받을 때 보면 잉크가 아래로 좀 새어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

153에 쓰는 뒷구녕 뚫린 심의 경우 온도나 압력차이에 따라 새어나오는게 거의 없을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런데 그거 생각한 것 만큼 많이 안새나오는 이유가 잉크를 아래와 같은 특성을 갖게 만들기 때문임.

말로 하면 존나 긴데, 그림으로 하니깐 두 장이면 되네.

공돌이라면 두 그래프고 같다는거 한눈에 알아볼꺼임.

그리고...공돌이는 딱보면 아, 유체역학 ! 그러면서 대가리 싸매고 있을꺼고,

문돌이는 이거뭥미? 하면서 대가리 싸매고 있을꺼긴 하지만 뭐 그건 그냥 넘어가면 되고,

간단히 특정 속도 이상 혹은 특정 힘 이상이 가해질 때만

잉크가 흐른다 정도로 생각하면 됨.

실제 잉크의 점도는 저런 슈도플라스틱 정도의 그래프가 아니라,

Thixotrophy라고 하는 유동특성이 매우 큰 상태로 만드는데

아예 특정한 힘이나 속도 이하에서는 고정되어서 움직이지 않도록 만들어.

대충 도토리묵이나 젤리 정도 까지는 아니고 생크림이나 요구르트보다 좀 더 흐르는 상태라보면 됨.

문돌이다 그럼 머 그런게 있다 하고 넘어가셈.

그래서 특정한 속도 이상으로 볼이 구를 때에만 잉크를 튜브 안쪽에서 찍어서

바깥 쪽으로 돌돌 돌아나와 종이위에 "찍어"주도록 만든게 볼펜임.

하여간 여기서 나타나는 만년필이랑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그놈의 필압.

특정 압력 이하에서는 볼과 종이의 저항이 볼과 하우징,

그리고 잉크를 움직일 정도가 되지 않아 볼이 굴러가지 않음.

수성이나 중성 볼펜들이 유성볼펜보다 훨씬 가볍고 부드럽게 써지는 이유가

잉크의 점도가 현저하게 낮다는 점에 따른 유성잉크 대비 가벼운 필압인데,

어쨌든 이놈도 최소한 볼 굴려줄 정도의 힘은 가해줘야되는거임.

(실은 잉크가 볼/하우징 사이의 윤활유 역할도 해서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함)

수성잉크도 위에 설명한 대로 틱소트로피 특성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에

점도 자체도 만년필용 잉크보다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종이에 찍었을 때

필압으로 만드어지는 홈 + 특정 속도나 힘 이하에서는 흐르는 성질이 없는 잉크의 조합으로

종이 위에 볼이 지나간 그 자국 그대로 선이 그어지게 되는거임.

해서 선명한, 쨍한 선이 그어진다는거.

반면 만년필용 잉크들은 그 정도가 한계가 있고,

그래서 콸콸 쏱아지는 딥펜의 경우 종이에 퍼지는 거 막기 위해서

점도를 일부러 올릴려고 자일리톨 구아검 같은걸로 올리기도 하는거임.

딥펜 전용, 캘리용 잉크들이 비교적 쨍한 이유도 이것 때문.

머 그렇다고.

결론 : 만년필 덕후처럼 만년필에 맞는 잉크를 찾네마네, 종이는 밀크 스카이가 최고네마네

         주객이 전도된 뻘짓하지 말고 그냥 니꼴리는펜 쥐고 편하게 써.

         글이라는 건 뭘로 쓰는가가 중야한게 아니라 뭘 쓰는가가 중요한거지.

         아물론 전 오늘도 펜라치오 함미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