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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지론자가 된 이후 쓴 소설 : 은하 넷 배틀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1 11: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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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넷 배틀







둘째 아들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 한다.


김민준이 둘째 아들의 비보를 들은 것은 아내인 이예정과 한창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면서 서로 애교 부리고 분위기 잡으며 들떠 있던 시간이었다. 지루하고 낡은 일상을 관통하고 나서야 이룬 거의 1년만의 부부의 만남이었다. 김민준, 이예정은 73세 동갑이었는데 21세기 초반의 사람 외관으로 치면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미모를 갖고 있었고 그만치의 건강도 유지했다. 역노화가 개발되어 불로불사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었다.


소식을 들었을 때 이예정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가셨고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이예정도 어버이로서 이성을 지키고자 했지만 감정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법이다. 김민준은 아내의 몸을 쓰러지지 않도록 붙들었다. 김민준은 이예정을 침대에 뉘이고 가사 도우미 로봇의 시중을 받도록 조치했다. 의료 로봇이 바쁘게 검진했다. 약간 놀란 것 빼고는 이예정에게 건강상의 별다른 징후는 없다고 나왔다. 김민준의 어머니는 102살의 나이로 우주여행을 하다가 순간적인 응급 처치 기기의 오류로 인해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보통 사람은 이론상 영생하는 걸 감안하면 요절한 것이었고 어머니의 빈자리는 처자식으로 모두 메울 수는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렇다고 처자식을 잃을 수는 없었다.


이예정은 곧 일어나 앉아 말했다.


“난 바오로 시장이자 목사로서 할 일이 있어. 지구를 떠나지 않겠어. 자기가 우리 애를 구하러 가. 자기야, 사랑해.”


“알았어, 사랑해, 예정아.”


김민준은 이예정의 이마에 뽀뽀한 뒤 방문 밖으로 나갔다.


이예정의 저택이자 시장 관저는 바오로 시의 맞은편에 있었고 무대와 주차장과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건물이었다. 이예정이 몸담고 있는 기독교 교단은 그리 강한 교단은 아니었고 양자 통신망 즉 인터넷으로만 활동했고 십일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 건물은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살아야 할 집은 있어야 했고 시장이라면 집이 시장 관저를 겸하는 경우가 꽤 있었던 것이다.


바오로 시는 높이 2000미터의 30만 명 씩 사는 건물들 여럿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공 섬 위 바오로 시엔 항구가 딸려 있었다. 최저생활주택들로 바오로 시의 건물들은 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기도 한, 기본소득과 기본재산 등등의 복지 제도로 살아가기 딱 적당한 것이 최저생활주택이었다. 최저생활주택은 바오로 시와 같은 복지 특구들에선 무료로 제공되었다. 바오로 시를 둘러싼 해역 뿐 아니라 지구는 사람이 손댄 곳 아니면 점차 생명권이 재생되는 중이었다.


이예정은 바오로 시의 시장을 지난 40년 동안 당선되어 해왔다. 이예정은 바오로 시 시민들이 내키면 언제든 나와 먹고 마실 수 있도록 뷔페식 무료 급식소를 운영했고 이 급식소는 김민준의 사업에도 의존했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자체는 인류 연합에서 지원이 나왔지만 식재료를 고급으로 하는 것까지는 아니었다. 김민준과 이예정 가족은 개인 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비슷하고 이 시대 보편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김민준은 자수성가했고 이예정은 태어날 때부터 부자였는데 이들 가족들의 벌이는 평균 보단 훨씬 높았지만 부는 대체로 개인 보다는 법인이 갖고 있었다. 이예정은 자택 무대에 갖가지 공연을 유치하기도 했고 바오로 시 사람들을 초대해서 잔치를 열기도 했다.


해악을 알리고 있었으나 마약과 도박으로 패가망신하는 이들은 바오로 시엔 존재했다. 도박하면 복지비가 잠시 끊겼으므로 급식소는 그들이 돈이 없을 때 주로 이용하는 시설로 쓰였고 드론으로 배달도 되었다. 인류 연합의 법에 의해 이예정은 급식소에서 설교하지 않았다. 인류 연합에게 있어 약자들을 돌보는 것은 의무이자 특권이자 성취로 받아들여졌다. 상품 가격은 저렴하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공급되고 있었는데도 최저 생계민들을 이 정도로 밖에 못 돌보는 것은 자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우주의 모든 정보는 무한한 영향력 아래 결정되므로 개인에게 근본적 원인을 물을 수는 없기에 비록 인간적 차원에서는 동등한 인류라는 입장에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나 과학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관점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지만 지속 불가능한 복지는 하지 않았다.


바오로 시 사람들 가운데서는 업무 능력이 부족하거나 의욕이 없거나 일하기 싫어서 그러고 있는 경우들도 많았다. 하지만 바오로 시는 대체로 전출입이 많은 도시였다. 지구 전체로 마을 선박들을 비롯한 여러 교통수단들이 일터로 사람들을 이동시켰고 이에는 바오로 시에 전출입 되는 인원들도 포함이었다. 일터는 많았는데 예컨대 광합성 설비나 질산염이나 탄소 활용 설비나 핵융합 발전소나 지열 발전소 같은 곳들도 있었다.


김민준은 궤도 엘리베이터에서 바오로 시 수석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첫째 아들과 양자 통신 핸드폰으로 통화했다. 사회복지사는 현재로선 사회복지 일에 종사하는 프로그램과 기계를 감시하고 관리하며 수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직업이었는데 수석 사회복지사는 사람까지 대거 다뤄야 했다. 양자 통신은 양자 얽힘을 이용했기 때문에 우주 어디서든 실시간 통신이 가능했다.


“정우야, 엄마한테 잘 해라. 다정다감한 사람이라 많이 놀랐을 거다.”


“네, 아빠. 뜻한바 이루세요. 조심하세요.”


36세인 첫째 아들도, 34세인 둘째 아들도 각각 애가 둘 씩 있었다. 따라서 손주 둘에겐 아버지가 없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김민준도 이예정도 꽤 오랜 선대부터 유전자를 조작한 뒤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는 출산의 방식을 가져 왔다. 출산은 그렇게 했을망정 양육은 대체로 전통 방식을 따라온 것이 김민준과 이예정의 가계였다. 인공 자궁 출산은 인권이 지켜지는 한도 아래 국가나 회사에서도 해오고 있었다. 김민준은 그가 가진 평균 보다 부유한 재산이 보다 큰 책임을 의미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랬기에 세금도 기쁘게 내는 편이었다.


김민준은 가방에서 영양제를 꺼내 먹었다. 음식만을 통해서는 충분한 무기질과 비타민을 얻을 수 없는 시대였다.


첫째 아들이 자신은 아들 보다 며느리에게 더 살갑게 구는 때들이 있다면서 딸을 두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했던 기억이 문득 나 김민준은 웃음지었다. 어머니가 살아 있었어도 아니 마약에 찌들어 살았어도 모든 순간에 공허와 결핍을 잊을 수는 없었을 거라 보면서 김민준은 삶에 충실하려 애썼다.


궤도 엘리베이터들은 은빛 링과 연결되어 있었고 수많은 우주선들이 분주하게 다녔다. 라그랑주 포인트의 우주 농장 겸 거울 위성들이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에 내쏘고 있었다. 태양 둘레를 광자 발전 위성들이 둘러 싸 다이슨 스피어가 설치되어 태양의 빛과 열이 지구에 자연적으로는 덜 비치게 되었기 때문에 지구 위에 거울 위성을 띄운 것이다. 우주 농장들에 사용되는 물은 수소는 목성, 산소는 달에서 주로 채집되었다. 지구의 물을 우주로 내보내는 건 비상시 이외엔 금지되어 있었다.


지구를 두른 링에서 워프 우주선으로 갈아탔다. 워프 항법은 우주선 앞의 공간은 줄이고 뒤의 공간은 늘이는 것으로 빛 보다 빠르게 이동 가능했다.


김민준은 태양계 공전 궤도면을 따라 워프 우주선으로 오르트 구름에 있는 외우주 개척 기지로 이동했다. 그곳에 김민준이 경영하는 함대가 정박해 있었다. 김민준은 은하계 가장자리에서 태양계로 자원을 옮기는 물류 사업을 해왔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인터넷으로 자본 투입을 결정했으며 우주 폭력배를 즉결 처지하기 위해 함대를 무장시키고 있었다.


극악무도한 쾌락 살인자에게도, 국가가 개인에게 위험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사형이 아닌 감형 없는 종신형을 처분하는 인류 연합이었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우주 폭력배는 누구나 쏴죽일 수 있었다. 우주 폭력배에 대한 그 같은 극악 처방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을 피할 방법이 그것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라고 인류 연합은 보고 있었다. 우주 폭력배를 발견하고 감시하며 감별하고 요격하는 시스템 자체는 인류 연합의 군대에 양자 통신으로 연결되어 정부 서버에 기록되었고 요격권은 전적으로 현장에 있는 우주선 관리자가 가졌다. 이렇듯 사병을 허용하는 것은 우주 개척 초반에 우주 폭력배들이 대거 생겨났기 때문이었고 인류 연합이 폭정으로 타락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도 있었다.


인류 연합의 영향력이 미치는 모든 우주선엔 양자 통신에 입각해서 상대의 정보가 전해지면 이를 보편 이성으로 분석하여 상대와 동일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공지능 양자컴퓨터가 배치되어 있어 중앙집권 시스템이 은하계 전역에도 유지되었다.


군인은 둘째 아들 김덕만의 직업이었다. 군인도 대부분의 업무는 프로그램과 기계를 관리하고 수리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사람을 다루고 책임을 지는 함장이었다.


둘째는 납치되면서 많은 정보를 인류 연합에 제공했다. 따라서 둘째는 외계인에게도 인류 연합의 실체를 어느 정도 알리는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생환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둘째에 따르면 외계인의 실체는 크툴루 제국이었다. 크툴루 제국이라는 인류에게 악의적이면서 러브크레프트의 소설에 기원한 이름을 스스로 부른다는 점에서 촉이 오는 것이다. 크툴루 제국은 한 우주 폭력배가 인류 연합의 구성원에게 요격당한 뒤 우주를 떠돌다가 우주 폭력배는 죽고 그의 불법 시설에서 학대당하던 문어 인류가 세웠다고 했다. 문어는 생애의 4분의 1을 자식을 키우는데 쏟을 만치 모성애가 지극하고 지능이 개나 고양이 보다 높다. 문어 인류는 생명공학으로 문어를 변형시켜 나타난 존재였다. 인류 연합은 여러 동식물을 인류로 변형시키면 이들도 인류로 인정했고 변형되는 숫자는 정부가 관여했다. 바오로 시에도 그런 퍼리들은 많았다.


김민준은 햄버거를 씹어 먹었다. 분자 합성만으로 만들어진 햄버거였다. 생물은 정부의 허가 없이는 죽일 수 없었고, 정부의 판단은 법에 의해 이루어졌다. 퍼리와의 정치적 문제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세포도 나름의 역사와 애환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맛과 질감은 21세기 이전의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김민준은 알고 있었다. 김민준은 전기 자극을 통해서도 약간의 에너지는 공급 받는 몸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식사를 할 필요도 있었다.


외따로 떨어진 문어 인류가 좀 앙심을 품었기로서니 인류 연합의 정식 군대를 납치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문제는 이들 문어 인류가 외계인에 의해 버려진 다이슨 스피어에 불시착해 그것을 차지하고 크툴루 제국을 칭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다이슨 스피어는 인류 보다 오래된 외계인이 만들었고 그 외계인은 단 하나의 개체에게 다른 모든 종족이 파멸하는 초지능 단일체가 되었다가 기계의 오작동으로 살해된 뒤 버려져 있었다. 크툴루 제국은 그 다이슨 스피어를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엄청난 번영을 이루었다 했다.


그렇다면 크툴루 제국은 예상치 보다 훨씬 큰 세력일 수 있었다. 김민준은 우주 폭력배로 간주된 크툴루 제국에 인류 연합의 전면적인 공습이 가해질 가능성을 생각했다. 이는 아들의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었고, 인류 연합이 큰 적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었다.


김민준은 정장을 갖춰 입고 앉아 다음 내용을 녹화하고 사내 방송했다.


“사원 여러분, 저 김민준은 제 아들을 구하고 크툴루 제국이 거대한 세력일 경우를 상정하여 인류 연합과 크툴루 제국 사이에 우리 함대를 위치시키고자 합니다. 전 제 함대를 감히 방패로 삼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에 동원될 우주선들은 온전히 제 지분에 속한 것들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에 탑승해 있어야 하는 사원 여러분은 일을 사명으로 받아들인 귀한 사람들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면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고, 싫다면 벗어날 수 있어야 자유인의 계약일 것이며, 헌신과 희생은 스스로 해야지 타인에게 기대해도 강요해도 안 되는 것이겠지요. 저와 뜻을 같이 할 분들만 남아 주시기 바랍니다. 떠나셔도 그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고 저와 뜻을 함께 하신다면 무한한 은혜로 받아들일 것임을 약속드리겠습니다.”


다행히 필요한 우주선들을 운영할만한 인력이 잔류를 결정해 김민준은 안도했다. 눈물을 쏟으며 사원들에게 감사를 표한 김민준은 사용 가능한 함대를 워프 시켜 인류 연합과 크툴루 제국 사이 최단 경로에 위치시켰다. 우주 공간은 너무 넓기 때문에 모든 경로를 막는 건 함대 규모 상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길목을 일단 막았고 기동하면서 막겠다고 선언한 것이므로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김민준은 크툴루 제국과 협상을 시작했다. 동시에 할 것이 있었다.


“이제부터는 평생 동안 해온 인터넷 배틀을 할 차례다.”


예상대로 인터넷을 들어 가 보니 김민준 생애에 가장 심한 어그로가 끌려 있었다.


김민준의 자세는 편했지만 정신은 주요 사업 결정을 할 때처럼 곤두섰다. 이토록 심각한 넷 상 토론은 김민준의 삶에 없었다.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 개개인이 국가의 단위이고 피지배자인 동시에 지배자라고 선언한다. 그와 같은 원칙이 아니더라도 게시판의 익명 뒤에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망라될 수 있었으며 누구에게나 인류 연합의 통합 의식에 접근해 직접 민주주의에 따른 정책 선택을 할 권리가 있는 이상 진지하게 임해야 할 대상이었다. 특정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사상 옹호를 위한 공격의 일환으로 혐오까지도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미국 법 계열로 인류 연합에 계승되었기에 마음의 상처를 받을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인류 연합에 있어 인터넷 논쟁은 주류 문화이기도 했다. 그 어떤 가치도 사상도 지키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는 걸 알고 있기에 인류 연합은 인터넷을 체제 유지 관점에서도 접근했다.


김민준은 반응할만한 게시물을 찾았다.


-김덕만 함장이 잡혀가면서 알려준 바에 따르면 크툴루 제국은 인간을 복제해서 식량으로 삼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크툴루 제국의 인간 복제는 계속되고 있고 단지 복수심을 위해 인간으로 식사를 하고 종교 의식에 제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 이상 크툴루 제국의 낙지 무리들을 전멸시켜야만 한다!


김민준은 함대를 전개시켰다. 김민준과 다른 사람들의 대담이 넷 상에서 얽혔다.


-악행은 덮이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도 도출되는 양자역학적 블록 우주론에 의하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시공간은 모든 우주들 속에 그대로 펼쳐져 있는 것이기에 그들의 악행도 영원히 박제되어 있는 것이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인간에겐 이미 정해진 미래들 중 하나를 선택할 자유가 있기에 인류 연합은 마땅히 약자들을 탄압한 낙지 무리들을 소탕해야만 한다.


-크툴루 제국에 상대주의로 접근하라. 인체 공장 운영할 수도 있다.


[식인에 대한 옹호에 따라 인류 연합에 의해 글의 작성자는 요주의 대상자로 기록될 것이나 글만으로 간섭받지는 않을 것이고 정신 분석이 은밀히 행해질 터였다. 이후에도 작성자는 어그로를 끌었고 비난받았다.]


-크툴루 제국의 문어 인류들에게 개인 별로 접근해야 한다. 식인 행각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자들은 처벌하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약자로 대우해야 한다.


-크툴루 제국이 인류 연합 보다 약하긴 하지만 개인적 접근을 강요할 정도로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식인 행각을 금지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것이 한계이며 대치 상태가 계속될 수 있고 인류 연합에 지속적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런 이상 인류 연합 전체의 힘은 집중되어야 하고 모든 자원은 효율적 전쟁 수행 준비를 위해 바쳐져야 한다.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하여 통합 의식이 그에 기반 한 현 시점에서 개인의 자유는 더욱 침해당하기 쉬운 것이 되어 있다. 그런데도 통합 의식은 개인에게 한꺼번에 여러 정보를 검토하게 만들어주는데 도움이 되는 형태로서만 기능하고 있다. 마인드 컨트롤은 뇌를 활성화시키고 기계와 효과적으로 연결시켜 인간의 학습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켰다. 마인드 컨트롤이 가진 초지능 단일체를 향한 가능성에도 인류 연합이 특이점주의가 21세기 초에 했던 약속대로 초지능 연결사회를 실현시킨 것은 개인의 존엄과 자유가 지켜져 최대 다수의 개인들이 각자의 욕망을 위해 투신할 때 더 큰 번영이 오고 개인의 안전도 지켜진다는 통찰이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인류 연합은 모든 자원을 전쟁을 위해서라도 빼앗아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유는 중요하다. 개인의 의식과 자유가 지켜져야 권력욕의 폭주를 막아 초지능 단일체를 향한 의지로부터 인류를 보호할 수 있다. 어떤 개인에게 있어 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은 본인뿐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고 어떤 형태의 간섭이든 타인은 그가 부모자식이나 철인이나 통합 의식이라도 개인 자신 보다 신뢰할 수는 없다는 걸 수긍해야 한다. 개인은 타인의 의식이 존재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존재 아닌가.


-순선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선의지이고 이는 무의지나 악의와는 달리 남들 또한 폐허가 아닌 번영으로 이끌기에 선을 절대자도 추구할 자존이 있다 해서만 선을 숭상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인간은 어릴 적엔 개미를 죽이는 이들도 있지만 어른이 되면 이를 행하는 걸 할 일 없는 것으로 여기는데 이는 욕망의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선은 보다 어려운 것들을 성취하는 데에도 있는 것이다. 인권의 목표 중에 부와 쾌적의 추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며 약자에게 강자로 가는 길을 열고자 하는 것도 이런 뜻이 아닐까 한다. 2차 대전 이래 개인 생활의 면에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도 보다 부유해지는 역사가 대체로 이어져 왔다. 사회의 총력을 증대하는 것은 오랜 목표였다.


군이 도착했다. 김민준은 자신이 부품으로서 투신하고 있는 인류 연합의 가치가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둘째 아들 김덕만의 처우는 이제 군이 할 것이다. 이 모진 우주에서 인류 문명의 생명과 재산을 보존해, 직계 자손이 아닌 후대에게도 물려주는 일은 김민준에게도 중요한 과업으로 생각되었다. 김민준의 지위는 비교적 높았지만, 김민준은 이를 그저 운이 좋았다고 보아 하위층들에게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도 이 같은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김민준은 아내 이예정이 목사로 있는 불가지론 기독교의 한 교파를 생각했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의심할 수 없고 존재 자체는 억측이므로 절대자와 사후세계 또한 없다고 단언할 수 없고, 예수의 부활은 설령 이 우주가 누구도 부활할 수 없는 수학적 물리 법칙 아래 놓여 있다 해도 절대자가 전지전능하다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라고 그 교파는 말했다.


물리학자 티플러가 제시한 오메가 포인트 즉 우주의 모든 사건과 존재들을 지능의 힘으로 부활시키고 이를 유토피아로 운영할 수 있는 찬란한 순간이 가능하다면 인류가 이룰 방도가 있을 것이다. 오메가 포인트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면 좋겠다고 김민준은 생각했고 인류가 인공 저승을 만들 수 없어도 절대자가 피안 너머에서 천국을 마련해두실 확률이 없진 않다고 보았다.


우파니샤드와 스티븐 호킹의 말처럼 세상은 존재해야만 하는 것도 필요해야만 하는 것도 없기에 절대자가 필요 없는 개념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존재는 있다. 무한 세계와 절대자는 양립 가능하고 절대자가 무한 세계를 다양성을 위해 있도록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절대자가 있고 그가 인간과 세계에 객관적인 존재 의의를 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본다면 설령 실제로는 신이 없다 해도 정신 승리하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이예정은 신이 세상을 포기하게 하지 않기 위해 모든 경우에는 미치지 못 하여도 때때로 양심을 실천하며 산다면 이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서 의무를 일정 부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의인이 있거나 세상이 반성한다면 그곳을 멸하지 않겠다고 신이 인간에게 성경을 통해 약속했다고 이예정은 믿었다. 신이 없더라도 신에의 믿음을 통해 위안을 삶에 더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라고 이예정은 김민준에게 연애할 때 말한 적이 있었다.


김민준이 고민하고 있을 때 기쁜 소식이 들렸다.


“아빠!”


김민준은 크툴루 제국이 풀어준 둘째 아들과 포옹했다. 둘째가 말했다.


“저를 포함 모든 장병들은 풀려났어요!”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덕만아, 크툴루 제국의 국력은 어떠니?”


“인류 연합 대비 3~4% 정도 되는 듯 했어요. 하지만 정확한 계산은 아니고 뜻밖의 무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있겠죠. 그 정도 국력이면 대 항성 결전 병기를 갖고 있다 해서 이상하지도 않고요. 비록 저들이 복제한 인간들을 가축 상태에서 해방시키지는 못 했지만 일단 식인을 멈추겠다는 약속은 맺고 왔어요. 전 그들이 몸이 살아 있는 한 아무리 통제와 굴욕을 당했더라도 주체성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미국 독립 선언문을 믿고 있지요.”


포로 생활에 지친 둘째 아들과 장병들은 휴식했다.


김민준은 둘째와 휴가를 같은 때 내고 함께 지구로 가는 길에 올랐다. 가족 상봉은 오랜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좋았다. 무엇을 바라는지, 김민준은 허공을 보았다.


‘엄마가 보고 싶다.’



[Fin]


[2019.11.27.][2019.12.14.에 2차판][2020.09.11.에 3차판][2022.05.25.에 4차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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