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후반부 최철기의 선택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품거나 혹은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 나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최철기가 총을 빼어들고 "이제 니들하고 그만 좀 엮이자"하는 부분부터 이 '선택'(최철기와 류승완, 혹은 박훈정의 선택)에 대해 머리 아플 정도로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론은 한 번 더 보고 오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제 다시 보면서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된 느낌이다. 최철기가 총을 빼어들기까지는 거미줄처럼 끈끈하고 촘촘하게 얽혀있는 사회 관계망이 유기적으로 재구성되고 개편되고 변화는 할지언정 (심지어 관계망을 구성하는 인물이 죽거나 나가 떨어지더라도) 끊어지거나 박살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최철기가 총을 빼어들기 전까지 인물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언정 그건 주체적이라기보단 관계망에 얽혀서, 그 관계들에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어떨 때는 이럴 수 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에 가깝다. 하지만 최철기가 총을 빼어드는 건 이 영화에서 거의 최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주체적이고 자의적인 선택을 내리는 장면이고, 그건 이 더러운 관계망을 이제는 좀 벗어나고 싶다는 발버둥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시도는 처절하게 실패하고, 최철기는 다시 관계망에 얽혀 들어갔다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영화도 이에 따라 최철기가 총을 빼어든 직후엔 다시 이전처럼 이럴 수 밖에 없겠다 싶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총을 빼어든다는 선택이 빚어낸 결과가 다시 관계망에 영향을 미치고 거미줄이 재구성되면서 거기에 매달린 인물들이 거미줄을 따라 데롱데롱 흔들리는 광경이랄까.

그렇다면 이제 생각해볼 것은, 최철기가 총을 빼어들게끔 만든 류승완과 박훈정의 영화적 선택을 지지할 것인지로 넘어가는데, 다시 감상한 결과 나는 지지하기로 했다. 혹자가 말했던 것처럼 이건 "류승완의 작가적 서명 내지 윤리적 결단"이라고 생각함. 최철기가 관계망을 부수겠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관계망이 얽혀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모습만 보여주다 끝났다면 이 영화는 덜컹거린다는 느낌 없이 보다 매끈하고 반질반질하게 뽑혀나왔을 가능성이 있지만, 대신 이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의 속도를 즐기면서 계속 끄덕끄덕 입을 벌리고 탄식하며 보다가 최철기가 총을 빼어들 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응?" 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건 류승완의 노림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 관계망 자체에 집중하던 영화가 이 지점에서 갑자기 줌을 땡겨서 '인물'에 집중하는데(물론 다시 줌아웃해서 관계망으로 돌아가지만), 내겐 이 선택을 생각해주길 바란다는 영화의 외침으로 읽혔다. 아무튼 다시 보고 나오니 이 영화가 더 좋아졌다. 단언하건데 [부당거래]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