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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다 메인갤!!)경태 이야기...7월 그 찬란함이 슬프다.

첫사랑(211.50) 2015.07.16 21:58:58
조회 864 추천 16 댓글 3

 

  더위에 지친 잎사귀들이 초록의 잔디가 무색할만큼 바스락거리며 여름 햇살아래 뒹군다.

한 낮의 열기를 차가운 물기로 씻어내고, 며칠 전 사다놓은 캔맥주 두어개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마르지 않은 머리속으로 바람이 지나갔다. 툭툭 손으로 머리카락을 넘기다 문득 언제 이렇게 머리가 자랐을까?라는

엉뚱한 의문이 들자 잊고 있던 시간들이 빠르게 다가와 어지럽게 맴돌았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거품이 흘렀다.

목으로 넘어가는 시원함...그리고 찾아오는 씁쓸함에 입가를 훔쳐내고 다시 또 하나를 집어들었다.

내일부터는 시간에 밀려 일어날 일도 없었기에 해저무는 이 저녁이 그 어떤 시간보다 행복했다.

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절로 입이 벌어질만큼 하늘은 그렇게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급하게 거실에 놓아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아쉬움보다는 잠시 후면 못 보게 될 풍경인지라 안타까울 정도로 매달렸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뭐야? 너 이제야 일어난거냐?

-어?...어...몇 시야?

-몇시긴 임마 해가 중천에 떳어. 너 오늘 여행간다고 하지 않았어?

-으아아아아...벌써 그렇게 됐나...

-하여간...그래 어디로 갈지는 정했어?

-아직...가면서 생각해보려구. 왜 그게 궁금해서 남 곤히 자는 시간 방해한거냐?

-곤히 자기는 또 잠 설쳤을거면서...아무튼 건강하게 잘 다녀와라. 어디든 도착하면 전화하고.

-알았어.

-말로만하지말고...너 작년 겨울 방학때 기억 안 나냐? 여행 간다는 놈이 20일이 넘도록 연락도 안되고...

-알았어 알았어. 잔소리는...도착하면 전화할게.

-그래...밥 잘 챙겨먹고...전시회 준비도 하려면 바쁘겠다.

-응...고맙다. 잘 다녀올게.

-김경수

-말해.

-너 내 친구다. 내 손가락 하나 잘려도 네 손에 나는 피가 더 아픈 친구...잊지마라.

 그리고 건강하게 돌아와라.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다른 녀석들도 말은 안해서 그렇지 니 걱정 많이해.

-고맙다. 잔소리는 여기까지 하하하.

 

 

  잠결에 받은 전화에 코끝이 찡했다. 아니 가슴이 간질거리고 울컥거리는 울림이 저 아래에서부터 파도처럼 밀려왔다.

버려야지...버리리라 결심했다. 하루하루 조금씩...그렇게 버리려다보니 오히려 차곡차곡 갈증이 쌓였다.

그래서 틈만 나면 어디론가 떠났다. 도착한 그 곳에 구덩이를 파고 버리고 싶었다. 남아 있는 흔적하나까지 모두 태우고 싶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그럼에도 경수는 늘 어디론가 떠났다. 친구들은 그가 조금씩 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여행에서 돌아온 경수는 늘 웃고 있었으니까...떠나기 전보다 더 큰 소리로 웃었으니까 말이다.

 

 

  차에 시동을 걸고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문득 어제 학교로 도착한 편지 생각이 났다.

가지런한 글씨에 게다가 여자 이름이라 졸업한 제자가 보낸거라 생각하고 가방에 구겨넣었던 것을 찾아냈다.

편지엔 한 줄의 내용도 없었다. 다만 누구인지 모를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뭐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무심코 다시 넣으려다 시동을 끄고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아...저...제가 어제 편지를 받았는데...전화 번호가 있어서요. 장난일거라 생각했지만...

-김경수씨?

-네?...네...누구십니까?

-방학 하셨죠? 시간 되시면 잠깐 뵐 수 있을까요?

-누구신지...

-남산 근처에 로즈라는 카페 아시죠?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왜 그래야하죠?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오고 안 나오는건 김경수씨 마음이에요. 하지만 꼭 나와주셨으면해요.

 

 

전화가 끊기고 멍하니 앉아 있던 경수는 호시심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차를 몰았다.

로즈...로즈라...왜 하필...하필이면...

손에 땀이 차올라 자꾸 미끄러지려했다. 두 눈을 흡뜨고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로즈...라는 이름에도 자신이 무너질 것 만 같았다.

 

 

얼마를 앉아 있었을까? 한 시간이라 말하던 여자는 그 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경수앞에 모습을 보였다.

 

-여기 분위기 있고 좋네요. 얘기만 들었는데...

-......

-전해 달라는 편지가 있어서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림이지만...

 

여자는 경수의 대답따위는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 처럼 가방에서 한 장의 엽서를 꺼냈다.

 

-보시면 알거라고 했어요. 그리고...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지만 두 분이 약속했던 그 시간에 언제나...그 자리에 있을거라고했죠.

  전 어떤 내용인지 몰라요. 다만 그 분의 눈빛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거에요.

 

 

경수의 떨리는 손은 쉽게 엽서를 잡지 못 했다.

함께 가고 싶었다. 그래서 약속했다. 가면 꼭 그 카페도 가보고...마구 마구 돌아다니자던 약속...

그러나 지켜지지 못 한 그 약속에 경수는 절망하고 무너졌다.

미안하다는 말...단지 그 한 마디로 태섭은 경수를 낭떨어지로 밀어버린 채 버릴 수도 버리지도 못 하는 이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제와서 왜..

 

여자가 남기고간 엽서에서 한 동안 시선을 떼지 못 했다.

잊고 살겠다더니...아무렇지 않게 살 자신 있다더니...그렇게 쉽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놓고...이제와서 왜...

경수는 태섭이 그렇게 사라지고 미친1놈처럼 찾아다녔다.

 

-태섭아...이렇게 헤어질 줄 알았으면

 눈물나지 않을만큼만 사랑할걸 그랬다.

 쉽게 잊혀질 수 있을만큼만...사랑할걸 그랬다...

 

그렇게 경수는 시간을 버텨냈고...또 버티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이름이라서 원망도 했고, 이미 낙인처럼 찍혀버린 사랑이라

조금씩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살아내야만 했다.

 

경수의 시선 너머로 하루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있다. 뜨거운 한 낮이 지나자 평온하리만치 세상을 잠재우는 바람...

구겨져버린 엽서가 길바닥에서 몸부림치며 흩어져갔다.

 

슬플 줄 알았는데 슬프지 않았다.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지 않았다.

미울 줄 알았는데 밉지도 않았다.

 

경수의 그림자 뒤로 마음에 자리잡고 있던 것들이 뚝 뚝...떨어져 하나씩 사라져갔다.

그리고 남아 있는 단 하나의 마음...경수는 이제야 그 마음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걸음을 멈췄다.

단 하나의 마음...이제껏 단 하나의 마음이라 여겼던 것들이 어쩌면 허상이었고, 꿈이었는지 몰랐다.

손에 움켜쥔 채, 모든 것과의 소통을 외면한 채 지키고 있었던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경수의 발걸음이 조금씩 여율를 찾아갔다.

이제야 알 수 있는 것...그것이 전부였고 그래서 소중했던 것의 실체를 손에 쥐었다.

그렇게 시작하면 되는 것일까...내 안에 성을 쌓고 그를 채우려 했던 것을 버렸다.

 

아마도 긴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에 경수는 다시 짐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그 카페에서 마주하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잘 지내고 있어? 피곤한 목욜...난 왜 이렇고 있는건지 원....

     길게 썼을거라 생각했는데 올리고나니 망일세...제목이 넘 거창한거 같기도하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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