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 벨기에 스파에서 벌어진 세계당구대회(B.W.A 월드컵 당구 등용문)에서 한국의 이상천은 벨기에 출신인 전 예술구 챔피언 스텔라와의 경기에서 15점을 단 큐에 끝내며 승리를 따내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 파노라마가 연출되었다. 스텔라는 세계랭킹에도 없는 동양에서 온 무명선수인 이상천을 우습게 보았을 것이다. 경기에 패한 스텔라는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있었다. 내가 최고다 라는 자신감? 지고는 못사는 근성? 두둑한 배짱?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상천을 스텔라가 몰랐던 결과인 것이다. 1984년 본인이 무교동 스타당구장을 경영할 때의 일화이다. 8명의 선수가 내기당구(일명, 즉석)를 쳤으며 그 중에서 이상천 선수는 게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후 매시간 세수를 하면서 당구를 치더니 결국에는 이상천 선수 혼자 이기고 게임이 종결된 것이다. 큰돈이 오고간 게임도 아니었으나 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천 으로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매 시간 세수를 하고 쵸크 가루가 손바닥에 범벅이 되어도 흉함을 모르고 게임에 몰두하는 근성이 오늘의 이상천을 만든 것이다. 그 후 당구유학차 미국에 건너간 이상천은 활동방법을 구상하던 중 미국선수들과 경기를 제안하고 매일같이 게임을 가졌다. 미국 선수들과 경기에서 전승을 하자 그는 특유의 배짱이 생겨 세계챔피언인 레이몽드 클루망(벨기에)선수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가 누구인가? 1963년 니스에서 개최된 세계당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시작으로 1985년 네덜란드에서 개최됐던 40회 대회까지 우승 19번과 월드컵 및 세계적 규모의 대회에서 70여 차례의 우승경력을 갖고 있는 당구황제가 아닌가? 이상천의 배짱에 놀란 레이몽드 클루망은 이상천의 제한에 쾌히 응하고 하루에 80점씩 5일간에 걸쳐 400점 먼저치기로 합의하고 뉴욕에 있는 S 당구클럽에서 결전을 가졌다. 이상천의 선구로 시작된 경기는 3일째까지 이상천이 앞서 나갔다. 4일째레이몽드 클루망은 떨어진 점수를 만회하려는 듯 완벽한 타법을 구사하면서 추격 320점을 먼저 치면서 이상천을 추월하여 4일째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 5일째 경기를 앞두고 이상천은 고민하였다. 멀리 미국 땅에 와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당구밖에 없는데 절대 절명의 기회인 클루망 과의 경기에서 패하면 기회는 없다는 부담감으로 가득하였다. 레이몽드 클루망 에게 승리할 경우 이상천은 국제적인 선수로 인정받을 것이며 인지도는 향상될 것이다. 자신을 B.W.A(세계프로당구협회)에 알릴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결국 경기 는 400:384로 클루망의 승리로 끝났으나 이 경기를 통해 이상천은 BWA 멤버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월드 멤버로 활동하면서 이상천은 나날이 발전하였다. 세계 투어 방식으로 진행되는 B.W.A 대회는 각 대회에서 우승할 때 60점을 부여하며 시리즈 화이널 경기는 90점을 주어 연간 총점을 정산하여 시리즈 챔피언을 가린다. 화이널 경기를 앞두고 5번의 대회에서 토브욘 브롬달 선수에게 80점을 지고 있었으며 화이널 28강 토너먼트 대회에서 이상천 선수가 전승으로 우승을 하였을 때 토브욘 브롬달 선수는 1회전에서 탈락하는 기적이 일어나 10점 을 앞선 이상천 선수가 세계 챔피언이 되었던 것이다. 기본적인 기량에 자신의 환경 그리고 특유의 배짱이 어우러져 월드 챔피언이 된 것이다. 출처 : 국민생활체육 정국당구연합회의 당구소식지에 연재되는 박태호 당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