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를 처음 시작할 때, 전 열정이 넘쳐났습니다.

당구 자체의 재미도 그렇고 친구를 향한 복수심도 한 몫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는 당구 입문자인 저를 처참하게 발랐고, 저는 복수심에 불타올랐습니다.

모바일 당구게임이 있더군요. 당장 다운 받았습니다.

온라인 당구게임이 있더군요. 당장 다운 받았습니다.

인터넷에 미니 당구대도 팔더군요. 아.. 돈이 없음..

당갤에 들어왔습니다. 주르륵 눈팅을 해보니 스트록이 중요하다더군요.

그래서 큐도 하나 샀습니다. 개인 큐로 쓸 건 아니라 만원짜리 제일 싼걸로 골랐습니다.

병을 눕혀놓고 주둥이에 큐가 닿지 않게 스트록 연습을 하란 글을 봤습니다.

집에있던 사이다병을 가져와서 셋팅했죠.

쪽팔려서 차마 가족들이 깨어있는 저녁시간에는 연습을 못하고 모두 잠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모두 잠이 든걸 확인 했습니다. 두근두근.. 후후.. 시작해 볼까.

책상에 사이다병을 놓고, 브릿지를 하고 자세를 잡았습니다.

스트록을 합니다.



깡! 깡! 깡!



아, 빌어먹을..;; 사이다 주둥아리에 큐가 부딪혀 요란한 소리가 났습니다. 조심조심 하면서 연습을 해도 간간히 부딪히는 소리가 한밤의 고요함을 깨트렸습니다. 계속하다간 가족들이 깰 것같아서 관뒀습니다.



다음날 사이다병을 페트병으로 교체했습니다. 플라스틱이라 소리가 덜 날 것 같아서.

책상에 페트병을 놓고, 브릿지를 하고 자세를 잡았습니다.

스트록을 합니다.



텅! 텅! 텅!



아, 빌어쳐먹을..;; 이놈도 나름대로 소리가 컸습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게 책 두개를 큐보다 약간 더 큰 간격으로 놓고 그 사이로 스트록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1000페이지가 넘는 전공책이다보니 높이는 문제 없었죠.

그리고 책상에 책을 놓고, 브릿지를 하고 자세를 잡았습니다.

스트록을 합니다.

슥! 슥!

오, 이거 좀 괜찮네..

텅!

헐, 책 한쪽 끝이 살짝 뭉개졌습니다.

하지만 뭐 봐줄만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이걸로 스트록 연습을 했죠.



근데...
 
지금은 안 합니다.

열정이 식었나? 아닌데 아직도 불타오르는데?

그래서 다시 한번 연습해봐야 겠습니다.

요새 가던공도 안 맞고 무회전으로 친다고 쳤는데 괴상한 방향으로 회전이 쳐먹질 않나.. 스트록이 안좋아 진 것 같아서요.

놀라운 점은,

내 주제에 더 안좋아질 스트록이나 있었나..하는 것.


이상 4개월째 4구 50개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