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철은 올해로 쉰 한살이다. 15년간 다니던 중소기업에서 정리해고 당한후 퇴직금으로 차린 식당마저 망하면서 노가다판외에 갈 곳이 없게 되어버렸다.
박진철은 타고난 덩치 탓에 이제까지 인력소에서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돌아간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가 겉으로 보기엔 제법 노련해 보이고 힘 좀 쓸줄 알아보인다는 이유에서 였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에 불가했고 실제 박진철은 늙고 지쳐있는데다 운동신경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또한 타고난 미련함 탓에 공사장의 분위기를 망치기 일 수 였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곳에서 두번이상 그를 고용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박진철은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채 빈손으로 인력소를 떠나게 됐다. 그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이미 퍼질대로 퍼진 탓이었다.
새벽의 시린공기에 몸을 떨며 박진철은 싸구려 패딩을 여몄다. '오늘은 운이 안좋았을 뿐이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떠나려던 그때 박진철과 마찬가지로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인부무리가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잘 하면 커피라도 한잔 얻어마실 수 있겠거니 하는 기대를 품고 박진철은 그 무리 사이를 비집고 모닥불 앞에 섰다. 마침 그의 옆에 서있던것은 동년배의 김씨였다.
"박씨 일거리 못구했어?"
"예 뭐, 오늘은 운이 안좋나봐요."
"참 별 일이 다있네."
그렇게 박진철을 위로하는 김씨의 입가는 조롱어린 미소로 씰룩거렸지만 박진철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 그러고 보니 소문 들었어? 그 피잣집 말이야"
"무슨 피잣집요?"
"뭐야 몰라?"
박진철이 모르는 눈치이자 김씨는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하는것 처럼 뜸을 들였다.
"저기 사거리에 일본인이 하는 피잣집 있잖아. 아빠의 피자인가 뭔가"
"아 거기 알죠"
박진철도 오다가다 본 기억이 있었다. 한번도 들른적은 없었지만 제법 장사가 되는 집인 것 같았다. 그도 식당을 하다 망한 경험이 있기에 잘되는 식당이 있으면 눈 여겨 보고는 했던 것이다.
"거기 딸이 말인데... 아 이거 말해도 되나 몰라~"
"뭔데 그래요?"
"거기 딸이 그렇게 걸레라더라구"
박진철은 이런 화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비록 고졸에다 노가다 인부였지만 스스로를 도덕적인 상식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색하는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었던 박진철은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허이구, 몇살인데요?"
"그게 말이야...."
김씨는 또 뜸을 들였다. 박진철은 이제 지겨워졌다. 그의 표정을 읽은 김씨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초등학생이래"
박진철은 순간 머리를 얻어 맞은듯한 충격에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초등학생이고 또한 걸레라고 불리는 사실이 그의 도덕성에 반했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흥분 때문이었다. 박진철은 남들에게 이혼한 전처와 아이들이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하곤 했지만 사실 단 한번도 연애경험이 없었고 때문에 시창가외에 여자를 안아본 경험도 없었다. 그런 그가 소아성애와 같은 이상성애에 눈 뜬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순래였고 그럼에도 스스로를 도덕적인 상식인이라고 여긴다는 점이 그의 뻔뻔함과 미련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같은 아저씨한테도 부탁하면 대준다고 하더라구. 지 아빠보다 나이가 많을텐데. 뭐 소문이긴 하지만. 꽤 이쁘장한 애인데 말이지 히히"
김씨가 누런 이를 들어내며 웃었다. 박진철은 이미 그때 어떠한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그 상황에서 김씨에게 뭐라고 대꾸했으며 어떻게 고시원 까지 돌아왔는지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다. 박진철은 중고로 산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하고는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누워서는 자위를 시작했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면서도 박진철은 눈은 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