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세 가지 키워드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첫째 초고속화, 둘째 위아래가 허물어지는 탈권위주의, 셋째 좌우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계화 및 융합의 시대입니다. 이런 복잡한 시대에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식과 포용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넓히려는 노력입니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7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급변하는 21세기와 전문가의 자세’를 주제로 강연했다. 
 
지난 4월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취임한 안 원장은 이날 오전 ‘제239회 희망의 경기포럼’에 강연자로 초대됐다. 
 
안 원장은 강연에서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경영자, 교수 등 네 가지 직업을 거치며 쌓아 온 각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경험과 노하우, 철학 등을 공개했다. 
 
그는 “지금 it산업은 2차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며 “급변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 키워드다. 키워드를 통해 하나의 렌즈로 복잡한 세상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it산업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전문가들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못 쫓아갈 정도입니다. 90년대 말 it산업 1차 혁명이 있었다면 2011년 2차 혁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it산업의 역할은 각 분야에 깔려있는 인프라를 통해 융합 산업으로서 발전하는 것입니다.” 
 
안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뜨고 있는 회사가 7개 있는데, 7년 만에 6억명이 가입한 ‘페이스북(facebook)’, 2억명이 가입한 ‘트위터(twitter)’, 창업한지 3년 만에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하는 ‘징가(zynga)’, 전문가들이 올해 가장 뜨는 사이트가 될 것이라고 한 ‘쿠오라(quora), ‘포스퀘어(foursquare)’, ‘그루폰(groupon)’,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이 그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폰으로 생활이 바뀌고 수십조 원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생기고 있다”며 “it분야는 열풍이 불고 있는데 유일하게 빠져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이어 세 가지 키워드를 소개, “21세기 첫 번째 키워드는 초고속화, 두 번째 키워드는 위아래 경계가 허물어지는 탈권위주의”라며 “정치·사회·경제·문화뿐만 아니라 기술까지도 탈권위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앞서 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사회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기술만 선택되고 그 기술이 다시 사회변화를 가속화시키는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세기에 고급 정보는 전문가나 일부 계층의 독점물이었지만 21세기로 넘어오면서 포털보다 ‘웹2.0’, ‘위키디피아’, ‘위킬릭스’ 등이 생겨 고급 정보가 더 이상 일부 계층의 독점물이 아닙니다. 대중들이 가치있는 정보를 서로 내놓고 합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안 원장은 “벤처캐피탈 전문가들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it혁명의 네 가지 키워드로 뽑는 것이 ‘모바일’, ‘소셜’, ‘커머스’, ‘클라우드’인데 제가 뽑는 나름의 키워드는 세계화와 좌우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이라며 “it분야에 2차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 it산업의 역할은 융합 산업으로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급변하는 21세기에 전문가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럼 전문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이 필요합니다. 전문성이 점점 강화되다 보니 한 분야에선 상식이지만 다른 분야에선 상식이 아닌 분야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상식이 겹쳐지지 않는 시대가 21세기입니다.”
 
안 원장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내가 틀릴 수도 있다(i may be wrong)’는 생각을 갖는 융합의 시대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전문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 원장은 강연 말미에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t자형’ 인재상을 소개한 뒤 이를 보완한 ‘a자형’ 인재를 ‘한국형 인재상’으로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안 원장은 “도요타의 ‘t자형’ 인재상에서 t자를 보면 수직 막대기는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을 상징하고 수평 막대기는 다른 분야에 대한 포용력을 상징하는데, 두 가지 다 있어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며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21세기 전문가의 실력은 전문지식 곱하기 상대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t자형’ 인재만 강조하다 보면 개인의 경쟁력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강화시키게 된다”며 “한자로 ‘사람 인(人)’자에 가교가 놓여져 있는 알파벳인 ‘a’가 한국형 인재상에 알맞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또 “자기 한계를 늘려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어려움으로 물러나지만 다음에 같은 기회가 오면 다른 결정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 천만의 말씀”이라며 “혹시 이 순간이 나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합리화의 순간은 아닌지, 다시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걸음만 나서 보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