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셜록이 연주하던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퀭한 얼굴을 한 존이 훌쩍거리는 아기를 안은 채 서 있었다.

"정말 미안한데 셜록. 로지가 며칠 째 도통 잠을 안 자고 보채서 말야."

"그렇다고 여길 데려오면..."

아기가 셜록을 보더니 몸을 비틀어 작은 두 손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훌쩍이는 아기를 안아든 셜록이 로지를 살펴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어디 아픈 건 아니고?"

존이 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의산데 그걸 모르겠어? 그냥 잘 시간만 되면 보채는 거야. 며칠 째 잠을 못자서 미칠 지경이라고."

"......"

셜록이 로지를 안고 주변을 둘러보다 방으로  들어가더니 자기 침대에 로지를 눕혔다. 플랫엔 아기를 눕혀 재울 만한 요람이 없었으므로. 셜록은 조만간 큼직하고 좋은 걸로 구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눕혀진 아기가 얼굴이 빨갛게 되어 인상을 쓰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하자 셜록이 손가락을 들어 쉿 하고는 이내 바이올린을 들어 조용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조용해지더니 눈을 감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한참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셜록이 흘끔 잠든 로지를 바라보고는 만족한 듯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아기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나왔다. 거실 소파에는 존이 피곤한 듯 아무렇게나 누워 잠들어 있었다. 셜록은 존을 깨우려다 그만 두었다. 며칠 못 잤다고 했지.

\'난 어디서 자나...?\'

셜록이 난감한 듯 손가락을 들어 콧잔등을 문질렀다.


다음날 아침,

로지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깬 존이 몸을 일으켰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여, 여긴... 221b 내 방인데...\'

게다가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 이게 누구야, 존은 잠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건 셜록이 아닌가. 히익,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존은 기겁을 해서 후다닥 방문을 열고 나왔다. 로지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었다.

"아니, 애가 우는데 빨리 안 나오고 뭐해! 난 또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

계단 밑에서 허드슨 부인이 로지를 안고 있다가 놀란 듯 입을 다물었다. 존은 셜록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하품을 하며 맨몸에 시트를 두른 채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허드슨 부인과 함께 본 순간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어제 로지를 셜록한테 맡기고 소파에 앉아있던 기억은 나는데... 언제 잠 들었지?

"넌 왜 여기서 잔 거야?"

존의 물음에 셜록이 어이없는 듯 눈을 깜빡였다.

"로지가 내 침대에서 자고 네가 내 소파에서 자고 나더러 뭘 어쩌라고? 그리고 그건 내가 할 말인데?"

비몽사몽 잠에 취해서 예전 습관대로 내 방으로 올라가서 잤나...그런가 보다. 존은 얼굴이 벌겋게 돼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만들 해요, 애 우는 거 안 보여?"

허드슨 부인이 아기 분유를 타며 나무라듯 말했다. 존이 더듬더듬 해명하듯 말했다.

"그게 저, 오해하시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만, 그게 생각하시는 일은 저... 아무것도 아닙..."

"됐어. 오해고 육해고 간에, 애기 우유는 내가 먹일 테니 얼른 씻고 나와요. 출근해야지. 애는 오늘 내가 봐 줄테니 염려 말고."

허드슨 부인이 우유병을 들고 아기를 데리고 나가자 존이 한숨을 푹 쉬었다. 셜록이 잠이 덜 깬 얼굴로 시트를 여민 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미안한데, 허드슨 부인한테 해명 좀 해 줘. 셜록."

"암만 해명해도 소용없을걸? 원체 남의 말은 잘 안 듣고 자기주장이 강한 거 알잖아."

"자기 주장... 그럼 어쩌라고?"

잠이 들었는지 더이상 셜록이 대꾸하지 않았으므로 존은 어쩔 수 없이 출근 준비를 하고 플랫을 나왔다. 힐끔 돌아보니 익숙한 221b 건물이 보였다.

하아. 아무래도 저길 벗어날 순 없는 운명인가...

존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