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1차업데이트 이후 레벨 제한이 30레벨까지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기쁜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클라이언트를 업데이트했다.

그런데 업데이트를 하던 도중, 뭔가 이상한 게 있었다.

업데이트 용량이 666kb밖에 되지 않았고, 업데이트 속도도 비정상적으로 빨랐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그저 네트워크 상의 오류인걸로 여겼다. 당연히 실행도 정상적으로 되지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왠 걸, 클라이언트는 아무런 이상없이 실행되었고 나는 바로 25레벨까지 키웠던 내 캐릭터를 접속시켰다.

자치지구에서 위탁콘솔을 살펴보며 쓸만한 무기가 풀렸는지 살펴보던 중, 도시 관리자의 공지가 이런식으로 올라왔던걸로 기억한다.

'랭킹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몬스터넷이 준비한 특별 아레나에 참가하세요!'

나는 그게 빠나나우유같은 시시껄렁한 상품 이벤트의 연장이라 생각하며 아무생각없이 작전 상황표를 클릭했다.

'지옥 아레나. 레벨 1부터 레벨30까지'

레벨1부터 시작하는 아레나 라는것이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어차피 레벨업하는데 경험치도 필요하겠다, 레벨도 나름 있겠다, 아레나 참여신청을 했다.

경고창에는 이런 메세지가 적혀있었다.

'당신은 목숨을 걸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순간 그때, 나는 엄청난 섬찟함을 느끼고 바로 '아니오'를 눌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버튼을 누르고 나니 자치지구 공인중개상 앞은 나를 포함해 3~4명의 유저밖에 남지 않았다. 모두 아레나에 참여하러 간 모양이었다.

남아있는 소수의 유저들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아니오 버튼을 누른 것 같았는데, 몇분동안 이 이벤트에 대한 잡담을 했다.

그들은 뭔가 게임이 위험한거 같으니 접속을 끊으라 말하며 다들 로그아웃 했다.

결국 자치지구엔 나밖에 남지않았는데, 이상한 모험심이 나를 자극하여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도록 만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결국 추가된 퀘스트를 해보기로 결심하고 서현우 중위를 찾아갔다.

그런데 서현우 중위를 찾아가보니, 그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주변의 NPC들도 모두 같은 상태였다.

대화를 걸어봤자 (...) 이라는 대화창만 나올 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심지어 일러스트도 사라져있었다.

결국 나는 이 게임이 나에게 심각한 위협을 주고있다 판단하고, 자치지구 광장으로 나간다음 로그아웃 하기로 결심했다.

자치지구 광장으로 나간 다음, 나는 그 선택을 한 것을 바로 후회했다.

그곳엔 유저들의 시체가 심각하게 훼손되어있는 채로 산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발, 머리, 내장같은게 분해되어 역겹게 굴러다녔다.

다른 NPC도 모두 사라져있고, 지금의 자치지구 임무담당자가 있는 자리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오직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 끔찍한 상황을 보며 본능적으로 로그아웃을 하려고 했는데, 검은옷을 입은 남자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순간 얼어붙었다.

그가 내 캐릭터 앞에 다가오고 난 후, 대화창이 나오는가 싶더니 게임은 바로 꺼졌다.

나는 게임을 끄자마자 몬스터넷 본사에 연락을 취하여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지금은 서버 점검 시간이며, 클라이언트가 절대 실행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게임시작버튼을 다시 눌러보았다. 역시나 게임은 실행되지 않았다.

나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추스리며,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

도대체 내가 겪었던 일은 무엇인가, 또한 그때 아레나에 참여했던 유저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업데이트 전 랭킹에 있었던 유저들이 전에 보지도 못한 새로운 유저들로 바뀐 것을 보며 나는 그때의 사건을 아직도 기억에 지우지 못한다.

그때 게임을 끄기 전,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대화창에 이런 메세지를 띄웠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할당량은 채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