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의 슈퍼 히어로 시리즈 <마이 히어로>
| 이 \'짝퉁\'같은 메인 타이틀을 보라! BBC의 <마이 히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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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히어로>는 “왜 영국에는 슈퍼 히어로 시리즈가 없나여?”라는 질문에 대한 BBC의 대답이다... 라는 건 농담이고, 슈퍼 히어로 시리즈를 만들 돈이 없는 BBC가 그래도 어디 한번 허허실실 놀아보자며 만든 시트콤이라는 게 맞겠다. <마이 히어로>의 주인공 써모맨은 플래닛 울트론에서 지구를 구하러 온 슈퍼 히어로. 왜 하필 지구를 구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조지 선데이라는 평범한 남자의 몸을 빌려 지구에서 살아간다. 그는 사실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로, 능력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이 칼럼을 다 채울 수 있을 지경이다.
<H3>영국에도 슈퍼 히어로가 있다! 좀 특이할 뿐</H3>
| 지구를 지키는(정말?) <마이 히어로>의 인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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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구려 타이즈를 입은 마이, 히어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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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는 ‘써모 숨결’로 적을 불태우거나 얼어붙게 만들 수 있고, 몸이 산산조각나더라도 떨어져나간 부위를 다시 붙이기만 하면 재생이 되며, 하늘을 나는 건 기본이고, 지구 어디에서 일어나는 재난이나 범죄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또한 그는 타인의 기억을 지울 수 있으며, 가까운 미래를 감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엑스레이 비전으로 뭐든지 꿰뚫어보고, 죽은 동물이나 사람을 새로 재생시킬 수도 있다. 이 정도는 미국 히어로들도 다 하는 일 아니냐고? 그럼 다음 능력들을 보시라. 그는 ‘오직 두려움을 느낄 때만’ 몸을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으며, 날으는 코뿔소로 변신할 수도 있다. 게다가 그의 침은 식물을 엄청난 속도로 자라게 만들고, TV 채널을 리모컨 없이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으며, 쇠똥구리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동물이나 곤충들과 대화가 가능하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써모맨은 새로운 능력을 이용하고 싶을 때는 매달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잡지 ‘월간 슈퍼 히어로(Superhero Monthly)’를 통해 새로운 능력을 우편 주문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모두들 잘 깨달았겠지만, <마이 히어로>는 소박하게 한번 놀아보자는 애티튜드를 소박하게 지닌 시트콤이다. 조지 선데이는 간호사인 자넷과 결혼해서 행복한 유부남으로 살아가는데, 지구문화를 이해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관습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탓에 말도 안 되는 소동들을 벌이고 다닌다. 사실 <마이 히어로>가 구사하는 1/3 가량의 유머는 조지 선데이의 지구 문화 적응기로부터 나오고, 나머지 1/3은 당연하게도 초저예산의 엉성한 특수효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슬랩스틱만으로 <마이 히어로>가 6시즌을 버텨낸 것은 아니리라. 영국 코미디의 유구한 재산은 바로 기겁하게 옹졸하고 무례하며 되도 않는 스노비즘으로 가득한 소시민 조연들이다. 조지와 자넷을 둘러싼 인간들은 하나같이 스테레오타입화 된 영국식 코미디의 조연들인데, 기회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거나 혹은 과대망상에 빠져 살아가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써모 숨결’로 불태워버리고 싶은 심정이 절로 든다.
<H3>쇼는 계속된다, 주인공의 이름만 바뀔 뿐</H3>
| DVD도 있다, 아마존에! (절찬리에 \'세일\'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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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히어로>는 단 한 번도 인기 프로그램의 반열에 오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팬층을 거느리며 6시즌이나 진행됐다. 이는 <마이 히어로>가 기본적으로 가족을 위한 시트콤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가족 시청자를 위해 농담의 수위는 안정적으로만 유지됐고, 게다가 초초저예산인 탓에 SF 시리즈로서의 매력이 전혀 없었지만 그것이 또 싸구려 싸이파이(Sci-Fi) 팬들을 끌어 모으는 매력으로 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BBC가 이 시트콤에 돈을 조금만 더 부어넣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지울 길이 없다. 돈이 드는 곳에는 돈을 좀 부어주는 게 올바른 투자의 방식 아니던가.
2006년 방영된 시즌 6에서 조지 선데이를 연기한 아달 오한론은 쇼를 그만뒀다. 대신 써모맨의 바보 같은 빨간 타이즈를 입어야 했던 배우는 유능한 탤런트 제임스 드레이퍼스였다. 뭐 배우가 바뀐다고 컨셉트가 달라질만한 쇼는 아니다. 제작진은 써모맨이 울트론으로 돌아갔다가 새로운 몸을 쓰고 돌아오는 것으로 설정했고, 불행한 껍데기의 이름은 조지 선데이가 아니라 조지 먼데이로 결정됐다. 이 마지막 시즌에서 자넷의 사악한 친구들은 자넷이 조지 먼데이 때문에 전남편인 조지 선데이를 살해했을 거라고 믿는다. 아무렴 그랬겠지. 여하튼 7시즌이 나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새로운 남편이름으로 조지 튜즈데이나 조지 웬즈데이는 왠지 좀 ‘퀴어’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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