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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 연결이 자연스러운지 좀 봐주셈

ㅇㅇ(221.162) 2015.10.23 17:57:43
조회 109 추천 0 댓글 8


0.

  

어두워. 비좁아. 숨쉬기가 힘들어.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어. 부탁이야. 주변을 더듬는다. 딱딱하면서도 촉촉하다. 벌레의 등껍질처럼. 손가락 마디를 타고 올라온 소름이 쫙 하고 솟는다. 심호흡.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바닥은 미끌거린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어.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앞에는 문이 있을까. 그리고 목소리. 나와. 바깥으로 나와. 언제까지 무덤 속에만 갇혀 있을 생각이야. 한심하지도 않아? 미안해. 나는 한심한 사람이야. 손을 앞으로 확 내뻗는다. 문고리가 달그락거리며 손에 잡힌다. 온힘을 다해 열어젖힌다.

번쩍. 번개가 내린다. 터져나오는 빛. 팔을 들어 눈앞을 가린다. 그래도 눈이 아파. 그대로 멀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굉음. 귀가 먹먹해지도록 진동하는 천둥. 이윽고 섬광이 그친다. 폭우가 내리는 밤이다. 물안개 속. 사방엔 등불 하나 없다. 막막한 평야. 다시 목소리가 들린다. 모두 잃어버리기만 하면서 살았잖아. 이제는 네가 빼앗아야 할 때야. 언제까지 바보처럼 살아갈 거야?


너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아. 나는 바보야. 언제나 바보였고 죽을 때까지 바보일 테지. 하지만 난 만족해. 위선은 수의 한 벌이면 충분하니까. 변명해보지만 대답은 없다. 멀리서 발소리가 들린다. 또각, 또각. 피묻은 그림자. 결말이 무엇일지는 이미 알고 있다. 무덤속에서 나온 죄인. 죄는 죽음으로만 값을 치를 수 있다. 부정. 부정은 불가. 부정변증법. 유물론자의 단도. 현실에 가능태는 없다. 우리는 영원한 현존. 나는 무덤에서 나와 무덤으로 돌아갈 뿐.

 

다시

 

침묵에 다가설 시간이란다


내 아이야.

 

다가오는 그림자. 거한(巨漢). 가죽을 얼기 설기 꿰어 만든 옷. 허수아비 같은 무정함. 그는 거대한 푸주칼을 들고 있다. 이 순간. 언제나 반복되어온 악몽의 순간. 여기에는 구원도 없고 신도 없다. 추상도 없고 상정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저 확고한 죽음만이 있다. 칼이 올라간다. 번개가 친다. 칼날은 명멸한다. 허무와 허무가 마주친다.


시간이 느려진다. 죽음 앞에서 사건들은 쪼개진다. 세계는 파편이 된다. 내 위치. 나는 어디에 있는가. 세상이 말해준 내 위치. 그따위 것에 의미는 없어. 나는 죽어도 좋아. 정말로 죽어도 좋아? 그럼. 웃기지 마. 네 업적이라곤 하나 뿐이잖아. 제 목숨 끊지 않고 이날 이때까지 살아온 것. 그걸 포기한다는 말이야? 내가 목숨을 끊는 게 아닌걸. 아무튼 장한 일이야. 아직까지 살아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해. 나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을 갈구했을 따름.


죽음들이 스쳐지나간다. 자궁에 나뭇가지를 품었던 어머니의 시체. 목메달린 아버지. 친구들. 박격포에 의한 소사. 자욱히 피어오르는 먼지. 업화. 그 모든 죽음들. 너는 죽음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 감당할 거야. 이제 죽음 밖에는 남지 않았는 걸. 너는 언제나 그랬지. 그래서 나는 너를 증오했어. 그리고 사랑했지. 자기 황홀과 자기 혐오는 언제나 한쌍. 그 사이에서 죽어버린 우상들은 눈물을 지었다.


참 빈곤한 마지막인 걸. 남들이 경험한 행복만을 경험하고, 모두가 아는 불행만을 겪고. 자기 것 하나 남기지 못한 인생. 그래서 뭐야. 네 것을 남기면 뭐가 달라지기는 해? 그렇지 않아. 웃기지 말라고. 그래, 어쩌면. 그런데도 왜 나는 아직


살고 싶어…….” 


1.

  

아즈쿨레이의 수해는 라니브와의 접경지에서 그 기세가 꺾였다. 영원히 얼어붙은 동토는 광활한 온대림을 침식한 채 오래된 기적의 현현을 과시했다. 노르가 축복한 땅, 냉한과 불멸이 공존하는 땅이라 전해지는 이곳은 태고로부터 얼음 속에 잠겨 있었다. 신들조차도 호흡을 멈추고, 격변의 시대조차도 외면한 채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는 정지의 대지. 노르가 가장 자애로운 생명의 신이자 동시에 냉혹한 죽음의 여신이었던 것처럼, 라니브 또한 영원의 땅이자 영원한 침묵의 땅이었다. 어떤 변화도 용납하지 않는 백색의 대지는, 바로 그렇기에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불변의 정지태였다.


그럼에도 이 황무지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수세기를 이어져 내려왔다. 어떤 근거도 이유도 없이, 불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곳에 잠들어 있으리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굳게 믿었던 것이다. 마법 학회의 수석 마법사부터 기생계급의 일원에 이르기까지 불멸을 두 눈으로 목도하고자 했던 이들은 모두 이곳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평생을 바쳐 라니브의 비밀을 파헤쳤다. 대를 이어 내려온 연구 끝에 마침내 라니브의 기상이변은 제어 가능한 것이 되었다. 신석이라는 제어기제의 설치와 함께 라니브는 도시로서 태동을 시작했다. 이후, 라니브의 기적이 병을 치유하고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검증되자 도시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학자들은 생명과 마법이라는 불가해한 신비에 대한 작은 승리에 흥겨워했다.


예기치 못한 이변은 언제나처럼 절정의 순간에 찾아왔다. 도시가 점차 확장되고, 사람이 거주하는 구역이 늘어날수록 동토의 영역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졌다. 라니브는 강제로 찾아온 변화에 격노하기라도 한 것처럼 주변 지역으로 영향력을 뻗쳐나갔다. 대륙 중부의 작은 마력지대였던 땅은 이제 끝을 가늠하기 힘든 대평야가 되었다.


결국 제국 행정부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이미 성장할대로 성장해버린 도시를 폐쇄할 수단은 없었다. 개발은 통제되지 못했고 도시와 동토층은 끝없이 증식해 나갔다. 더군다나 이미 공고해져버린 라니브의 의료 카르텔과 공공연한 마찰을 빚어가면서까지 개발 통제를 주도할 소신 있는 관료층이 있을 리도 없었다. 애초에 라니브를 민간 연구자들의 손에 아무렇게나 내맡겨 놓았던 것은 뼈아픈 실책이었다.


제국은 학회 마법사들과의 협상 끝에 소규모의 조사단을 파견하는 선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그것도 라니브의 확장을 우려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위험성을 과장한 몇몇 논문들이 발표된 덕에 얻어낼 수 있었던 결과였다. 그러나 폐쇄적인 마법사 사회는 제국 행정부가 마법사들의 권한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마법 학회는 자체적으로 조사단원을 꾸렸다. 학회의 젊은 요술사 율 프레그는 그렇게 라니브로 떠난 마법사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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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으로 죽죽 이어서 쓰다가

갑자기 이렇게 묘사 방법이 바뀌어도 읽을 만한가?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은 어떨까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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