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말을 걸었다는 것만으로 순수한 감사를 해준 여자. 

이윽고 그녀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언젠가 이 사람의 더러운 얼굴을 봐야 한다는 건가 하고, 말을 걸었던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 만난 날 그대로의 순수한 사람이었고 내 실망은 기쁨의 동요를 기억할 정도로 멋지게 배신당했다.

지금부터 그런 그녀에게 불성실한 행동을 하려고 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어느 정도의 죄책감은 느끼고 있다.

자신에게 그런 감정이 있다고 깨달았을 땐 놀랐다. 예전부터 세상에서 나쁜 일이라 규탄할 만한 짓들은 몇 번이고 하고 있다. 

불성실한 행위 그 자체에 마음이 다친 것은 아니다. 원래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든 말든 내게 있어선 남의 일이다. 

내게 있어서 중요한 건 "죄책감"이란 감정을 자각했다는 것이었다. 

그 원인도 '오오쿠라 리소나의 조사'에 관한 게 아니라, 코쿠라 씨에게 알고 싶다는 지극히 사적인 욕망에서 태어난 것이다.

오오쿠라 가를 섬기게 된 동기, 그녀가 태어나서 자라온 환경, 그 견실함의 근원에 닿고 싶다. 이 내가 자신의 의사로 다른 사람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애가 아니야. 이건 단순한 관심이다. 여러 요소가 겹치게 된 뒤에, 그녀를 알고 싶다 생각할 수 있었다. 호의를 주는 상대에 대한 관심은 인간으로서 일반적인 정서다. 오오쿠라 가에 대한 일을 정리하고서라도, 서로에 대한 관계를 없애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연애는 아니다. 그녀와는 나이 차이도 있다. 하지만 나와 코쿠라 씨는 남녀 사이다. 시작은 단순한 관심이라고 해도 어떠한 방향성이 더해진 순간 남녀로서의 자연스러운 감정이 태어날 수도 있겠지. 아직 가족을 가질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내가 구원받은 뒤에, 코쿠라 씨가 응해준다고 한다면.

가게 안에는 고가의 액세서리도 놓여있다. 나한테서 반지를 받은 코쿠라 씨가 어떤 얼굴을 할까 조금 상상을 해보았다.

안 된다.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동요해버린다. 주는 쪽인 내 얼굴이 터져버릴 것 같다.

그런 익살은 나답지도 않다. 코쿠라 씨가 관련되면, 업무적인 선택을 해야 할 지점에서 감정이 섞여버린다. 

지금 이 장소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을 때처럼, 기분 나쁜 곳이라고 느끼던 이 북쪽의 대지에도 웃음을 짓게 된다.

결국엔 가게 주인의 권유하는 싼 열쇠 고리를 집어들었다. 업무적인 이유가 아니다. 

선물의 금액은 서로의 관계에 상응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예의다. 지금 나와 그녀의 거리감을 생각하면 이 정도가 타당할 것이다.

단, 그것과 함께 테디 베어도 사두었다. 이건 모든 게 끝나고도 여전히 코쿠라 씨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때 건네주도록 하자. 

지금보다는 좀 더 앞선 관계가 되어있기를 바란다.

이 뒤의 스케줄은 멘체스터에서 바로 뉴욕에 향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단, 파리에 들리자.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좋다. 그녀가 있는 마을을 걷고 싶다.

다가 오토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