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은 이미 법으로 정해진 일이므로

정말로 올리고 싶다면 굳이 질질 끌 것 없이

그냥 법대로 올린다고 선언하고 다음 진도를 나가면(성장전략 구체화 등) 된다.

그러나 무슨 전문가 회의니 뭐니 번잡한 절차를 거쳐가며

소비세 인상 판단을 최대한 늦추는 것은 딴 마음이 있기 때문이지.

1997년 당시의 트라우마도 있고 디플레 탈출을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시킨

아베가 소비세 인상에 호의적이라면 그게 더 이상한 거고

단,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거나 내용을 변경하면 정치적 저항이 심하다는 게 문제인데

소비세 인상 플랜은 사회보장비 재원 확보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그걸 연기하거나

변경하면 사회보장 제도 개혁안 등도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내용의 변경이 필요함.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아베가 그런 이유 때문에 정치적 저항에 굴복하고 예정대로 인상을

선택할 거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예정대로 인상안을 정치적 사활을 걸고 저항할 세력이 집권 여당 내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

그들 입장에서는 그냥 총리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면 그만이고 만일 나중에 총리의 결정 때문에

뭔 문제라도 생기면 그냥 총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자기들은 살 궁리만 하면 그만.

정치적으로 총리와 굳이 트러블을 일으키면서까지 소비세 인상을 무조건 추진해야할 

이해관계도 당위성도 현 정권 내 인물들에게는 없음.

정말로 아베가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고 싶으면 정치적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은 별로 없고

국민 여론은 인상을 하든 말든 크게 영향은 없을 듯 하며

정치적 입김이 전통적으로 매우 강하다는 재무성 관료 조직의 저항이나 

시장이 연기 결정을 '재정 문제 해결 의지 후퇴'등으로 받아들여 국채 시장에서 국채가격이 폭락한다던가

하는 일 정도가 걸림돌이 될 듯.

다만 재무성 관료들의 저항도 과연 아베의 정치적 리더십을 흔들만큼 강력할 지는 의문이고

시장의 반응 또한 성급하게 결론내리긴 어려움.  아베가 소비세 인상을 연기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및 시장개입이 있기는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채 금리는 안정 중.

설령 연기하기로 총리가 결단을 내려도 시장은 이미 그걸 반영시키고 있다고 봐도 됨.  그리고 그 결단이 내려져도

당장 일본이 재정파탄으로 간다고는 보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음.   그러므로 연기 결단 후에도 시장이 충격에 빠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

결국 결론을 내리자면 이번 소비세 인상 여부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총리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있으며

그걸 방해할 요소도 크게 찾기 어렵다.   여러 정황을 보건대 아베는 소비세를 어떻게든 연기하고 싶어한다.

연기하기로 결정할 때 그것 때문에 아베 정권이 흔들리기 보다는 무난히 넘어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