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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 다 끝나감 헉헉

애플마티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7.20 14:39:51
조회 156 추천 0 댓글 12

■ 104 ■


하지만 오늘 아침 사토우 할아버지는 여느 때와는 다르게 좀 이상했다. 마치 휠채어 옆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아가, 이름이 뭐냐?\', \'몇 살이냐?\', \'아가, 너 혼자니?\'라며 말을 걸고 있었다. 전부터 있던 치매증세가 점점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 누구하고 얘기하시는 거예요?"
웃으면서 말하며, 복지 센터 중앙 현관으로 향했다. 5월의 건조한 바람이 머리 결 사이를 기분 좋게 간지럽히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 자른 머리도 1년이 지나자 상당히 자랐다. 짧은 머리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긴 머리 스타일이 여자답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요즘 들어서는, 머리를 자르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할머니, 이제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 드시죠"
3월에 대학을 졸업한 리카는, (*일본은 3월에 졸업하고 4월에 새 학기가 시작됨) 올 4월부터 복지센터 정규직원으로 채용되었다. 정규직원이라고 해도, 벌써 2년 전부터 자원봉사자로 이곳에서 일했기 때문에, 특별히 실감나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어린 자원봉사자들이 \'리카씨, 리카씨\'하며 의지하며 이거저것 물어 볼 때는, 더욱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로하시씨가 있었으면…
휠채어를 밀면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복지센터 화장실에서 히로하시가 심장마비로 사망한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히로하시씨, 그렇게 건강했었는데…
그때, 리카는 오늘 아침, 현관문 앞에 떨어져있던 스크랩북이 갑자기 생각났다.
…대체 누가?…어디서 그걸?
걸음을 멈추고, 맑은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마음 저편에 가라 앉아있던, 기억들이 떠오르려하자,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다시 휠채어를 밀며 걸음을 재촉했다.
…착각이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그 스크랩북이, 그런 곳에 떨어져있을 리가 없잖아?
노인은 아까서 부터 휠채어 옆에 있는 가공의 아이를 향해서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토시오? 그래? 아가, 이름이 토시오 구나?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구나…그래, 토시오, 맛있는 센베이가 있으니, 나중에 할아버지 방으로 오려무나."
휠채어를 밀던 리카가 복지센터 중앙 현관까지 왔을 때, 잘 닦여진 자동 유리문에 흰 원피스를 입은 리카의 모습과 휠채어를 탄 노인의 모습이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훨채어 바로 옆에는…이상할 정도로 피부가 흰 벌거벗은 아이의 모습이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 리카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어머?…리카? 리카 맞지?"
나카다 마리코가 약속 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했다. 핑크색 캐미솔에, 가디건 앙상블, 그리고 회색 바지로 맞춰 입었다.
"아, 마리코, 늦었네"
"미안, 미안, 직원 회의가 늦어져서 말이지"
마리코는 커다란 갈색 봉투를 보이면서 말했다. 아이들 답안지인지 뭔가가 들어 있을 것이다.
"근데…리카…뭔가…"
리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마리코는 말했다.
"왜?…화장이 잘 안 먹은 것 같아?"


■ 105 ■


"으음…그냥…"
"그냥, 뭔데?"
"응…리카, 많이 변한 것 같아서"
"변했다고?"
"응, 다른 사람 같아."
"그래?…머리를 길러서 그런 거 아닐까? 게다가 까맣게 염색한데다…일 때문에 화장도 잘 안하고 그래서…달라 보여?"
그렇게 말하며 리카는 길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순간, 오늘 아침 욕실에서 등뒤에서 머리에 닿았던 누군가의 손의 느낌이 생각나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머리 탓도 있고, 얼굴색도 좋지 않은 것 같고…게다가 옷 입는 스타일도 왠지 전과 달라진 것 같아…"
"아아, 이 원피스? 요즘 들어 흰옷이 좋아져서…"
"…그래?"
마리코 말대로, 요즘 들어 리카는 흰옷만 산다. 자신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왠지 옛날에, 어떤 남장한테…흰옷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깃집 가는 거, 미안해…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아니야, 정말 괜찮아, 딴 곳도 갈 데 많은데 뭐…"
"음"
초여름 한낮은 길었다. 벌써 6시가 지났지만, 거리는 아직 환했다. 둘은 나란히 서서, 후덥지근한 바람 속을 걸었다. 이러고 있으니, 학생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리카…학교 다닐 때, 토요시마 좋아했었지?"
"엇? 뭐라고?"
마리코의 말에 무심결에 얼굴이 붉어졌다.
"에-얼굴 빨개졌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리카의 얼굴을 쳐다보며 마리코가 웃었다.
"내가 모르고 있는 줄 알았어?…리카, 얼굴에 금방 표가 나잖아."
붉게 물들기 시작한 하늘을 새들이 부메랑 형태로 편대를 이룬 채 날아가고 있다. 리카는 토요시마 유지의 얼굴을 기억해 보았다. 얼굴을 붉힌 채 마리코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토요시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어디선가, 습한 흙냄새가 풍겨왔다.


마리코가 데리고 간 곳은 이탈리아 음식점이였다. 그렇게 넓은 곳은 아니지만 가게 내부에는, 토마토와 올리브 기름 냄새로 가득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백포도주와 몇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와인이 나오자, \'건배!\'라고 외치며 잔을 부딪쳤다. 곧이어, 종업원이 주문한 요리를 차례차례 가져오고 있었다. 샐러드, 전채요리, 스프, 생선요리, 마리코가 주문한 고기 요리, 파스타…늘 전화로 수다를 떨어도, 이야기 거리는 끝날 줄을 몰랐다.
식당에 들어온 지 1시간 정도 지날 무렵, 리카는 화장실에 갔다. 가볍게 화장을 고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자, 곤란한 표정을 짖고 있던 마리코가 작은 휴대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다.
리카가 돌아오는 것을 본 마리코가 전화기를 가방 안에 넣었다.


■ 106 ■


"왜? 마리코…급한 일이라도 있어?"
"응, 그건 아니고…"
마리코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실은, 요 며칠 새 학교에 안 나오는 학생이 있어서…무단결석이라고 해야 하나?"
"음…부모는? 연락이 안 돼?"
"그게 전화를 아무리해도 받지를 않아서"
"…뭔가, 사정이 있는 거 아닐까?"
"그래도 그렇지, 연락은 해줘야지"
"그래…교사도 힘든 일이지"
리카가 웃자, 마리코는 체념한 듯이 \'죽겠어\'라고 말하며 따라 웃었다.
"근데 리카, 복지센터 일은 어때 할 만한거야?"
"음…뭐, 익숙해졌지…"
그때, 얇은 스타킹을 신은 리카의 발목에 뭔가가, 살짝 닿았다. 뭔가 예를 들면 - 동물 털 같은 것이.
"앗?"
반사적으로 테이블보를 올리며, 테이블 밑을 쳐다 보았다.
거기에 -
피부가 하얀 벌거벗은 소년이, 검은 고양이를 안은 채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이다.
"끼-악"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왜 그래, 리카!"
가게 안에 마리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포에 떨며, 다시 한 번 테이블 밑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그곳에는 이젠, 아무도 없었다.
"리카, 리카, 대체 무슨 일이야?"
마닥에 쓰러져있는 리카를 마리코가 안아 일으켰다. 주변에 있던 모든 손님들이 모두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손님!\'하며 종업원이 달려왔다.
리카는 다시 한 번, 테이블 밑을 쳐다 보았다. 하지만 역시, 그곳에는 소년도 어린 고양이도 없었다.
- 토시오
잊고 있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 마리코 ♠


니시나 리카와 헤어진 뒤, 나카다 마리코는 학교를 무단결석하고 있는 학생의 집을 가보기로 했다. 오늘밤은 리카와 오랫동안 수다를 떨 생각이었으나,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아마, 리카도 피로한 것 같았다. 상당히 안색도 안 좋고, 말수도 적었다. 게다가…리카는 변해 있었다. 좋아하는 음식뿐 아니라, 옷 입는 취향, 음악이나 영화, 책 읽는 취향도 모두 변해 있었고, 왠지, 리카가 아닌 다른 여자가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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