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함께울고웃던 그녀를 떠난 지금

올해가을은 유난히 빨리 온듯 하고, 또한 시리기만 하다.

공원벤치 한켠에 앉아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담배한대를 꺼내문다

담배가 좋은건 남자가 이렇게 약해빠진 모습으로 긴한숨을 내뱉는게 허락되는 유일한 시간이라서라 했던가.

털어내듯 긴 한숨을 내쉬어 본다.

후우

뿌연담배연기가 시린 가을공기사이로 피어오른다.

나도 모르게 흩어져가는 연기를 움켜쥐는 시늉을 해본다.

맥없이 손사이로 빠져나가 산산히 흩어진다. 손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마치 그녀와 같다.

처음부터 랜선이 아니었더라면 어땟을까..?

보통사랑의 시작이 그러하듯

친구의 아는 동생 정도였다면 지금 우리는 같은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

내 나이 내년이면 불혹. 이런 내가 그녀를 감히 가질수 있었을까?

.......

쓰린 망상의 끝은 언제나 그랬듯 결국 자조섞인 한숨뿐이다.

담배를 털어끄고 일어나 현실세계로 돌아간다.

잠도 분명 그때보다 많이 자는데..그때보다 지갑사정도 여유로운데..

이게 맞는건데...업체미팅을 위해 회사로 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하다

그때였다.

별안간 누군가가 내 등을 누군가 툭 치며 말한다

"저기요...?"

...!!!!!?

"실례지만 이근처에 편의점이 어디있나요?"



아득한 정신을 붙잡고 말을 가까스로 이어본다

"...아....저..저쪽 오른편사거리 건너쪽에 있습니다."

"제가 길치라서 그런데 같이 가주시면 안될까요? 보답으로 캔커피한잔 사드릴게요^^"

".......지금.....이 상황은...뭐죠...."

모니터속에서보다 훨씬 더 빛나는 미소를 나만을 위해 지어주며 말을 잇는 이 여인.

"드라마같은데선 보통 이렇게도 시작하던데요? ^^"

내이름은 진돌.

모니터도, 캠도 아닌 내 눈동자를 쳐다보며 미소짓고 있는 이 여인은 BJ한나

...아니

최 한나



사랑합니다. 이번엔 별풍선이 아닌 마음을 줄게요.
 



작년에 썻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