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민망하지만 목욕탕이었다.
온탕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데 한 남자가 들어왔다.(당연히 남자다)
한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는데 마약을 했는지 밤새 야동을 봤는지
암튼 눈이 풀려 정신이 온건치 못해보였다.
그는 나와 한 1~2m정도 떨어져 앉았다.
그리고 약 2분 정도가 흘렀다.
그 남자가 나에게 물을 약간 뿌려 신호를 보내며 말을 걸어왔다.

"야 넌 하나님이 정말 있다고 생각해?"(하느님이라고 했는지 하나님이라고 했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뭐야? 이사람은?
정면에서 눈을 마주치니 더욱 보기 거북한 눈빛이었다.

난 영혼의 존재는 믿지만 신의 존재는 믿지 않는다.
어떻게 대꾸를 해줘야 할지 난감해하면서 대답을 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솔직하게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간 화를 내거나 나에게 주구장창 교리를 설명할 거 같아서
나온 대답이었다.

"넌 바보야. 바보라고...바보..."

손가락질을 하며 그는 중얼거렸다.
기분이 나빴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 또 난감했다.
디씨에서 그렇게 욕하는 개독인가? 무슨 기준으로 바보라고 하는거지?
나를 신에 대해 아무생각도 없는 애라고 판단한건가?

옆에서 듣고 있던 꼬마애는 나를 짐짓 심각하게
"이 형아가 진짜 바보인가?" 라고 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괜히 그 초딩한테 화가 났다.
난 그 남자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내 성격상 그러지도 못할뿐더러
그와 더는 얘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약간 다운된 기분으로 다 씻고 몸을 말리러 나왔는데
그 남자가 보였다.
상체는 옷장에 기대고 다리는 탁자 위에 올리고 입을 벌리며 잠이 들어있었다.
나는 그에게 조소를 띄며 옷을 입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