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면서 서인 vs 동인만큼이나 섞일 수 없는 성품이 이산해, 류성룡이라고 보는데...

둘이 "심각하게 생각하면 늙는다~~"며 여유있게 농담도 하지만 실제론 근본적인 정치관이 완전히 달라서 안맞지.

그냥 같은 당파, 같은 학맥, 비슷한 지역이라 같이 다니는 거지 서로 커뮤니케이션 자체는 "불통"인듯.

나도 현실적인 입장이라, 이상적인 소신발언 하는 류성룡보고 있음 "아이그~~ 답답아""순진무구한 양반아"이래서

좀 한심했거든? 세상물정 모르는 양반 같기도 해서... 그래서 노련한 정치가인 이산해도 서애를 그렇게 볼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도 "순진하다"고 말은 할 지언정, 무시하거나 서애 말 가볍게 흘린 적은 한번도 없더라고.

그와 늘 논쟁을 하지. 그래서 "벼슬이 비슷해서 그냥 적당히 들어주는 건가?"라고 생각도 했는데..

어제 6회에서 이덕형에게 "우상의 가장 큰 강점이 뭔지 아나? 이 백돌처럼 깨끗하다는 것이네"라고 바둑을 톽 두는데,

문득 깨달아지는게...이산해가 절대 류성룡을 무시했던게 아니구나 싶었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류성룡이 겉으로 봤을때 성격적으로는 워낙 옳은 소리만 해서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업무나 행정능력이 빈틈없고 큰 그림을 보는 넓은 시야를 갖춘 유능한 관료잖아.

그리고 당대 최고의 학자인 이황이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똑똑한 수재중의 수재고..

오랜 세월 함께 했기에 그가 얼마나 총명하고, 능력있고, 빈틈없이 일 처리 잘하는 사람인지 인정할 수 밖에 없었겠지.

서애는 세상 물정 모르는게 아니라, 그냥 진짜 반듯한거야. 진흙탕속의 연꽃처럼...

그래서 류성룡이라는 인물 자체는 충분히 인정하되, 다만 그의 이상주의적인 면을 어찌보면 안타까워하는 것 같기도함.(이용도 하지만)

"해가 어느쪽에서 비치는지 이제는 가늠해야 한다""권력이 있어야 막힘없이 뚫고 나갈 수 있다"며 '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보면,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주변이 그렇지 않으니 현실을 인정해라'라는말 처럼 들리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