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차를 보고 느낀 점 중에 하나가 "정치란 건 때때로 시간을 끌 수록 위험하다"라는 생각이었음.

작년에 <정도전>을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순간은...

7회였나? 이인임이 원과 내통하다가 딱 걸렸는데... 신진사대부들이 그를 위기에 몰고 가택연금까지 시켰으나..

결국 "증좌없이 처벌할 수 없다"며 왕실이 머뭇거리고, 이인임 일파가 시간을 끄는 사이..

이인임이 어린 우왕을 이용해 결국 반격에 성공하고 신진사대부들을 대거 숙청했던 장면임.

물론 증좌없이 처벌하는건 순리에 맞지 않으나... 그렇게 절차 따지는 사이 상대방은 힘을 기르고 반격해서 당해버린거지..

그리고 근현대사에서 가장 안타깝고 답답한 순간은...

1945년 8월부터의 해방공간임. 해방이 다가온다고 생각한 여운형이 '조선 건국 준비위원회','조선 인민 공화국'을 만들었으나

결국 미군정의 인정도 받지 못하고 와해되고... 모스크바 삼상회의의 내용 중 사실 크게 의미 있지 않았던 "신탁통치안"이 지나치게 부풀려져서,

그때 부터 좌익 우익이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함. 그당시 냉전으로 접어드는 과도기에 있었기에 빨리 우리들끼리 새로운 "임시정부"를 만들어서

국가형태를 갖췄어야 했는데.. 너무나도 극심하게 분열된 의견과, "좌우합작"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모습등.. 각 파의 주장이 극심히 대립하다가...

결국은 분단으로 향하고 말았음.

합리적이고 생산성 있는 토론과 충분한 정치적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나,

"때에 따라서" 그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느낌. 위의 사례들 처럼..

여러 당파의 의견을 모두 듣고 수용하려고 하다 보면 결국 배가 산으로 가면서 오히려 더 큰 위기에 몰리게 됨.

어제 서애가 "독선적인 것 안다. 그리고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내눈에는 보인다..."라고 말하면서 결국 칼을 꺼내들어, 주전론자들이 규합하기 전에 그 의견을 빨리 붕괴시켜버린 것은 그런 위험성을 직시한 것이겠지..

시간을 끌 수록 조정내 반대 세력은 규합할 것이고, 시간은 소모적으로 흐를 것이고, 국론이 분열되면 "재조산하"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절대적으로 옳고, 모든것을 알 수 있는 전지전능한 지도자가 있겠다면... 그 의견을 따르면 되겠지만.. 생각의 한계, 미래를 내려다 볼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사람인이상에야 어떻게 "확신"을 가지고 그런 일들을 처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윤두수와 이항복의 의견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을 빼내든 서애는 얼마나 또 괴로웠을지도 공감이 가네. 평상시에도 그렇지만 나라가 백척간두에 있는 상황속에서의 "선택"은 참 어려움.. 하지만 어느쪽이 옳은 지는 확신할 수 없어도..그것은 어떤길이든 신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듬.. (개화기때도 온건파든 급진파든 어떻게든 빨리 의견을 하나로 통일했어야함..)

물론 충분한 합의를 거쳐야 하지만...때로는 과감한 선택도 필요함. 그런데 "언제가 충분히 논의할 때이고, 언제가 빨리 처리해야 할 때인가"에 대한 기준과 판단을 정하는게 참 어려운 문제지..

암튼 어제는 "정치적 선택에 있어서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 회차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