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익이 영의정이 되어서 등청하던 길이었어.   영의정 행차이니 벽제소리와 청령소리가 울려퍼졌지.

벽제소리는 길을 비키라는 외침이고 청령소리는 "예이"하는 명을 받는 소리.   모두 길을 비켜서 피맛골로 몸을 피했어.

그런데 왠 초립동 하나가 당나귀를 타고 태연히 길을 가고 있는거야.   당연히 호위사령이 잡아들였어.

호위사령이 초립동을 무릎 꿇리려고 하자 이원익이 제지하면서 유심히 초립동의 얼굴을 봤어.   마음에 들었나봐.

왜 길을 막았냐고 물으니 처갓집 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라 정신이 없었다고 대답해.   재행은 혼인하고 처음 처갓집에 가는 것.

아마 초립동은 신부가 아주 마음에 들어 넋이 나갔었나봐.   이원익은 시를 지을 줄 아냐고 물었지.

초립동은 웃으면서 운을 불러주시면 한번 지어보겠다고 대답해.   쉴 휴(休), 부끄러울 수(羞), 머리 두(頭).   이것이 이원익이 불러준 운(韻).

  抱向東窓語不休     동창 안고 앉아 쉼 없이 말을 하니

  半含嬌態半含羞     반은 교태를 머금고 반은 부끄럼도 배었어라.

  低首細問想思否     고개 숙이며 보고 싶더냐 고요히 물으니  

  手整傾簪小點頭     비스듬한 비녀 매만지며 머리 살며시 끄덕이네.

초립동은 그 자리에서 처갓집에서 신부를 보고온 이야기를 운에 맞춰 시로 읆는거야.   재기가 넘치는 문재였지.

이원익은 초립동을 가까이 오라하여 손을 잡으며 글재주를 칭찬했어.   그리고는 더더욱 학문에 정진하라고 격려했어.

이 초립동은 훗날 이조참판을 지내는 이경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