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士\'

우리나라의 한한(漢韓)사전이나 옥편 등에서 한자 ‘士’자를 찾아보면 이 글자가 선비‘사’라고 나와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사전에는 사무라이 ‘士’라고 되어 있다.

‘士’는 선비, 즉 학식, 덕행, 의리가 있는 사람 등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한국이나 일본, 중국의 자전(字典) 등에도 거의 비슷한 뜻으로 별차가 없다.

사군자(士君子), 무사(武士), 사관(士官), 학사(學士), 박사(博士)란 용어들도 ‘士’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도에는 연사(練士), 교사(敎士), 범사(範士) 등의 칭호가 있다. 5단 이상이 되면 연사부터 시작해서 교사, 범사까지 갈 수 있는데, 범사가 되려면 단은 8단 이상 나이도 보통 60세가 되어야 한다. 칭호는 일종의 위계로서 기술적인 면에서나 정신적인 면에서 지도자적인 위치에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논어(論語)에는 ‘士而懷居不足以爲士矣’(사이회거부족이위사의)란 글이 있다. 그 뜻은 대략, 선비가 무사평안하게 제 몸만 지킨다면 그것은 선비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선비라고 한다면 사회나 국가를 위해서 솔선수범하고 제 몸의 안위를 떠나 바른 일을 위해 헌신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비’라고 하는 것을 일본은 ‘사무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선비는 글이나 읽는 사람이고 사무라이는 칼이나 쓰는 사람이 아니라, ‘士’란 문과 무를 함께 갖춘 인격자를 뜻하는 것이다.

제 몸을 지키기 위해서 불의와도 타협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사안일을 꾀하는 자는 ‘士’가 아니다. 더구나 남 보기에는 점잖은 척 하면서 뒤로는 야비한 짓을 서슴지 않는 자들은 ‘士’자와는 거리가 멀다.

대한검도회는 반세기 이상을 부지런히 달려왔다. 그 와중에 ‘士’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현재 우리는 6단 이상의 고단자만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연사, 교사, 범사의 칭호를 갖고 있다. 소위 선비들이 1,000명에 이른다는 뜻이다.

속담에 ‘썩은 선비’라는 말이 있다. 물론 100명, 1,000명의 선비가 모두 훌륭한 인격자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검도의 선진국이 되는 데는 적어도 진짜와 가짜는 확실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가짜가 진짜의 탈을 쓰고 우쭐거리고 그들을 뻔히 알면서도 수수방관한다면 우리의 장래는 어둡다.

진짜로 위장된 가짜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되었다.

모든 것은 우리 검도인 스스로가 해결하여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올바른 선비정신을 갖고 또 기르기 위해 함께 일어서 나아가자.

이종림 (본회 부회장/ 범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