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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런 키스 에필로그 첫번째.

엄마맘(110.45) 2010.11.02 11:21:57
조회 1227 추천 0 댓글 5

														

 

<1년 뒤>

콩당 콩당 하니가 계단을 올라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니가 내 품으로 돌아 오는 소리. 입술에 슬며시 미소가 걸린다.

“다녀 왔어” 하니의 목소리에 기운이 없다.

막바지 시험공부를 하느라 힘이 많이 드는가 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도 애처롭다.

휴우 한숨을 내쉬며 등 뒤에서 내 목을 감아 온다. 등 뒤에서 하니의 심장소리가 기분 좋게 느껴진다.

살그머니 팔을 들어 손등에 살짝 뽀뽀를 해 주었다. 내 귓불에도 따스한 응답의 뽀뽀가 돌아 온다.
서로에게 오고 가는 짧은 스킨쉽에도 하루의 피로가 봄눈 녹듯 사라진다.


“많이 힘들어?” “응.”

힘들긴 힘든가보다 아니라고도 안 한다.

“씻고 얼른 쉬어!”

“아니, 공부 조금 더 해야 돼. 내일 마지막 모의고사있어.”

“도와 줄까?”   “아니, 그냥 혼자 할래!”

“웬일이야? 도와 달라 소리도 안 하고.”

“너도 힘들잖아? 내일 신경계 테스트 있다면서”


코끝이 시큰하다. 요즘 이 녀석 조금씩 생각이 깊어지고 혼자서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안 그래도 살인적인 의대 공부에 천재인 나도 조금 지쳐있긴 하다.

의대 공부는 양이 너무 방대해서 혼자서 도저히 공부할 수 없다.
스터디 그룹을 짜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거나 선배들의 족보를 받아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외울 것도 너무 많다.

알아주고 배려해 주는 사랑이라는 이름이 고맙다.


“하니야, 야식먹고 해. 아유, 이렇게 힘들어서 어떡하니?  그냥 애기나 하나 낳아서 살림하며 알콩 달콩 편안하게 살지.”

막 잠이 들려는데 어머니가 살그머니 들어오셨다.

요즘 어머니는 하니 야식 챙겨주시느라 바쁘시다. 저러다 우리 하니 돼지 될라.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요, 잠도 못 주무시고. 배고프면 제가 챙겨먹을께요.“

“아냐 얘! 이런 게 내가 사는 맛이야. 저 멋대가리 없는 두 형제 키우느라 얼마나 재미없게 살았는데”

역시 어머니다운 말씀이다.


욱! 갑자기 하니가 구토를 했다. 왜 그러지?


“왜 그래 맛없어? 상했니? 금방 만들었는데”

“아뇨. 그냥 좀 속이 안 좋네요. 좀 피곤해서 그러는 걸 거예요”

“너 ...혹시 좋은 소식 있는거 아냐”

어머니의 넘겨짚기 신공 들어온다. 이쯤에서 말려야겠다.

“어머니! 그만 좀 떠드시고 내려가서 주무세요. 저 내일 일찍 나가야 한단 말이에요.

사이좋은 고부사이 자랑 안하셔도 온 세상이 다 알아요."

"어? 나 때문에 깼니? 미안! 하니야!  많이 안 좋으면 꼭 약 먹어!"

목소리를 낮추신 어머니는 하니에게 신신당부를 하시고 겨우 내려 가셨다.

아침에 자명종 소리가 몇 개나 울려대도 하니가 일어나지 않는다.

“학원 갈 시간 아냐? 일어나야지!”

응, 하고 뒤척이긴 하는데 목소리에 힘이 없다. 이마를 짚어 보니 미열이 있다.

찬찬히 살펴보니 눈밑에 다크써클도 생겨 있고 영 얼굴이 말이 아니다.

아무래도 어디가 아픈가 보다.

“열도 있는 것 같은데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

“응, 학원 갔다 오는 길에 병원에 들러서 올게”


<하니>

어떡하지? 벌써 임신이라니, 아직 간호사도 못 되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는데.

엄마부터 된다니. 정말 바보 같아. 승조도 한 참 공부에 바쁜데 덜컥 아이가 생긴 걸 알면 힘들어 하겠지?
어머니가 아시면 틀림없이 아기를 위해서 공부를 포기하라고 하실건데

지금 이대로 꿈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하면 좋지?


예쁜 아기를 가졌다는 기쁨보다 간호사가 되는 꿈을 이루지 못 할까봐 마음이 무겁다. 오자 말자 어머니의 물음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뭔가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하시다. 그냥 체한 것 같다고 하고 얼른 이층으로 올라와 버렸다.

‘승조야, 빨리 와. 나 어떻게 하면 좋아?’

간절하게 기다렸지만 오늘도 역시 승조는 늦다.

다른 학생들은 거의 동거하다시피 하면서 그룹스터디를 하지만 승조는 결혼한 몸이라고 밤늦게라도 꼭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서로가 공부 때문에 바쁘고 힘든데 덜컥 아이를 가졌다고 하면 과연 기뻐해 줄까?
승조를 기다리는 동안 수 만 가지 생각이 마음을 흔든다.

‘조금 기다렸다가 서로 시험이 끝나면 그 때 이야기 하자. 괜히 공부하는데 마음이 심란하면 집중도 안 될거고.
아가야, 미안해! 기쁘지 않아서가 아냐, 그냥 엄마 아빠가 좀 바빠서 그래. 미안 아가야...’


<승조>

“병원 갔더니 뭐래? 괜찮데?”  “응”

“이제 다음 주에 시험이네. 자신 있어?”

“응, 꼭  합격할거야! 나를 위해서도, 너를 위해서도, 그리고 우리 아, 흡!”

하니가 이야기 하다 말고 갑자기 자기 입을 손으로 가리고 말을 끊었다.

“뭐?” “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싱겁기는, 그동안 고생했어. 예뻐. 우리 하니! 며칠만 더 고생해.”

가만히 하니의 머리를 끌어 당겨 품에 안았다.

부드러운 하니의 숨결이 내 가슴 위에 퍼져 든다. 늘 이 아이의 품에서 나는 평화를 느낀다.
꽃불을 지피듯 천천히 이마에 한 번, 귓불에 두 번  키스를 한다. 조금씩 따뜻해져 온다.
녹아들듯 스며들듯 하니가 내 품안으로 파고 든다.

더욱 빨라지는 숨결을 따라 좀 더 깊이 하니를 찾으려 하는데 나를 살짝 밀쳐 냈다.

“ 왜 그래? 싫어? 오랜만인데?”

“조금 피곤해서 그래, 미안, 아마 시험 때문에 긴장했나봐.”

한참 달뜬 기분을 갑작스레 가라앉히기가 서운했지만 정말 하니가 피곤해 보여 애써 마음을

눌러 놓았다.

“그럼, 이렇게 안고만 자자.”


왜 그러지. 정말 시험 때문인가? 요즘 뭔가 고민이 있는 눈치던데,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는가 보군.
뭔가 좀 위로를 해 줘야겠다.


<하니>

승조의 따스한 품속에 안겨 그의 뜨거운 키스를 받으면서도  밀물처럼 밀려든 고민을 감당할 수가 없다.

어쩌지? 나 같은게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머리도 나쁘고 덜렁이에다 실수투성이인데
혹시 또 우리 엄마처럼 끝까지 아이랑 함께하지 못 한다면?

상상조차도 하기 싫은 일들이 태산처럼 자꾸 마음을 눌러 와서 힘이 든다.

‘승조야 나 어떡하니. 꼭 꿈을 이루어서 멋진 사람이 되고 난 후에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돼서 어떡해?  오 하니! 고민만 하지 말고 이럴수록 더 열심히 공부하자‘.


<승조>

잠든 줄 알았더니 슬그머니 내 품을 벗어나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하니가 너무 안쓰럽다.

꿈을 찾겠다고 열심히 노력하는 노아의 달팽이, 오 하니가 대견하기도 하지만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쪽 구석이 자꾸 칼로 도려내는 듯 아려 온다. 등 뒤에서 말없이 공부하는 걸 지켜보았다. 
파이팅 나의 달팽이. 오 하니!

잠시 후에 스르르 책상에 엎드리더니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했다.

‘ 잠이 들었나 보다 녀석 오래 하지도 못하면서.’

싸한 바람이 명치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잠이 깰까봐 살그머니 안아서 침대에 눕혀 주고 나서 예상 문제지에 틀린 곳에는 풀이해 놓고 꼭 필요한 문제를 체크해 주었다.
너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하니>

드디어 오늘 시험이다.

지금까지 아기와 함께 잘 이겨냈다. 함께 공부하느라 아기도 힘든지 배가 당기면서 아플 때도 있었다.
너무 놀라서 미안 아기야 미안 하고 배를 살살 쓰다듬어 주면 곧 괜찮아졌다. 나를 닮아서 아주 착한 녀석인가 보다.
 승조 닮았으면 아주 까칠했을텐데. 가만, 날 닮아서 머리 나쁘면 어떡하지? 안 돼. 아가야 제발 머리는 승조 닮고 성격은 날 닮아서 나오렴.

제발... 간절하게 아기에게 부탁했다.


시험 잘 쳐. 이건 무뚝뚝한 시동생 은조

하니야! 우황청심환이라도 먹고 해. 늘 걱정 많은 어머니

따뜻한 도시락을 건네주시는 아버지, 어깨를 툭툭 쳐 주시는 또 한분의 아버지

모두 모두의 응원을 힘입어 씩씩하게 시험장으로 왔다.

근데 왜 이렇게 어지럽지? 안 되는데, 조금만 더 힘내자.

아가야! 우리 같이 힘내자. 너도 파이팅. 승조야! 우리에게 힘을 줘.


<승조>

시험이 끝나면 데리고 가서 맛있는 것이라도 먹여야겠다고 시험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춥지 않아서 다행이다. 멀리서부터 나를 보았는지 환하게 웃으면서 뛰어 온다.

녀석, 저렇게나 좋을까?

내 마음을 온통 봄빛으로 아련하게 물들이는 웃음 꽃 품은 하니가 달려 온다.

가슴 셀레고 흐뭇한 기분도 잠시, 갑자기 내 눈 앞에서 하니가 쓰러졌다.

덜컥 심장이 저 아래로 끝없는 추락을 한다.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서 산모가 아주 힘든 상태입니다. 이러면 아이도 힘드니까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남편이 잘 해 주세요“


산모? 뒤통수를 아주 큰 망치로 한 대 쾅 맞은 느낌이다.


“ 너도 알고 있었어?” “응”

“ 바보야 왜 말 안했어?”

“ 너도 공부 때문에 힘들고, 나도 아직은 준비가 안 된 상태라서”

어색하고 우물쭈물 겁먹은 목소리가 건너 온다.


“그럼, 유산이라도 시킬려고 했던 거야?”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강하게 저으면서 눈물이 그렁한 채 말하는 하니의 대답이 아프다. 


“나는.. 니가 공부하는데 방해될까봐, 너나 나나 시험이나 끝나고 나서..”

“왜 내 나를 못 믿어? 너 혼자서 그렇게 힘든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웃고 다니는 꼴이 보기 좋았어?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


하니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또 모진 말을 내 뱉고 말았다.

무시 무시한 눈빛으로 쏟아 놓는 이 말이 이 아이를 얼마나 사납게 때릴 줄 알면서도.

백승조. 아직 멀었구나...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뚝 뚝 흘리며 겁먹은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어머니가 아시게 되면... 흑...공부를 포기하라고... 포기하라고... 그럴 수도 있으니까.
나는 정말 꼭 간호사가 되어서 너에게 좋은 아내가 되고 싶었단 말야 .흑 흑..“


울음 반 하소연 반이 섞인 하니의 말에 이 아이에게 짐 지워진 나란 놈의 무게가 너무 커서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평범한 남자를 만났다면 이렇게까지 이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고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했을텐데...
내가 좀더 주의 깊게 살폈더라면.... 의사가 될 놈이 자기 아내가 임신한 것도 모르고 그렇게 힘들도록 내버려두다니...
 한꺼번에 물밀듯 밀려오는 죄책감이 나를 옭죄어 온다.
무엇으로 혼자서만 이 두려움을 고스란히 감당했을 이 아이를 위로 해줄까?

미안하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아서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진 내 가슴에다 하니를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동안 혼자 삼켜야 했던 설움을 한꺼번에 솟아내 듯, 한 참을 서럽게 울었다.
저 조그만 몸 안에 얼마나 많은 신음이 고여 있었던가?

바보 같은 남편을 향한 질책이 눈물로 뼛속까지 아프게 엎질러진다.

사랑하는 아내를 혼자 아프게 했던 못난 남자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나 사실은 너무 겁이 났어. 우리 엄마처럼 이 아이를 지켜 주지 못하면 어쩔까 너무 두려웠어.”
그랬구나. 너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아픔이 있었구나.

미안해.  미안해..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내가 너 꼭 지켜줄거야. 절대 내 곁을 먼저 떠나게 하지 않을거니까 아무 걱정도 하지마. 알았지?”


약속의 키스를 한다.

볼 위로 흐르는 눈물을 빨아들이고  속눈썹 위에 맺힌 눈물방울도 삼켜버렸다. 아픔으로 뜨거워진 붉은 이마 위도...

앞으로 절대로 혼자서 울지마.

쌉싸름한 너의 눈물을 삼키며 너의 아픔 모두 내가 삼켜버리기를...

너의 눈물 속에 집 지어진 외로웠을 시간들 내가 다 지워버리기를 빌고 빌었다.

천천히 하니의 울음이 잦아들고 있었다.


“부모님께도 말씀 드려야지?” 젖은 눈을 들어 물어 온다.

“아니, 어머니 극성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조금만 더 있다가 시험 발표나고 나면 말씀드리자.
합격하고 나면 아까워서라도 공부 그만 두라고 하시지 않을거니까. 참! 임신하면 색다른게 먹고 싶다던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정말 나 먹고 싶은 거 직접 사다 줄거야?” “당연하지!”

“여태까지 한 번도 그런 적 없었잖아.”


믿기지 않는 듯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정말 내가 그랬나?  생각지도 못 했던 일이다.
어쩌면 나는 널 사랑한다하면서도 너를 위해서 아주 작은 일은 소홀하게 생각했구나. 또 미안하다.
사랑은 왜 자꾸 미안하게 만드는 걸까? 언제쯤 미안하지 않게 충분하게 사랑할 날이 올까?

“나, 딸기 먹고 싶어?  11월에 딸기가 있을까?”

“요즘에 하우스 딸기 있을걸. 금방 사올게!”


그동안 소홀했던 것을 조금이라도 보상하려고 바람같이 일어나 차가운 11월의 밤을 달린다.


“엄마, 형아 좀 봐! 딸기 사가지고  후다닥 뛰어 올라가는데 왜 숨기지? 치사해 누가 뺏어먹을까봐 그러나?”

 “뭐? 딸기를?”


등 뒤에서 은조와 의문에 가득찬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감춰가지고 올 걸 그랬다.


“자, 딸기 사왔어” “생각 보다 오래 걸렸네. 근처에 없었어?”

“응, 동네에 없어서 큰 슈퍼까지 갖다 왔어. 은조에게 들킨 것 같으니까 빨리 먹어.”

“정말? 그럼 나눠먹지.” “ 뭘 나눠 먹어. 너 혼자 다 먹어. 다른 것 또 먹고 싶은 것 없어?”


갑작스레 쏟아지는 내 마음에 하니의 눈이 보름달빛처럼 환해진다. 그 빛이 내 심장까지 번져 온 몸이 환해진다.


“하니! 승조!” 날카로운 어머니의 음성이 뒤통수를 때렸다.

“너희들 뭐 숨기는거 있지? 바른대로 말해~! 하니 아기 가진 것 맞지?”

 뒤이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그러나 확신에 찬 한마디가 덧붙었다.

“네”,

“그렇지? 내 예감이 맞았지~! 호 호 호  왜 그렇게 기쁜 사실을 숨겼어? 섭섭하다.”

“사실은...저... 공부 포기하라고 하실까봐”

얼마나 죄송했는지 하니의 눈이 차마 어머니를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얘, 왜 공부를 못 하게 하니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아깝게시리, 지금 입덧시작하면 방학이니까 괜찮고
 8월 달쯤 아기 낳으면 그때도 방학이니까 딱 됐지!

 승조야, 절묘하게 맞췄구나 역시 넌 천재야.!“

어머니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일정을 다 계산하셨다. 언제나 빠르셔.

항상 너무 빨라서 문제긴 하지만. 

“걱정 하지말고 건강하게 아기만 낳아. 엄마가 다 돌봐 줄테니까”

“또 여자 옷 입히지 마세요.”

“아니! 절대 안 그래. 하니가 예쁜 여자애 낳아 줄건데? 그치 하니야~!

뭐하니? 아버지들께 빨리 연락하자. 은조야! 너도 애기이름 생각해 놔~! 아참 기념사진 찍어야지!“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부산스런 어머니의 목소리를 따라 기쁨이 찰랑 거리며 온 집안을 덮는다.
아픔을 빠져 나온 햇살이 나와 너의 마음에 온통 반짝거린다. 그리고 우리 아기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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