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세계식량계획(WFP)에 어린 아동과 임산부들을 위한 지원을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바로 수개월 전 무슨 '뾰족한 수'라도 생긴 듯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을 무시했던 북한의 허세를 딱한 눈으로 바라보기는 했지만 최소한 반년 정도는 버틸 줄 알았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자신들의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봐서 북한 내부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다. 작년 10월 북한당국은 다시 배급제를 재개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배급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배급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을 때 한국에서 대규모 식량지원을 약속했거나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북한의 농사가 잘되었다고 예상할 수 있었다. 평양을 방문한 중국 재중동포 신문인 흑룡강신문 인터넷 판은 평양방문기(2005.9.17~21)를 통해 2004년 수확량보다 50만t 이 많은 480만t 으로 농사가 예년보다 잘됐다고 북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주장했다. 국내 일부학자들과 언론도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식량난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을 듯 예상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예상은 틀린 것 같다. 배급제 실시도 이런 상황과 맞물리며 북한의 풍작설을 뒷받침 했지만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탈북자들을 통해 작년 북한의 작황을 물어보면 예전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으로 봐서 흉작의 연속인 것은 틀림 없는데, 문제는 뻔한 현실을 외면하면서 까지 내려지는 북한의 정책 결정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한 고위탈북자는 "배급제 실시는 주민통제를 바라는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국가안전보위부가 실현 불가능한 제안을 김정일에게 올렸고, 김정일은 그것을 허락해 북한인민들만 더 고통스럽게 됐다"고 한탄한 적이 있었다. 배급제를 실시하려면 최소한 수개월 분의 쌀이 배급소에 저장돼 있어야 하는데, 고갈된 배급소에 갑자기 쌀이 생길리는 만무하고 어떻게 배급제를 실시할까 참 궁금했었다. 예상대로 고작 한다는 것이 채 여물지도 않은 밭곡식을 현장에서 수확해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고, 일부 지방에서는 감자배급을 주었다고 하니까, 인민들은 북한정권의 정책에 어떤 생각을 품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북한의 주장대로 480만t의 식량이 생산됐다면 최소한 봄까지는 배급제를 실시하고도 남음이 있다. 모자라는 165만t 가량의 식량은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충당될 수 있고,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잉여토지의 생산량을 합하면 북한에서 발표한 생산량으로 충분히 김정일의 생각대로 배급제가 가능했다고 본다. 북한의 식량생산량에 대한 보고는 예전부터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고위 탈북자들의 주장이다. 하부 관리들이 충성경쟁을 하면서 전부 실적을 부풀리기 때문이다. 보고들이 전부 허위로 작성되고, 이러한 결과는 배급제를 실시한지 한 달도 안 돼 쌀이 없어 감자배급을 준다는 결과로 이어지고 북한당국의 정책 결정 과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지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국가에서 배급을 준다면서 시장에서 식량판매를 중단시키니 쌀 가격이 폭등해 서민들은 설상가상 눈물밖에 나오는 것이 없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지원마저도 모니터링의 부담 때문에 전면 중단하겠다고 했으니, 국제지원 없이도 버틸 수 있다고 간언한 측근이 누구인지 간신이 따로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주변에는 바른말하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이미 지하에 묻힌 지 오래됐고, 보신주의와 아첨에 물든 간신배들만 가득차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도대체 한달도 시행할 수 없는 배급제를 개시한다고 발표하는 것이나, 불과 몇달 전에 거부했던 국제지원을 다시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다. 인민들의 식량배급 상황 조차도 제대로 파악하고 보고할 만한 인물 조차 없으니 그 정권이 얼마나 버틸 지 심히 우려스럽다. 불과 3개월 후의 앞날조차 예상하지 못하는 북한의 정책결정은 바로 정권의 붕괴만 촉진 시키겠지만, 문제는 당국의 우왕좌왕 정책에 인민들만 더 비참해져 아이들은 더욱 영양실조로 말라가고 힘없는 노약자들의 희생만 가증시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출처: ky7767 강철환기자 블로그